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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노동 체제, 이제 확 바꿔야 합니다!

노동시민사회의 공동대응 통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집중할 것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죽음의 행진을 멈추고자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912일 발족했다. 대책위 발족 선언문에 따르면 매년 산재로 인정받은 과로사망 노동자만 310명에 달하고, 자살 중 노동자 비율이 35%를 넘나든다.” 또한 하루 16시간 이상을 일하는 버스뿐만 아니라 실 노동시간이 가장 긴 11차제 택시는 교통사고율이 68.9%에 달하고, 병원 종사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은 의료사고로 빈번히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을까?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을 만나 노동시간 특례 59조 폐지법정 공휴일 유급 휴일화등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의 주요 사업과 이후 활동방향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게 된 배경과 추진 경과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하기 전에는 개개의 사안에 대한 대책위 활동들이 각각 진행됐었습니다. 넷마블 과로사과로자살과 관련해서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와 노동자의 미래(서울남부지역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의 대응이 있었고, 이한빛PD의 과로자살 관련해서도 대책위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죠. 그런데 이렇게 개별 대책위 활동들이 대부분 노동조합과 노동안전보건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에 이런 문제제기가 있었어요. 우선 첫 번째는 이 문제들이 결국에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문제인데, 개개의 현안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민주노총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이 싸움들을 공동의 전선으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느냐는 거였죠. 두 번째는 개별 현안에 대해 열심히 싸워서 일부 성과를 내기도 하는데요. 이것이 결국에는 개별 사업장의 노동시간 단축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예컨대 이한빛PD가 과로자살로 사망하고 나서 결국 유족에게 사과도 하고 TV N과 합의에 이르렀지만, 재발방지대책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이 죽음을 통해 뭔가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것이 사안별 대책위 수준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거죠.

그동안 노동안전 쪽에서는 추락, 하청산재처럼 주로 사고성 재해나 감정노동 정도에 집중해왔었는데, 과로사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전혀 접근이 없었거든요. 이런 반성을 하게 되면서, 일단 현재 개별 대책위의 활동은 이어가더라도 공동대응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해결로 나아가는 대책위를 구성하자, 이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게 된 배경이예요.

일단, 민주노총은 산별을 중심으로 한 내부간담회를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이 대책위가 어떤 목표를 갖고 사업을 할 것인지 공유하는 간담회도 다섯 차례 있었어요. 다른 한축으로는 노동시간특례, 장시간 노동과 관련해서 집배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비롯한 상황들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이건 대책위 발족 이전에라도 현안대응을 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준비위 이름으로 우선 할 수 있는 현안대응부터 진행했어요. 이렇게 대책위 구성, 조직 확대에 대한 논의와 함께 현안대응도 해 나가면서 912일 정식으로 발족을 하게 된 거죠.

 

법정 노동시간 무력화하는 노동시간 특례제도

Q 무제한 노동과 그로 인한 과로사, 과로자살을 부추기고 있는 주된 요인으로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특례 조항(근로기준법 제59)을 언급하셨는데요. 이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어 주신다면요?

A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노동시간 법제도는 굉장히 많은데, 그 중에서도 노동시간특례가 대표적인 적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데요. 원래 1961년에 이 법이 도입될 때는 굉장히 특별한 경우에만 한정해서 노동시간 및 휴게시간을 현행의 법을 넘어서서 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 요건도 공익, 국방상의 필요 정도였고, 당시에는 보건사회부 장관의 승인과 일정한 상한시간을 규정해 도입된 거였어요. 그런데, 이게 규제완화가 되면서 현재는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만 있으면 노동시간과 휴게시간을 마음대로 변경해서 할 수 있는 그런 제도로 바뀐 것이죠.

특례업종과 관련해서도 그동안 업종축소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됐기 때문에, 현재는 26개 업종이 적용돼서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이르는 노동자가 무제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어요. 지금 노동조합 조직률이 10%에 불과한 상황에서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라는 건 거의 유명무실한 실정이잖아요. 노동시간이나 휴게시간을 사업주 맘대로 할 수 있으니.. 그게 단적으로 드러난 게 집배노동자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집배노동자 과로사과로자살이 최근 연이어서 발생하고 있는데,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도 우정노조(한국노총 소속)가 서면합의를 통해서 특례를 들여왔기 때문에 무제한 장시간노동을 통해 사람이 죽어 나가도 법 위반이 아닌 거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거예요.

아무튼, 이게 대상 업종 노동자가 워낙 넓다 보니, 노조가 아예 없거나 힘이 약해서 서면합의를 해준다든지, 아니면 자기도 모르는 새 서면합의가 돼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이런 점에서 보면 노동시간 양극화에서도 특례가 굉장히 중요하죠. 노조가 있거나 지불능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이렇게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는데, 노조가 없거나 지불능력이 취약한 사업장에서는 장시간 노동이 점점 확대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시민안전공공안전과 직결되는 특례 업종들이 많은데요, 버스나 택시, 항공지상조업, 병원까지 전부 다 특례 업종으로 묶여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책위는 노동시간 특례제도를 장시간 중노동의 원인이자, 시민안전까지 위협하는 문제로 주요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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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포괄임금제 문제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포괄임금제 계약이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A 지금 저희가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할 때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저임금이잖아요. 임금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까,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하루하루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되는 조건에서 결국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현실에서 포괄임금제까지 적용이 되니까 실질적으로는 노동자들이 장시간 일을 하고도 그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예요. 지금 상당히 많은 업종에서 장시간 노동이 이뤄지는 배경에는 포괄임금제 문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포괄임금제로 계약하면 장시간 노동을 하더라도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같은 법정수당을 따로 계산하지 않고 총액 얼마로 지급하게 되거든요. 이렇게 되면, 실제로 사업장에서는 10시간, 11시간 씩 일하도록 강제할 수 있고, 40시간 노동은 법전에만 있는 좋은 얘기에 불과하게 되는 거죠.

일본 같은 경우에는 노동시간을 기록하는 게 법제화되어 있다고 해요. 노동시간이 기록된다는 의미는 결국 임금 형태에 있어서 시급제로 접근해볼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없는 거죠. 포괄임금제 하에서는 노동자들이 16시간을 일하든 12시간을 일하든, 10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해서 임금을 계산하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여기에 성과와 연동해서 연봉제까지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라서 문제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노동시간 특례 폐지로 무제한 노동을 없애야 합니다

Q 그러면,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최근에 시민안전문제로 불거진 게 버스 교통사고였잖아요. 사고가 났을 때 국토교통부에서 연속 운행시간을 제한하고 최소 휴게시간 확보를 의무화하는 고시를 냈었거든요. 그래서 이걸 위반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처분을 하고, 해당 운수노동자도 직접 처벌하는 방식으로 국토부가 대책을 내놓은 거죠. 예컨대 몇 회를 위반하면 그 운수노동자의 면허를 취소시키는 것으로 정한 거예요. 그런데, 공공운수 노조단위에서는 국토부가 이런 식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데에 크게 반발했거든요. 왜냐하면, 이건 노동자가 맘대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근본적으로는 장시간 노동을 하는 운수노동자의 노동환경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거죠.

그래서 이 문제는 특례제도를 폐지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교대제로 운영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예요. 유럽에서는 장시간 운행이 불가피한 노선의 경우에는 버스 한 대에 운전기사 두 사람이 탑승해서 반드시 교대로 운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해요. 또 미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를 보면, 대형교통사고를 많이 유발하는 화물트럭의 경우엔 특정 고속도로에서 심야운행을 전면 금지시킨다든지, 이런 식의 다양한 접근들도 있는 것 같아요.

결국 노동자들이 일정 시간 노동을 하면, 더 이상의 초과노동을 금지하고 적정한 휴식시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겠죠.

 

Q 대책위는 법정 공휴일 유급 휴일화를 위한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이번 추석 명절 연휴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을 듯 한데요.

A 법정 공휴일 유급 휴일화 요구는 중소영세사업장이 밀집돼 있는 지역에서 조직사업을 진행 중인 공동사업단(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혹은 전략조직사업단)에서 제출하고 있는 사업인데요. 일단 국회의 입법 추진을 활동의 한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공동사업단에서는 10월말이나 11월초에 유급휴일과 관련한 국회토론회를 준비하고 있고요.

그리고 국회 입법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사회적인 공론화가 많이 되어야 하잖아요. 앞서 노동시간 양극화 문제를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들은 전체 노동자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유급휴일 보장을 잘 받고 있는 측면이 있죠. 그럼에도 전체 노동자의 유급휴일화를 위해 민주노총 조합원부터 먼저 이것을 주장하는 것을 출발 지점으로 삼으려고 해요.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민주노총 조합원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고요, 앞으로는 이 문제에 있어서 취약한 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 주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유급휴일 관련한 전략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까 말씀드린 서명운동을 공단지역 선전전과 더불어 병행할 예정이고요. 물론, 과로사 OUT 대책위도 이 사업에 결합하기로 했고, 추석연휴 전에 빨간 날엔 다같이 쉬자는 온라인 서명운동과 인증샷 데이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Q 10월 중에는 과로사 예방센터를 통해 법률 및 의학 상담 지원 체계도 마련한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과로사 예방센터는 어떻게 설립되었나요?

A 과로사 예방센터는 과로사 OUT 대책위의 참여단체 중 한 곳이기도 한데요. 이 예방센터에는 일과건강, 민변 노동위원회, 그리고 노무사 분들, 직업환경학 의사 분들이 함께하고 계세요. 2014년에 일본에서 과로사방지법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일과건강에서 그간 일본과 교류사업을 진행하면서 과로사방지법이라든지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과정과 활동들을 국내에 소개하면서 우리도 이런 것들이 필요하겠다는 문제의식으로 2년가량 꾸준히 세미나를 해오신 과정이라고 합니다. 지금 예방센터의 활동에 참여하시겠다는 분들이 대략 50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꽤 많은 숫자로 보여도 이게 또 전국으로 흩으면 그리 많지 않은 숫자거든요. 그래서 지금 급선무는 전문가단위로 지원상담체계를 구축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 과로사 OUT 대책위가 현안이 발생했을 때 민주노총과 여러 단위들이 연계해서 같이 공동으로 싸워나가는 체계를 갖추려고 합니다. 그리고 대책위에 과로사예방센터에 계신 분들이 정책연구팀으로도 결합하고 계시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현안지원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적인 접근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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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속출하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압력 높여야

Q 그밖에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가 전개하고자 하는 사업(활동)에 대한 향후 계획도 말씀 듣고 싶습니다.

A 한편으로는 지금 저희가 이런 부분도 고민하고 있는데요. 노동시간 단축이 단지 법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과로사나 과로자살이 발생했을 때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기업이 성과 압박이나 장시간 노동을 강제함으로써 결국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문제가 반드시 제기되어야 하죠. 그게 사회적으로 계속 공론화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우정사업본부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죠. 지금 이곳이 공공기관인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과로사, 과로자살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우정사업본부가 이 문제의 책임을 인정하거나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요. 결국엔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열심히 싸워 나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지만, 과로사 OUT 대책위 같은 시민단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이런 기업들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기업들이 사회적인 압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노동부도 산재보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이나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고민 중인 것은 저희가 사고성 재해가 다발하는 사업장을 해마다 선정해서 사회적인 지탄을 받도록 하는 활동들을 그간 해왔잖아요. 이제는 과로사가 많이 발생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나름의 기준이나 지표를 만들어야겠지만) 사회적인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의 서비스와 연계되는 업종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집배노동자들의 장시간중노동 문제 중 하나로 토요택배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외국 같은 경우에는 저녁이 되면 거의 모든 서비스가 중단이 되잖아요? 다 쉬죠. 그런데 지금 한국은 24시간 풀가동하면서, 일요일에도 공공의 영역이든 민간의 영역이든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서비스품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단 말이죠. 바로 이런 것들이 장시간노동, 휴일 없는 노동의 풍경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이런 경험도 있잖아요. “서비스노동자들에게 의자를이 노동자에게 의자를 줘야 한다는 의미는 오랜 시간 선 채로 고객을 응대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노동자가 힘든 이유도 있겠지만, 마치 이것이 고객을 최고로 모시는 서비스의 최정점으로 인정받는 풍토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시간노동 문제도 우리가 서비스노동자에게 언제나 친절함과 미소를 강요하는 감정노동의 문제를 제기하고 서비스노동자에게 의자를달라고 요구했던 것처럼, 고객으로 호명되는 시민들에게도 공감대를 넓히는 운동이 병행돼야 할 것 같아요.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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