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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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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규직화 제로!

그러나 우리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김진(전교조 조합원)경기

 

우리는 차별에 찬성하였습니다.”

9월 2일 열린 전교조 77차 전국대의원대회 

장소에 붙은 한 대자보.


우리는 차별에 찬성하였습니다.” 전교조 77차 전국대의원대회장에 붙었던 한 대자보의 제목이다. 어떤 수사를 붙이더라도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전교조 중집 결정에 대해 이것만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말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의원대회에서는 학교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고 이를 위해 함께 투쟁하자는 대의원 발의안이 247명 중 71명 찬성으로 부결되었다. 중집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참담한 순간이었다.

 

정규직 전환 좁은 문설정한 정부 가이드라인

결국 전환심의위원회는 38만 학교비정규직 중 단 2%, 그것도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 전환을 결정했다. 문재인정부는 비정규직 제로라는 슬로건을 정규직화 제로로 바꾼 듯하다. 학교비정규직 동지들의 분노와 절규가 문재인정부를 향해 쏟아져야 하겠지만, 아마도 그 화살은 다른 곳으로도 쏟아지게 될 것이다. 전교조와 교원단체, 정규직 교사들의 반대로 정규직 전환이 좌절되었다는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여론화 되었고, 이후 더 강화될 것이다. 촛불 혁명을 통해 쟁취한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해 내딛은 발을 우리 스스로 걸어 넘어뜨린 모양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고서 그 후 어떤 비정규직은 되고, 어떤 비정규직은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통해 그 전환 여부와 처우 개선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에 의지가 있었다면, 가이드라인으로 누군가를 배제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할 로드맵을 제시하면 될 일이었다. 게다가, 전환심의위원회는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되지 않은 비정규직까지 전환 여부를 개별 심사했고, 정원외 기간제교사 자리를 신규 임용하여 채용하라는 권고를 하겠다는 말도 들려왔다. 정규직화 하겠다더니 오히려 기간제 교사를 해고하라는 결론을 내린 꼴이다. 이쯤 되면, 처음부터 정부는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 어떤 의지도 없었다는 것이 충분히 확인되는 상황이다.

갑자기 임용 정원을 비정상적으로 줄여서 발표한 것도 이상하다. 미발령 적체가 늘어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교사 수를 늘리겠다고 공약한 정부가 임용 정원을 줄여 발표한 일은 예비교사들의 분노를 폭발시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전환심의위원회에 당사자들은 배제하고 관련자들만 모아서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 무슨 권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회의를 진행한 것도 그렇다. 이는 결국, 정부가 주체들 간의 갈등을 부추기며 그 뒤에 숨고자 함이 아니었을지, 38만 학교비정규직 중 실제 정규직화 되는 인원은 거의 없다는 결론 뒤에서 과연 웃고 있는 것은 누구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국가 책임이 사라진 사회, 무한 경쟁과 수저계급론만 무성한 헬조선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노동자민중의 열망은 문재인정부의 당선 이후, ‘기대관망속에 너무 많은 것들이 다음 기회로 미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미루고만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촛불 정부라 부르는 문재인정부가 폭력적으로 주민들을 끌어내고 사드 추가 배치를 강행했다. 성과연봉제 대신 직무급제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는 정규직화 제로가 되었다. 똑같다. 똑같은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박근혜정부와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제 지금의 분노가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전교조나 교원단체, 정규직 교사, 예비교사들 역시 정부의 노림수에 놀아났다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다. 전교조는 이미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외치는 내부의 목소리를 여러 차례 지나쳐 왔다. 전환심의위원회도 끝이 났다. 그럼에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 ‘교육적 판단 속에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생각은 바로 전교조가 가진 오랜 생각이었음을 다시 상기하게 될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임용고시에 합격하기 전, 나는 3년 정도를 기간제교사로 일했지만 경력은 2년이 조금 넘는 기간밖에 인정받지 못했다. ‘쪼개기 계약으로 방학기간은 경력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퇴직금은 받아본 적도 없다. 아무런 양해도 없이 중간발령이 난 정규직에게 담임 자리를 내줘야 했고, 아침 학급 조회 시간에 교장과 먼저 교실로 들어간 정규직 교사가 학생들과 인사하는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지켜봐야 했다. 네이스 인증을 받아들일 수 없던 나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이는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논란 중 떠오른 내 과거 경험 속 기간제교사의 현실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 옆 자리, 동료 기간제교사들에게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지금 여기, 정규직 교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 있다.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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