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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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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장 현대제철에서

또 다시 발생한 사망사고

 

이정호충남

 

201712131435분경, 현대제철 A열연공장 압연공정에서 28살의 젊은 노동자가 압착되는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이미 현대제철에서는 지난 10년간 33명의 노동자들이 사망사고로 죽음으로 내몰렸고, 지난 1년 사이에도 3명의 사망사고가 있었다. 현대제철이 2017년에 15천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린 것이야말로 현대제철이 자신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팔아먹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스로 지침을 위반하며,

노동자들을 위험으로 내몬 노동부 천안지청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당일 현대제철에 대한 정기근로감독을 실시 중에 있었으나,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고조사조차 진행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중대재해 등 발생 시 작업중지 명령해제 운영기준(이하 운영기준’)에 따르면 재해 발생 후 2차 재해발생 위험이 있고, 동종유사작업이 행해지는 경우 전체 사업장에 대한 전면 작업중지를 명령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 천안지청은 재해 발생 이튿날에 이르러서야 A열연공장과 철근공장에 대해 작업중지를 명령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B, C열연공장까지 작업중지 명령의 범위를 확대했다. 운영기준에 따르면, 사망재해가 발생한 작업장에 대한 전면 작업중지 원칙을 노동부 스스로 저버린 셈이다. 덕분에 현대제철 노동자들은 사망사고의 재발 위험이 그대로 존재하는 현장에서 일을 계속 해야만 했다.

또한 노동부 천안지청은 노동자들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운영기준에 따른 작업중지의 해제절차를 노동부 천안지청 스스로 위반하였으며, 법과 원칙은 현대제철 자본의 생산과 원할한 이윤추구를 위해 모두 공문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노동부 천안지청의 직무유기는 작업중지 범위에만 국한하는 문제가 아니다. 현대제철의 경우 중대재해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해야만 했다. 특별근로감독은 노동자의 안전 뿐만 아니라 사업주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노동부 천안지청은 이마저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않았다. 작년 1226일 발표된 정기근로감독 결과에서도 드러나듯이, 노동부 천안지청과 사측은 모든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했을 뿐이었다. 죽음의 공장을 방치한 노동부와 사측의 책임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이유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이번 현대제철 사망재해 대응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노동부의 중대재해 대응지침을 스스로 무력화시킨 것은 여전히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방치한 것이며 노동부 천안지청의 책임을 무겁게 따져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조합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노동조합이 사측과의 협의과정에서 중대재해 대응지침을 무력화 할 수 있는 명분을 노동부와 사측에 제공했다는 점이다. 단체협약이 노조의 작업중지권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이를 발동하지 않고 사측의 작업재개 요구에 응해버렸다. 이는 추후에도 안전 확보보다 작업재개를 우선시하는 결과를 양산할 수 있다.

작업중지는 필연적으로 자본의 이윤활동을 침해하는 행위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작업중지권 행사는 자본과 충돌하는 투쟁의 과정이다. 결국 작업중지권을 발동하는 실질적인 힘은 노동부의 매뉴얼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존을 지키려는 노동조합의 의지와 힘에서 나온다.


회사는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시키고 작업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 후 작업을 재개한다. 작업자는 자신의 생명이나 건강에 긴급하고도 심각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그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으며, 지체 없이 이를 직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적절한 조치를 받도록 한다. 또한 이와 같이 행한 작업자에게 회사는 부당한 처우를 취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와 같이 현대제철 단체협약은 작업중지권을 명시하고 있지만, 그것을 이행할 수 있는 진정한 힘은 더 이상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채 목숨 걸고 일할 수 없다는 현장노동자들의 권리 선언이 용기 있게 우러나왔을 때 발휘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현장의 열망을 조직된 힘으로 표출할 수 있는 노동조합의 투쟁이 과감하게 전개될 때 작업중지권의 실현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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