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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존재 형태와 의미

 

나래비정규교안작성팀


 

포털사이트에 비정규직은 노동조합에 왜 가입 못하는 거예요?’, ‘비정규직도 퇴직금이 있나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등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답을 구하는 질문이 눈에 띄게 많다. 그만큼 비정규직은 우리 사회에 낯선 존재나 문제가 아닌 지 이미 오래다. 우리가 하루에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혹은 우리 곁을 스쳐가는 이들 중 비정규직이 아닌 경우가 드물 정도다.


비정규직은 왜 생겨났지?

모든 노동자는 기한의 정함 없이 고용계약을 하고, 기업은 노동자를 직접고용 해야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이 대원칙을 적용받지 않는다. 90년대 중반부터 신자유주의가 강화되어 자본이동의 자유화·민영화· 탈규제가 이뤄졌다. 한국기업들 역시 이 흐름에 편승하여 비정규직을 확대하기 시작했고, 정부는 비정규직을 제도화하는 데 앞장섰다. 저임금에 언제든 해고가 자유롭고, 차별이 정당화되며,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비정규직이란 존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일자리도 창출된다고 하지만, 늘어나는 일자리는 자본의 입맛에 맞는 비정규직 뿐이다. 결국 기업은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특별히 선호하고 남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 비정규직의 고용형태도 아주 다양하다. 근로계약기간이 정해져있는 기간제, 근로계약기간이 정해져있지 않으나 정규직은 아닌 무기계약직, 하루 일당을 받는 일용직, 하청이나 용역·파견업체를 통해 고용된 간저고용, 노동자로서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 특수고용, 노동시간이 다른 노동자보다 짧은 시간제 등 이들 모두 비정규직이다.

 

자본과 정부의 합작품, 비정규직

비정규직은 자본과 정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노동자들의 필요가 아니다. 간접고용은 원청과 하청업체 모두 사용자로서 작업지시 권한을 갖고 노동자를 지배하며 혜택을 누리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게다가 직접고용이 아니란 이유로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회사에 고용되어 있으나 자영업자로 분류되어 노동자성을 부정 당한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할 권리는 모든 노동자에게 법적으로 보장되지만, 현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과 활동은 보장되지 않는다. 더구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조합 결성 권리 자체를 법적으로 부정 당한다.

이미 우리나라 비정규직 규모는 20168월 기준, 874만 명으로 전체 노동인구의 44.5%를 차지한다. 10명 가운데 5명은 비정규직이란 뜻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대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 노동권 박탈 등을 상시적으로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규직 노동자는 물론, 아직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취업을 준비 중인 이들 모두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전체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이 수년째 1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비정규직은 그보다 더 낮은 2% 정도란 사실이 이같은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당연한 차별은 없다!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고, 일부 기업들이 2년을 초과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일명 중규직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중규직이란, 신분은 정규직이면서도 처우는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노동자를 뜻한다. 그래서 똑같이 주5일 출근을 하고 4대 보험을 적용받지만, 임금과 승진에서는 정규직과 동등한 처우를 못 받더라도 이는 당연한차별로 간주된다.

중규직과 비슷한 형용모순 사례가 여기 또 있다. 문재인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천명하면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약속한 경우가 그렇다. 일각에서는 법적으로 비정규직은 기간제, 단시간, 파견노동자를 의미하므로, 기한에 정함이 없는 계약직 노동자는 정규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현 정부는 무기계약직을 비정규직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는데,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임금체계나 복지, 승진 조건 등에서 정규직과 현격한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삶이 나날이 어려워지고 그에 따른 요구도 증대하자, 정부 나름대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 감축 및 차별 해소를 목표로 9월 중순께 민간 부문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부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와 제도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전제하면서,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만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시·지속적이고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업무는 도대체 무엇인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노동자와 업무는 과연 무엇이며, 누가 그것을 판단하는가? 노동자를 한낱 비용으로 바라보고, ‘핵심비핵심업무로 쪼개는 정부와 기업에 정말 이대로 모든 걸 내맡겨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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