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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10년을 돌아보고,

10년을 꿈꾸다

 

랄라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라는 기본 문제의식에서 인권은 출발한다. 인간은 존엄하기에 생명과 안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모든 기본 권리의 주체이다. 보편적 인권은 인간 존엄성이 토대가 되어 모든 인간이 기본적 권리가 충족되어야 하는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노동자 역시 인간존엄과 보편적 인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주체이다. 하기에 노동자는 일상에서 뿐 아니라 일터에서 생명과 안전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것은 노동자의 기본 권리이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의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 및 전자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존중하는 기본적인 인식이 부재했다. 삼성 반도체/LCD부문에서 직업병으로 제보해온 236명이라는 숫자는 기업이 기본적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못하는 증거이다. 일터에서 안전할 권리, 온전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가 박탈당함이 얼마나 큰 고통과 재해를 불러오는지 반올림의 활동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반올림은 기업이 기본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태롭게 함에 문제제기를 해왔다. 이것은 기업을 넘어서서, 기업을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는 정부 차원의 문제제기 역시 포함한다. ‘이것은 직업병이다라는 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요구에서부터, ‘산업재해 인정하라는 국가 차원의 요구와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는 안전대책에 대한 요구까지 안전한 일터와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한 폭넓은 대응을 해왔다. 신체적 고통을 넘어 희귀질환 등 다양한 질병들에 대한 직업병 인정 투쟁은 산업재해의 외연을 확대시키는 계기도 되었다. 또한 반올림은 산업재해 노동자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재해 이후 현실을 알리며 산업재해가 개인을 넘어서 가족과 그들의 공동체가 마주해야 하는 고통이라는 폭넓은 문제의식을 던져주었다. 일터에서 노동자의 존엄과 안전,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반올림의 문제의식은 산업재해를 기업, 정부 등 사회적으로 함께 책임져야 할 의제로 확대해 갈 수 있었고, 이것은 반올림운동의 큰 성과였다.

 

다양한 사회운동과의 결합

반올림 활동은 직업병 문제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연대해왔다. 직업병 후유장애 고민을 하며 장애인운동과의 연대를, 노동운동과의 연대 등 다양한 영역으로 교류하며 활동해왔다. 이후 10년 역시도 직업병 문제의 다양한 쟁점을 짚어내며, 새로운 의제를 개발하고, 여러 운동들과의 연대를 통해 풍부한 활동을 해 나가길 기대한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반올림이 두 가지 영역의 문제에 대해 주목했으면 한다.

하나는 청소년 노동인권의 측면에서 반올림 활동을 고민하는 것이다. 반올림 피해자들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전자산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에는 특히 젊은 여성노동자들이 많았는데, 사회생활과 임노동 경험이 부족한 젊은 노동자를 선호하는 데에는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해 기대치가 낮고 노동통제가 쉽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들에게 최소한의 교육이 있었더라면 직업병 피해가 좀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을 수 있는 교육과 이야기를 기획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는, 노동자 조직화의 문제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서는 노동권이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권리는 누군가가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요구하고 싸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안전하고 노동권이 보장되는 일터, 그것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반올림이 지난 10년 동안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지키는 싸움을 했다면, 이후 10년은 반도체·전자산업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직접 나설 수 있도록 외부적으로 힘을 줄 수 있는 싸움을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연대 운동으로서 반올림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은 그 슬로건에 맞게 전 세계적으로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로 진출한 삼성 공장들의 환경은 한국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삼성 베트남 공장 사례를 보더라도 20대 여성노동자들이 근무 중 쓰러지고, 유산,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삼성 뿐 아니라 전자산업에 종사하는 다른 기업들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경을 넘어서는 기업의 착취에 대응하고, 피해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서는 반올림의 활동 역시도 좀 더 반경을 넓혀 국제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기존에 반올림은 국제연대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이후 10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좀 더 비중 있게 국제연대운동으로서 반올림의 비전을 그리며 활동을 기획해 나갔으면 한다. 한국에서 삼성과 기업을 상대로 싸워 온 경험들을 전파해나가고, 아시아 피해노동자들의 현실을 폭로하고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말이다. 현재의 열악한 상황과 농성이라는 큰 난관이 존재하긴 하지만 좀 더 장기적인 전망으로 반올림의 활동을 조금씩 준비해나갔으면 한다.

 

안전 사회를 위해 한 걸음 내딛는 활동을

세월호 참사부터 시작해,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 생리대, 유해물질 누출과 화학공장 폭발사고, 경주·포항 지진과 원전문제 등 우리 사회가 재난과 재해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사회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안전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중요한 말인지, 얼마나 필요한 권리인지를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위한 다양한 고민이 있겠지만, 기본요소 중 하나는 소통과 투명한 정보공개이다. 예를 들어 화학사고가 일어났을 시, 어떠한 물질에 누출되었는가,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가, 얼마만큼 유해한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등 다양한 안전대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소통되어야 한다. 그것은 어떠한 재난과 참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정보의 투명한 공개야말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다. 최근 법원에서 "국민의 생명, 건강과 관련된 정보에 대한 알권리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에 우선한다"며 삼성의 안전진단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 정보의 접근과 알 권리는 기업의 영업비밀보다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다. 이미 반올림은 몇 해 전부터 노동자의 알권리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운동이 좀 더 확장될 필요가 있다. 반도체전자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알 권리부터, 공장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알 권리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고민하고 대응 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알 권리 조례와 안전사회를 위한 네트워크들이 구성되고 있다. 그 움직임에 연대하는 것, 반올림 활동으로 네트워킹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지키는 것은 한 개별 사업장을 넘어서 안전한 사회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반올림의 활동이 안전한 사회를 위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 "여직원 유산 일반적"삼성전자 베트남 공장보고서 http://news.jtbc.joins.com/html/790/NB115467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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