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민영화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

 

이주용정책국장

  bbw.jpg


출산율 급감과 인구절벽, 공식 수치만 9.9%까지 치솟은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률, 10년 만에 88만원 세대에서 77만원 세대로의 추락. 혁명이라고까지 불렀던 항쟁을 겪고 1년이 지난 현실의 모습이다. 대중의 생활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물론 새로운 일은 아니다. IMF 위기 이후 20년간 불안정은 일상이 되었다.

누적된 경제적 불안정은 사회공공성 혹은 국가책임을 강화하라는 요구로 이어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통신요금 인하부터 국공립 보육교육체계 확충,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주거문제 해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대중의 삶과 직결하는 공공부문 확대 요구가 정부정책이나 구체적 쟁점들을 매개로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 모든 경우에서 정부정책은 KTSKLG 등 통신 대기업, 사립 보육교육기관, 건물주로 표상하는 부동산 및 지대자본, 병원과 의료자본의 반발을 의식해 대중의 필요로부터 한참 후퇴하며 근본적 한계를 노정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이윤이다. , 공공재를 이윤창출을 위해 상품화하느냐 아니면 대중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적으로 생산해 제공하느냐다. 이 문제에 대해 지난 20년 동안 국가는 일관되게 민영화를 고수했다. 그동안 통신(KT)이나 철강(포스코)은 완전히 민영화했고 철도, 전력, 가스는 기업분할과 주식매각, 민간개방 등의 방식으로 민영화 단계를 밟아왔다. 의료, 교육, 주거 등 공공서비스부문은 애초부터 국가책임도 미약했지만 서비스산업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시장화상품화를 가속하고 있다.

 

공공부문기간산업 국유화 원칙, 낡지도 불가능하지도 않다

개헌론자들은 87년 헌법이 낡았고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분명 현실은 변했다. 97-98, 07-08년 두 차례의 거대한 경제위기가 닥쳤고 이 과정에서 전면화한 신자유주의는 공공성을 해체하면서 대중의 삶을 불안정으로 내몰았다. 이것이 새로운 헌법이 진정 반영해야 할 현실이다. 만연한 삶의 불안정을 해결하려면 공공성을 재구축하고 확장하면서 이윤논리를 극복해야 한다. 그 첩경이 바로 공공부문기간산업의 ()국유화다. 민영화한 공기업을 다시 국유화하고 보육교육의료주거 등 생활의 기반을 이루는 공공성을 띤 서비스는 국가책임 하에 생산,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공공부문기간산업 국유화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아래 사례를 보자.

 

85조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국유로 한다.”

87조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

88조 국방상 또는 국민생활상 긴절한 필요에 의하여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또는 그 경영을 통제, 관리함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한다.”

 

1948717일 공포한 대한민국 제헌헌법 중 경제질서를 규정한 제6경제조항들이다. 주요 자원과 자연력, 교통통신에너지금융 등 광범한 공공부문기간산업의 국유화 원칙뿐만 아니라 공공의 필요에 따라 사기업도 국공영화하고 통제할 수 있음을 천명했다. 당연하게도, 철저히 낙후한 상태였던 당시와 현재의 발전한 한국자본주의는 다르다. 그러나 그것이 공공성에 기반한 경제질서 요구 자체를 폐기처분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1948년 헌법을 제정한 지배자들이 자본주의의 저발전 상태로 인해 상대적으로 광범한 국가책임을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면, 충분히 발전한 자본주의가 잇따른 공황과 불황으로 대중의 빈곤과 불안정을 야기하는 오늘날 우리는 다른 이유로, 즉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사적 자본의 이윤창출이 아니라 국가책임의 공공부문을 확대강화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대중운동의 단초들을 모아야 한다

물론 헌법 조문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노동3권은 엄연한 헌법적 권리이지만 현실에서는 단결권조차 부정하는 각종 법률과 제도, 경찰과 용역깡패를 동원한 파업파괴행위, 민주노조 파괴공작 등 힘으로 권리를 무력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결국 헌법에 조문을 넣는 것도, 그것을 현실에서 실물화하는 것도 힘과 힘의 대결 결과로서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의 과제는 몇 사람의 전문가가 모여 정교한 법조문을 궁리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기간산업 ()국유화를 요구하는 대중운동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이 대중운동의 단초들은 이미 존재한다. KT에서는 재국유화와 통신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며 민주노조 운동을 지속했던 노동자들이 지난 연말 노동조합 선거에 출마해 조합원의 1/4이 속한 본사지방본부에서 승리하는 등 오랜 어용노조체제에 균열을 냈다. 철도노조는 분할민영화의 일환으로 철도공사에서 떨어져 나간 수서발KTX를 문재인 정부에서 재통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버스노동자들은 잇따른 버스사고의 주범이 장시간노동으로 노동자를 착취하고 지자체로부터는 막대한 보조금을 뜯어가는 버스자본임을 지적하면서 완전공영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 단초들을 모아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개헌 대응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고 공공부문기간산업 노동조합들과 사회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세력을 규합해 운동을 실물화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개헌은 정부구조개편에 함몰한 논의에서 벗어나 절실한 대중적 요구와 맞닥뜨릴 것이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