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52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9.15 10:18

데쟈뷰

 

집으로 돌아와 무심코 켠 인터넷방송에서 소성리의 새벽을 보았다. 소성리에 가 본 적은 없지만 너무도 낯이 익은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아니 낯이 익다기 보다 그것은 예전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반복되는 지독한 데쟈뷰 였다. 나는 집에서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었지만 과거와 똑같이 벌어지는 장면들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들과 스크럼을 짠 듯 팔은 저려오고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목이 쉬는 것 같았다. 목에 자물쇠를 걸고 팔에 파이프를 이어 온몸으로 막아보지만 우악스러운 경찰의 팔뚝과 손아귀는 사람들을 하나둘 해체시킨다. 보다 못한 신부님은 차 밑으로 들어가 보지만 이내 사지가 들려 끌려 나온다.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 치는 사람들은 마치 쓰레기를 치우듯 옮겨진다. 경찰의 작전이 끝나고 썰물 빠지듯 철수한 뒷자리에 남은 건 몸과 마음을 다친 동료들과 나뒹구는 쓰레기 더미들 그리고 밀려드는 절망감이다.

 

그날 새벽 온몸으로 데자뷰를 겪으며 나뒹구듯 쓰려져 고착된 채 잠이 들었다. 온몸을 뒤틀며 발버둥 친 것처럼 이불은 팔다리에 엉켜있고 베개는 저만치 날아가 있다. 이상하리만큼 뻐근한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5년 전 강정에서의 사진을 뒤져보았다. 근육질의 팔로 우악스럽게 내 팔을 뜯어내던 경찰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찾았지만 이 장면이 5년 전 강정에서 본 것 인지 아니면 지난밤 꿈에서 본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지난 새벽 소성리에서 보았을 그리고 앞으로 또 어딘가에서 보게 될 장면일 거란 생각에 팔이 저려오는 것 같다.

 

표지사진·이우기


변혁정치_52_표지-1.jpg

변혁정치_52_표지-2.jpg


변혁정치_52_내지-1.jpg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