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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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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9.01 08:56

하늘이 너무 밝으면 해가 어둡다

 

박석준한의사(흙살림동일한의원장, 동의과학연구소장)

 


<노자>에서는 가장 훌륭한 임금은 백성들이 그런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임금이며 그 다음은 백성들이 사랑하고 칭송하는 임금이고 그 다음은 두려워하는 임금이며 제일 못난 임금은 백성들이 업신여기는 임금이라고 말한다[<노자> 17].

여기에는 노자의 무위無爲 사상이 잘 나타나 있다. 무위는 인위人爲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자연이든 사회든 그 이치대로 흘러가면 될 뿐, 거기에 인위적인 작용을 가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려면 인위를 가하는 자인 지배자, 그 중에서도 최고의 권력을 갖고 있는 임금이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

한의학에서는 하늘이 너무 밝으면 해와 달이 어두워져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하늘은 심장을 비유한 것이고 해와 달은 눈과 귀를 비유한 것이다. 심장이 너무 두드러지면[예로 심장의 기능이 항진되면] 눈과 귀와 같은 감각(지각) 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노자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 심장을 다스리는 약에는 심장의 기를 누르거나[]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주사朱砂.

 

심장에 좋은 것들


주사朱砂 주사는 진사辰砂, 유화수은(황화수은, HgS)을 포함한 것이다. 색이 붉어서 단사丹砂라고도 한다. 심장의 기를 눌러주고 안정시키는 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심장의 신을 길러주는 힘도 있다. 또한 심장의 열은 주사가 아니고는 없앨 수 없다고 할 만큼 중요한 약이다.

주사는 심장의 기를 눌러주기 때문에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킬 때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늘 불안해하거나 자주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다 놀라거나 두려워할 때도 쓴다. 특히 도교에서 주사는 생명 자체를 늘리는 영약靈藥으로 간주되어 무덤에 같이 넣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수은이 들어 있어서 엄격한 조제과정을 거쳐야 하며 쓸 때도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주사는 불을 만나면 수은이 빠져나와 수은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정조의 독살설에서 주사가 들어 있는 연훈방煙燻方이 언급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적석지赤石脂 규산알루미늄Al2(HSiO33H2O)을 주성분으로 하는 붉은색 곱흙Halloysitum rubrum으로 다수고령토多水高嶺土라고도 한다. 적석지는 설사를 멎게 하고 피도 멎게 한다. 피부가 헌 데도 잘 아물게 한다. 위궤양 같은 데에도 쓸 수 있다. 그러나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심장의 기를 기르는 데에 쓰고 있다. 다만 심장의 기를 기르려면 적석지를 불에 달군 다음 곱게 가루 내어 물에 넣어 위에 뜨는 것만 쓴다. 약에 넣거나 그냥 가루로 먹는다.

 

금박金箔과 은박銀箔 금을 먹는 전통은 아주 오래되었는데, 대개는 약용으로 쓰거나 불로불사를 갈망하는 지배자들에게 한정된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요즈음은 생선회 같은 음식에 금을 뿌리기도 하고 술에도 넣는다.

우황청심환이나 공진단 같은 약에는 흔히 겉에 금박을 입힌다. 모두 심장의 기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금박은 나아가 오장의 기를 보하며 정을 보태주고 골수도 보한다. 은박은 심장의 기를 안정시키면서 나쁜 기를 없애는 힘이 있다. 요즈음 말로 하면 각종 독을 없앤다는 말이다.

 

석창포石菖蒲 심장에는 구멍이 나 있다고 했는데, 이 구멍이 잘 통해야 마음이 맑아진다. 이 구멍을 막는 것이 바로 담이다. 담을 없애는 방법에는 할담豁痰, 화담化痰, 거담去痰이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강력한 방법이 할담이다. 담을 삭여서 흩트려 버리는 것이다. 석창포는 바로 할담을 하는 약이다. 석창포는 담을 없애서 심장의 구멍을 열어줄 뿐만 아니라 지혜를 더하여 총명하게 한다. 머리를 좋게 한다는 총명탕에는 대개 석창포가 들어간다. 그래서인지 석창포는 <신농본초경>의 상품上品에 맨 먼저 나온다.

석창포의 뿌리를 깨끗이 씻은 다음 물에 담가 물이 속까지 충분히 배도록 한 뒤에 꺼내서 햇볕에 말린다. 가루 내어 먹거나 달여서 먹는다.

 

맥문동麥門冬 맥문동은 약간 찬 약이다. 심장에 열을 받았을 때 쓰면 좋다. 또한 심장의 기가 부족할 때도 이를 보해준다. 보통 관상용으로 기르는 것보다 잎이 가는 소엽맥문동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늘에서 자라며 덩이뿌리를 약으로 쓴다. <동의보감>에서는 맥문동 가운데의 심지를 빼고 달여 먹어야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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