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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8.02.01 15:10

사람이 다 다르듯 비장도 다르다


박석준한의사(흙살림동일한의원장, 동의과학연구소장)



비장은 오장육부 중에서 서로 짝이 되는 위를 주관한다. 위는 음식을 받아들이는 일을 하고 비장은 위가 음식을 잘 받아들이도록 부리는 것이다. 음식을 받아들이는 첫 관문은 입술이고 그 다음은 혀다. 그래서 비장의 상태를 알려면 혀가 좋은지 나쁜지를 보면 된다. 우리가 보려는 것은 실체로서의 비장이 아니라 기로서의 비장이다.

일반적으로 얼굴빛이 누렇고 살결이 부드러운 사람은 비장이 작고, 살결이 거친 사람은 비장이 크다. 입술이 들린 사람은 비장이 높은 곳에 위치하며, 입술이 아래로 처진 사람은 비장도 낮은 곳에 위치한다. 입술이 단단하면 비장이 견고하고, 입술이 크지만 단단하지 못하면 비장이 약하다. 아래위 입술이 다 좋은 사람은 비장이 단정하고, 입술이 한쪽으로 들렸으면 비장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비장은 오행으로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중앙이 크면 사방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한다. 그래서 비장이 작으면 오장이 편안하여 사기邪氣에 잘 상하지 않고, 반대로 비장이 크면 허구리(갈비뼈 아래 쏙 들어간 부드러운 부분)가 그득하고 아파서 빨리 걷지 못한다. 비장이 높이 위치하면 허구리에서 옆구리로 당기면서 아프고, 비장이 아래로 처져 대장 위에 놓이면 장이 사기를 받아 괴롭다. 비장이 견고하면 오장이 편안하고 잘 상하지 않는다. 비장이 연약하면 소갈증消渴症이 잘 생긴다. 비장이 단정하면 (기가)조화되어 편안해서 잘 병들지 않는다. 비장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배가 그득해지고 불러 오르기 쉽다.

 

비장이 상하는 경우

비장은 음식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일을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음식 때문에 상하는 경우가 많다. 술이나 음식을 지나치게 먹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다음 성교를 하면 비장이 상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저지르는 잘못 중의 하나가 땀이 난 상태로 바람을 맞는 것이다. 특히 더운 여름에 이런 일이 많다. 땀이 났을 때는 곧바로 찬바람을 쏘이지 말고 그늘 같은 곳에서 땀을 들이고 나서 찬바람을 쏘여야 한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넘어지거나 지나치게 피로해도 비장이 상한다. 그래서 비장을 간의대부諫議大夫라고도 부른다. ‘간의란 임금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며 서로 상의하는 일이다. 음식은 사람들이 크게 욕심을 내서 먹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 욕심은 심장에서 나온다. 그러나 심장이 먹고 싶어 해도 비장이 잘 소화시키지 못하면 감히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비장을 간의대부에 비유한 것이다.


비장이 상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장이 상하면 살이 아프게 된다. 비장이 힘줄과 살을 주관하기 때문이다. 살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 있으면 비장에 열이 많아서 그런 것이다.

또한 비장에 양기가 지나치게 많고 음기가 부족하면 속에 열이 꽉 차게 되고 그러면 배가 쉽게 고파진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소화가 잘 된다고 여겨 음식을 더 먹으려 한다. 그럴수록 비장은 더 상하게 된다. 반면에 음기가 지나치게 많고 양기가 적으면, 속에 찬 기운이 꽉 차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배가 그득하면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나고 배가 자주 아프다. 이때 아픈 것은 꼬이듯 심하게 아프지 않고 은근히 아프며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면 다소 편안해진다. 이런 사람은 늘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찬 음식은 피한다.

비장에 병이 있는 사람은 얼굴빛이 누렇고 트림을 잘 한다. 근대 서양의학에서는 잦은 트림을 역류성 식도염이나 기능성 소화불량, 만성 위염 등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의학에서 보면 비장이나 위만이 아니라 심장이나 간 등에도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쉽게 판단할 일은 아니다.

다소 의외일지 모르지만 비장이 상하면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 머리가 복잡해지면 비장의 병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또 하나 더 의외인 것은 비장을 상하면 평소보다 맛을 더 잘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민감해지는 것이다. 늘 먹던 것인데도 더 달거나 짜거나 맵게 느껴지면 비장의 병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배꼽 부위에 무언가 꿈틀대는 느낌이 있으며 눌러 보면 단단하고 아픈 것 같다거나, 배가 부르고 그득하면서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몸이 무거우며, 관절이 아프고 몸이 늘어져 눕기를 좋아하며 팔다리를 잘 못 쓰는 증상이 있으면 비장에 병이 있는 것이다. 말라서 큰 뼈가 드러나고 오금 뒤의 살이 움푹 들어가며 가슴속이 그득하여 숨이 차고 거북하면서 속이 아프다가 어깨와 뒷목이 당기고 몸에 열이 나면 모두 위험한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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