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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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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법원이 특검의 주장을 불인정하고 노골적인 삼성 봐주기 판결을 내린 것이다. 지난겨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노동자민중들은 또다시 재벌 앞에서 멈춘 적폐청산을 마주하며 분노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로부터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한 소회, 이후 고민과 다짐 등을 들었다.



이재용의 뇌물죄 뿐 아니라

산재살인에도 면죄부를 선물한 사법부

 

이종란반올림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한 기분. 촛불이 하루아침에 배반당한 느낌이다. 또한 직업병 피해자들의 울분이 들리는 것 같아 분노를 참기 힘들었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사건의 본질이라는 원심을 깨고 정경유착 같은 것은 없었다는 항소심 판결을 어찌 받아들일 수 있겠나. 80년 삼성재벌의 정경유착 흑역사로 인해 한국사회 민중들이 얼마나 피눈물을 흘려 왔는가. 그래서 촛불을 들었고 박근혜, 이재용을 구속시켰던 것 아닌가. 그런데 정형식 판사가 하루아침에 이를 뒤집어 놓은 것이다.

 

지난 10년간 백혈병 등 삼성직업병 문제의 책임을 묻기 위해 피해자와 가족들, 반올림, 연대세력들은 삼성과 정부를 향해 끈질기게 싸워왔다. 그러나, 10년의 촉구에도 삼성의 여전한 책임회피로 반올림은 삼성본관 앞 차가운 길바닥에서 860일 넘게 노숙농성 중이다. 이재용에게 준 면죄부는 뇌물죄 뿐 아니라 산재살인에 대한 면죄부까지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민심을 배반하고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삼성과 사법적폐의 꼼수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정형식 판사의 감사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불과 사흘 만에 20만 명을 기록하는 등 민심의 분노는 다시 광장으로 향할 것이다. 반올림 또한 36일 제11주기 황유미 추모기일에 이재용 엄중처벌, 삼성직업병 해결의 목소리를 최대한 모아낼 것이다.

  

                                                                                                                                                                 


노동자의 삶과 인권을 짓밟은 판결,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

랄라다산인권센터


 

이재용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싸우고 계신 황상기 아버님, 이재용 선고 전날 두려움에 잠 못 이룬 혜경 언니와 김시녀 어머님, 배가 고팠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며 떠난 최종범, 마지막 가는 길마저 삼성과 경찰에 가로막혔던 염호석, 에버랜드 사육사를 꿈꾸다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난 김주경,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젊음을 바친 김갑수, 삼성에도 노조가 필요하다 외치며 오늘도 싸우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웰스토리 노동자들...

그리고 삼성직업병으로 제보를 해온 236명의 노동자와, 이미 세상을 떠난 118명의 노동자들이 떠올랐습니다. 이들의 청춘과 젊음, 목숨과 사랑, 행복을 토대로 삼성은 부를 쌓았고, 그것이 국정농단의 뇌물이 되었습니다.

 

이재용의 죄목은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뇌물죄, 재산해외도피 등이겠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착취해 쌓은 부를 정권에 뇌물로 바친 죄입니다. 노동자의 삶을 쉬이 여기고,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채 권력에 아부한 죄입니다.

노동자들의 삶과 인권을 유린한 삼성총수 이재용에게 처해진 솜방망이 처벌! 사법부의 부당한 판결에 화가 납니다.

정형식 판사! 삼성의 얼마짜리 장학생이 될 것인지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 당신이 내린 판결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아픔, 사법부에 배신당한 국민의 분노를 잊지 마십시오!

 

                                                                                                                                                                 


어렵게 일군 성과, 도루묵으로 만들 수 없다


  김도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번 2심 판결은 1심 판결이 얼마나 양반이었는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세세한 법리적 쟁점이 많지만 특히 이번 판결에서 제가 주목한 것은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부분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이라는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건을 단순뇌물공여보다 요건이 까다로운 제3자 뇌물공여로 가닥을 잡고 부정한 청탁이 없었던 일로 하기 위해 경영권 승계 자체를 날려버리는 무리수를 둔 것이죠. 에버랜드와 삼성SDS 사건을 비롯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도 그러한 경영권승계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은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닙니까? 그 사실을 이재용과 박근혜만 서로 몰랐고, 박근혜의 강압에 못 이겨 뇌물을 상납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이재용은 최소의 비용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는 논리에는 헛웃음마저 나오더군요. 몇 달 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게끔 하여 징역 26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판결과 너무나 배치됩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정치권력을 뒷배경으로 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거액 불법성 대출, 국민 혈세가 동원된 공적 자금 투입 등의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관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업범죄는 날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습니다. 이번 승계작업만 보더라도 탈법과 편법으로 교묘하게 주가를 조작, 상장, 합병하면서 남기는 어마어마한 시세차익으로 승계자금을 마련하죠. 그리고 이것은 정치권력을 끊임없이 포섭, 로비, 상납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고요. 이를 무시하고 정경유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지나친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대법원에 여러 사건들이 모일 겁니다. 이렇게 끼워맞추기식의 판결을 계속 하다보면 당장 문형표 판결과 이재용 판결이 상충되고, 박근혜, 최순실, 그 부역자들에 대한 판결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됩니다.

 

촛불혁명으로 어렵게 일군 성과를 이대로 도루묵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조금만 소홀히 하면 저들은 금세 돈으로, 권력으로, 여론조작으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지배자로 군림하려 들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감시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진짜권력 재벌에 대한 적폐청산

이뤄지지 않았다


라두식삼성전자서비스지회


 

이재용 재판 결과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한국사회의 권력과 재벌의 정경유착이 얼마나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라고 생각합니다. 사법부가 재벌의 정경유착의 고리임을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자 스스로 사법적폐 청산의 대상임을 밝힌 것입니다.

삼성은 그동안 행정사법입법부의 고위 간부를 삼성그룹으로 포섭해왔으며, 국가기관에 삼성장학생이 존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바로 이러한 사실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집행유예 선고가 입증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지난 촛불혁명을 통해 국가권력을 바꾸어 내었습니다. 그렇지만 수십 년 동안 정경유착을 통해 국가권력기관을 장악한 진짜권력 재벌들의 적폐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촛불 몇 번 들어서 ‘5년 임시직대통령 하나 바꾸었다고 세상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면 미래세대의 역사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진짜권력 재벌적폐 청산 없이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것을 공동의 인식으로 재정립하고, 재벌적폐의 청산이 곧 온 국민이 촛불을 들고 염원했던 한국사회의 밝은 미래를 여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문득, 고등학생들과 간담회 때 나는 어디에 서 있는지 알아야 싸울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던 게 떠오릅니다. 나는! 우리는! 지금 이 시대 재벌권력의 손아귀에 서 있다라는 현실을 알아야 합니다. 모두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을 알았다면 그 싸움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세상을 바꾸는 그 싸움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뛰어들 것입니다.


                                                                                                                                                                 

 

기대하기도 했던, 기대하지도 않은

자본가들에 대한 처벌


  김성민유성기업 영동지회

  


촛불의 위력은 실로 대단 했다. 영원할 것만 같던 권력을 감옥에 쳐 넣었고, 촛불이 외쳤던 재벌 개혁 요구 또한 아주 부족하지만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의 3세 경영자를 구속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래서 기대했다. 이번만큼은 삼성이라 할지라도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재용의 구속은 자본가 개인의 구속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자본가들에 대한 경고였다. 그러나 그 경고는 다시 자본가들에게 희망으로 둔갑했고 노동자민중은 허탈했다.

 

특검 앞에서 현대자동차 정몽구도 처벌하라고 일인시위, 집회, 심지어 연극까지 진행했지만 특검은 삼성을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했다. 죄를 지어도 죄를 묻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처벌 받지 않은 자본가들은 너무도 당당하고 떳떳하다.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TOP4 바퀴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깔려나갔다. 수많은 부품사 노조들이 파괴되었다. 죄를 묻지 않는 세상에서 정몽구는 깨끗하다. 오히려 그 죄를 물어달라는 노동자들의 항의는 가차 없는 처벌로 귀결하면서 자본 권력의 위세를 떨쳤다.

 

잠깐 기대했었나보다. 세상이 바뀌는 줄 알았다. 역시 자본주의 하에서 자본가들을 처벌하는 것은 잠시 눈속임에 불과하다. 그 눈속임을 우리는 알고도 속는 것인가? 얼마 전 땅콩항공의 조현아가 평창올림픽 성화 봉송을 했다고 한다. 우리를 얼마나 기만하고 있는가? 고통을 당한 승무원, 사무장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광장의 촛불은 어디에 있는가? 거기서 외친 세상을 바꾸자는 외침은 지금 어디쯤 있는가?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재벌에 대한 단죄는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음을 확인하자. 보수정권의 손으로 재벌들을 처벌한다는 것은 불가능함을 거듭 확인했다. 가장 어려웠던 시절에도 우리는 주저 없이 거리로 나왔다. 그 외침이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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