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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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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가족은 없다

다양한 가족형태의 공존을 위하여

 

지수사회운동위원회


 

아빠는 어디가고 엄마랑만 왔니?”, “아빠는 뭐하는 사람이니?”, “아빠 닮았니, 엄마 닮았니?” 이런 사소한 질문들에 답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대부분 1020대 초반에 출산을 선택한 비혼모 가정이 놓여있는 현실은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과 부모와의 관계 단절, 친부의 양육비 거절과 정부에서 지원받는 1520만원의 수당, 그리고 비혼모라는 이유로 거절된 취업의 문턱 뿐이다.

2007년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되었을 때, 삭제되었던 차별사유 항목 7가지에는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이 포함되어 있었다. 조손가족, 다문화가족, 한부모가족, 재혼가족, 동성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엄연히 공존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가족형태와 가족상황을 이유로 한 차별이 용인되는 어이없는 현실을 우리는 목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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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 중심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속에 배제된 이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정상가족 범주로 구분되는 이성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루어진 가구 수는 32.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는 결혼제도를 기반으로 한 이성애 부부 중심의 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규범화하고 그 이외의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상성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가족에 대해서는 제도적 배제와 사회적 편견이 뒤따른다.

자본주의의 출발은 노동력 재생산을 중심으로 한 섹슈얼리티만을 인정하고 그 외의 관계는 모두 범죄시하는 새로운 성규범을 만들어냈다. 노동력을 조직적으로 착취하는 시대, 생산성의 논리가 중심인 사회에서 가족은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한 단위로만 기능해야 했다. 노동력을 생산해 내지 못하는 관계, 특히 동성가족은 범죄시되었다. 가족은 경제적으로 노동력 재생산의 도구로 활용되었고, 정치적으로 보수적 지배에 일조함으로써 자본주의 지배체제를 공고화하는데 가장 유효한 도구였다.

가족은 여성문제, 성소수자문제, 인종문제와 얽혀 차별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낳는 것은 용기가 아닌 문란함으로 비난받고, 동성커플은 이성부부가 누리는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할 뿐 아니라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다. 인종에 대한 편견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용인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으로, 성소수자로, 이주민으로 차별받을 뿐 아니라, 그들이 속해 있다는 이유로 가족구성원들에게 차별은 대물림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다.

 

다양한 가족형태의 공존을 인정하는 사회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정부정책방향 저출산대책에서, 동거가구에 대한 출산, 양육을 양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결혼제도 안으로 편입되어 있지 않은 동거가구의 건강보험이나 연금, 주택청약 등 법적 권리를 인정해서 자녀를 출산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의식의 출발 역시 노동력재생산을 위해 수용가능한 선, 딱 그 지점에서 멈춰있다.

우리는 지금도 비혼모라는 사실만으로 손가락질 받고, 채용조차 거부당하는 싱글맘들, 한부모 또는 조손가정의 아이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편견 속에 상처받는 아이들, 그리고 사회적 인정은커녕 가장 가까운 지인들에게조차 관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동성커플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다양한 가족형태의 공존을 위한 사회로 가는 첫발을 내딛자. 결혼 뿐 아니라 다양한 결합을, 다양한 공동체를 가족으로 인정하기 위한 논의를 조금 더 진척시키자.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위한 운동이 가족제도를 통해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지배체제의 균열을 내는 유효한 운동의 의제임을 다시금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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