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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권 시기

노동자운동은 어떻게 투쟁해야 할까?

 

임용현기관지위원장


 

국정농단정경유착 세력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투쟁으로 박근혜의 탄핵과 함께 정치적 격변기가 도래했다. 곧이어 조기대선을 통해 문재인정부가 출범했고, 격랑은 이내 잦아들고 말았다. 촛불의 여망을 등에 업고 탄생한 신정부에 대한 묻지마 지지여론이 득세하는 현 정국에서 노동자운동은 다시금 위력적인 계급투쟁을 조직할 수 있을까?

2017 정치캠프에서는 <문재인정권 시기 노동자운동의 과제>에 대해 참가자들과 함께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문재인정권 시기 노동자운동의 과제>를 다룬 주제마당은 다음 3개의 소주제 토론으로 구성된다. <문재인정부에서 계급적 노동운동의 기조와 방향>, <노조파괴 분쇄와 교섭창구단일화 폐기투쟁>, 그리고 <노동시간단축투쟁의 현재와 과제>가 그것이다. 해당 주제의 기조발제 또는 사례발표에 나선 당원들과 정치캠프 참가자들은 노동자운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10년 적폐를 넘어 20년 적폐 청산 운동을

먼저 <문재인정부에서 계급적 노동운동의 기조와 방향>에서는 김태연 사회변혁노동자당 투쟁연대위원장이 문재인정부의 개혁과 노동자민중의 운동방향, 이승철 민주노총 조직실장이 민주노총 직선1기 집행부 평가와 새정부에 맞선 민주노총의 과제를 각각 발표했다.

김태연 투쟁연대위원장은 문재인정부의 개혁 노선이 주로 일반 민주주의의 회복과 신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신정부 출범 후 최우선적인 국정목표로 삼은 것 역시 정치개혁이었다. 예컨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헌법개정, 선거 및 정당제도 개편을 위한 정치개혁 논의는 모두 정치적 민주주의의 확대를 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 및 노동 정책에서는 대선공약과 비교할 때 후퇴하거나 정체했다는 평가다. 특히, 대선공약에서 제시했던 재벌개혁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실종됐는데, 그 대신 공정경제’, ‘공정한 시장질서재벌개혁을 대체했다. 뿐만 아니다. 대선공약에서 노동시간단축(매년 80시간 이상 단축으로 임기 내 1,800시간대 노동시간 실현)으로 민간부문 일자리 5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선언도 국정운영계획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기간제파견 및 도급특수고용 등 비정규직 규모 감축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유야무야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정작 고용절벽과 불평등을 야기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는 것이다. 오히려 1997년 김대중정부가 상생이라는 미명 하에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합의를 종용했듯이, 문재인정부도 상생을 빌미로 사회적 합의를 강요하고 있을 따름이다. 김태연 투쟁연대위원장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와 노동회의소를 통해 신정부가 미조직 노동자들을 직접 포섭하는 한편,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대적 고임금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즉 노사상생, 노동 내 격차해소를 내세워 노동의 양보를 요구하며 민주노총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정부가 추진 중인 일련의 정책들은 소득주도성장론이 그 기저를 이루고 있다. 신정부의 개혁 행보가 대중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바로 지난 20년간의 철저한 자본주의적 방식과는 다른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 20년간 두 차례의 자본주의 경제위기 속에서 신자유주의에 내몰린 한국 노동자민중에게, 변혁운동진영이 소득주도성장론을 넘어서는 급진적 전망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문재인정부가 87년 헌법체제 개헌을 주장하고 있듯이, “이와 관련하여 노동자민중의 삶의 문제를 중심으로 87년 이후 한국사회를 규정하는 이른바 97체제(신자유주의 시장화, 사유화)를 대중적 비판의 화두로 부상시켜야한다고도 강조했다. 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 신자유주의 20년 적폐청산을 대중적 요구로 만들 필요가 있고, 정세적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어진 발제(‘민주노총 직선1기 집행부 평가와 새 정부에 맞선 민주노총의 과제’)는 민주노조운동과 변혁운동진영의 대응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이승철 민주노총 조직실장은 문재인정부가 민주노조운동 내부를 교란하고 대기주의-합의주의를 발호시키는 데 역량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 정책의 중점이 고용에만 한정되며, ‘노조 할 권리로 상징되는 집단노사관계의 진전은 요원한 상태라고 보았다. ,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손배가압류 금지 설립신고 요건 완화 직장폐쇄 제한 강화 단협시정명령 제도 개선 등 집단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 대중투쟁의 점화가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면한 주요 노동쟁점에 대해 신정부에 기대려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인데, 바로 그 점에서 직선 2기 집행부의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노동자운동의 지속가능성과 확대가능성에 주목하자

앞선 토론이 신정부 하에서 노동자운동의 투쟁방향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노조파괴 분쇄와 교섭창구단일화 폐기투쟁><노동시간단축 투쟁의 현재와 과제>는 각각 노조파괴소수노조 사업장들과 제조업 완성차 사업장 중심의 의제로 국한된 투쟁요구를 전국전선으로 확대하는 문제를 다뤘다. 특히 노동자운동의 지속가능성, 확대가능성 측면에서 본다면 2개의 소주제 토론에서 핵심 화두인 노동3노동시간단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선 <노조파괴 분쇄와 교섭창구단일화 폐기투쟁>은 김기연(사회변혁노동자당 충북도당) 동지의 발제와 김성민(금속노조 유성기업영동지회), 조남덕(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 한정우(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등 노조파괴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현장 당원들의 사례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 토론에서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이른바 추미애법으로 표현되는 교섭창구 강제 단일화 제도가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독소조항이라는 것이다. 발제자로 나선 김기연 동지는 문재인정부가 대선 기간 타임오프제 및 복수노조 제도 개선노조 할 권리 확대등의 공약을 발표했지만, 이번 100대 국정과제에 구체적인 방안을 포함하지 않는 등 후퇴 조짐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노조파괴소수노조 사업장들과 제 정치사회운동 진영이 함께 가칭)노조 할 권리 운동본부와 같은 연대체를 구성해 광범위한 미조직노동자들이 노조로 단결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과 소수노조에 대한 교섭단체행동권의 보장이 나란히 갈 수 있도록 적극 추동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시간단축 투쟁의 현재와 과제>는 재현(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동지의 발제와 엄정흠(금속노조 두원정공지회) 동지의 사례발표로 이어졌다. 발제에서는 그간 노동자운동이 장시간 노동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노동강도나 교대제 등 노동시간을 재조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에 소홀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노동시간이 노동자의 몸과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임에도 노동계급의 독자적인 기준과 담론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정부와 기업들이 노동유연화의 관점에서 전유해왔던 과거를 시급히 극복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노동시간이 정부의 고용전략이나 기업의 경영효율화 전략에 긴박되었던 과거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노동시간을 둘러싼 임금, 노동배치, 노동과정, 작업 공간, 고용 관계,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조건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전한 노동3권의 쟁취에 있어서나 노동시간 문제에 있어서나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전체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에 기초할 때 법제도의 변화도 강제할 수 있다는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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