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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구조에 맞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2)


김혜진비정규교안작성팀


[출처 : 노동과세계(변백선)]  


노동자들의 생존은 임금에 달려있다. 한국사회는 노동자들이 생활할 수 있는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으면서도 저임금이 마치 노동자의 책임인 것처럼 만든다. 노동자들은 이런 이데올로기에 맞서 정당한 임금을 위해 싸워왔다.

 

저임금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하면 여성노동자 임금차별은 위법이다. 하지만 2016년 한국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36.7%로서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가 압도적 1위였다. 여성은 육아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생계부양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저임금이 정당화된다. 고령자는 연공급제에서 능력에 비해 많은 임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임금피크제의 대상이 되고, 청소년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논리로 저임금을 준다. 이주노동자도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저임금이 정당화된다. 이처럼 성별, 나이, 국적에 따라 비정규직 집중 직종으로 내몰거나 임금을 낮추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기업과 정부는 정규직 고임금이 비정규직 저임금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크기는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전체의 임금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지난 수년간 국내 기업소득 증가율은 3%대를 유지했으나 가계소득증가율은 0% 전후에 머물렀다. 2017년 상반기 근로소득 증가율은 전년 대비 1%였다. 소득에 따른 10분위 통계에서도 전문직종인 78분위와 어느 정도 임금수준이 높은 노동자들, 56분위 소득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다. 변호사, 교수 등 일부 전문 직종을 제외하면 정규직 노동자 임금도 하락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기업이 이윤을 독식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복잡하고 어려운 지식이나 공부, 기술이 필요한 일을 하는 경우는 임금이 높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기준이나 임금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 모두 자의적이다. 또한 특정업무가 단순 업무라는 이유로 생계유지가 불가능할 정도의 저임금을 받아야 할 당위는 없다. 모든 노동자는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전제를 갖고, 임금차이를 논해야 하는데 지금은 저임금을 합리화하기 위해 업무능력에 대한 논리가 동원된다. 지금은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면서 저임금을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노동자의 단결로 생활임금 보장을

임금인상투쟁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확인하고,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계기를 만들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기업은 임금을 매개로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고 통제한다. 성과급제나 직무급제, 고용형태별 임금격차를 만들고 기본급보다 수당이나 성과 비중을 높여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경쟁구도를 만들어왔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은 임금수준을 높이는 것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단결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적정 생계비 원칙이 필요하다. 모든 노동자는 임금으로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에게 임금은 만만하게 줄일 수 있는 비용으로 간주된다. 최저임금이 아니라 적정 생계비가 기준이 되어야 임금이 손쉬운 비용절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적정 생계비는 사회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므로, 적정 생계비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만드는 투쟁을 해야 한다.

또한 임금이 경쟁과 위계화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업무량에 따라 임금이 달라진다. 기본급이 낮고 성과급 규모가 클 경우 소위 '저성과자'는 생계 보장을 위해 장시간 노동에 매달린다. 기본급이 적고 각종 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 물량에 따라 노동자들의 임금이 널뛰기한다. 이래서는 임금이 안정되지 못하고 생활도 안정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 기본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각종 수당은 그야말로 필요에 따라 임금을 보충하는 역할을 할 뿐, 모든 임금은 기본급 체계로 단순화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 기본급을 통해 생계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안정된 삶을 위해 더 많은 임금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모든 삶이 임금으로 해결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무상의료나 무상교육이 이루어지고 공공주택이 확장된다면, 국가가 노후를 보장한다면 노동자들은 지금보다 적은 임금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삶을 노동자들의 임금에만 의존하도록 만든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권리를 국가가 공적으로 보장하도록 싸우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빈곤과 실업의 책임은 국가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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