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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설 빌미로

구조조정 추진하는 한국지엠

부실을 초래한 총책임자는 GM이다

 

이주용정책국장


 


최근 한국지엠 철수설의 발단은 산업은행의 보고서였다. 한국지엠 지분 17.02%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GM이 철수를 결정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이 논란의 중심에는 올 10월 만료하는 산업은행의 비토권이 있다. 2002년 대우자동차 매각 당시 산업은행은 한국지엠(당시 지엠대우) 지분 29.9%를 보유하고 있었고, GM과 산업은행은 주주간 협약을 맺어 향후 15년간 산업은행에 한국지엠 이사회 결정을 거부할 권리(비토권)를 부여했다. , 한국지엠은 산업은행의 동의가 없다면 2017년까지는 철수할 수 없었다.

지난 2009년 글로벌GM이 한국지엠에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산업은행은 참여하지 않으면서 30%에 달했던 지분이 현재의 17.02%로 줄어들었다. 이 때 산업은행의 거부권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2010GM과 산업은행은 장기발전을 위한 기본합의를 체결하며 비토권 행사 가능 지분율을 15%로 낮췄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17%의 지분만으로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시한 역시 2002년 주주간 협약에 따라 201710월 만료한다. 따라서 올 10월 이후에는 한국지엠이 철수한다고 해도 산업은행이 거부권을 상실해 이를 막을 수 없다고 하면서 철수설이 급부상한 것이다.

 

GM이 지배하는 한 위기는 상존한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비토권 상실은 이번 철수설의 발단일 뿐 핵심이 아니다. 글로벌GM의 소유와 통제 하에 있는 한 한국지엠의 운명은 항상 불투명했다. 한국지엠이 최대 실적을 올렸다는 2012~13년에도 강력한 철수설이 불거졌다.

사업철수 위협은 한국지엠만의 문제가 아니다. 1970년대 경제위기 이후 글로벌GM은 세계 각국의 자회사들을 더욱 강력하게 통제했고 물량축소로 위협하며 인원감축임금삭감노동유연화를 요구했다. 글로벌GM의 상시적 구조조정 전략은 2008~09년 경제위기 이후 더욱 강화했다. 유럽의 GM 자회사 노동조합들은 회사의 요구에 따라 잇따른 양보교섭으로 사업철수나 축소를 막아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GM2013년 대표 브랜드인 쉐보레를 유럽에서 철수한 데 이어 올 초에는 오펠복스홀 등 유럽 브랜드를 프랑스 자동차회사 푸조시트로앵PSA에 매각하면서 결국 유럽 철수 수순을 밟았다.

글로벌GM이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 즉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하면서 유럽뿐만 아니라 막대한 투자를 약속한 바 있던 신흥시장에서의 철수도 이어졌다. 2015GM은 인도시장에 1조원 대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2년 만에 수익성 악화를 근거로 쉐보레 브랜드 판매를 중단하고 공장을 매각했다. 201210억 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한 러시아시장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치켜세웠지만 3년 만에 사업철수를 결정하고 생산을 중단했다. 같은 맥락에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다른 신흥시장에서의 공장폐쇄 및 철수가 이어졌다.

 

현실화하는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을 준비하자

글로벌GM은 세계 각국에서 철수설을 빌미로 노동자들에게 희생과 양보를 요구해왔다. 한국지엠 역시 이미 축소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군산공장에서는 1천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쫓겨났고 공장가동률은 20% 밑으로 떨어졌다. 부평공장 역시 지난 2013년에도 12공장 통폐합설이 흘러나온 바 있으며 부평2공장 가동률은 60%에 불과하다. 올 초에는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한국지엠은 추가적인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신임 사장 카허 카젬은 비용절감을 위해 커피 값부터 아끼라고 요구했는데, 이는 하나의 촌극이지만 시작일 뿐이다. 한국지엠 사측은 철수설을 주제로 열린 지난 8월 말 국회토론회에서 임금 등 구조적인 비용증가로 인해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으며 재무개선노력에 중점을 두고 비용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지엠의 경영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한국지엠의 인건비 비중은 타 완성차업체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GM과 한국지엠이 합작해 만든 부실과 경영난을 노동자들에게 덮어씌우려는 거짓 논리일 뿐이다.

GM2~3년 만에 한국지엠을 부채비율 85,000%라는 비정상적인 회사로 만들어놓았다. 이대로라면 쌍용차에서와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벌어질지도 알 수 없다. 철수설에 쉬쉬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토론하고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지난 2002년과 2010GM과 산업은행이 체결한 협약내용 공개를 요구하자. 뿐만 아니라 한국지엠의 부실을 초래한 경영내용(글로벌GM의 막대한 고리대 차입금, 인건비가 낮음에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원가비율, 글로벌GM으로의 이전가격 문제 등)을 명명백백히 밝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경영비밀을 핑계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GM이 책임을 회피하고 사업철수나 축소를 운운한다면 그 소유와 경영의 권리를 박탈하고 국가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 현실화하는 구조조정에 맞서 지금부터 현장에서 GM의 악행을 고발하고 책임을 묻는 토론과 투쟁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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