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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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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한반도,

트럼프는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배성인(한신대)서울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지난 몇 개월 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적극적이며, 선제적으로 비핵화를 공언했을까?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은 매번 되풀이되는 상식적인 이유이기 때문에 결정적이지 않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동기가 필요하다.

 

정상국가를 향한 북한의 선택과 경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고강도 경제제재를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나섰다는 분석이 있다. 대북제재의 실효성이 중국과 러시아의 참여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

유엔 안보리의 3개 대북제재와 최근 추가제재로 북의 수출이 차단당하는 등 무역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원유 수입이 어려워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에게 전혀 새롭지 않은 현실이다.

2017년 후반에서 20181월까지 제재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두 지표인 북한의 쌀값과 환율은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원유 수입이 금지되어 유가가 매우 크게 상승하였을 것이지만 환율과 곡가의 안정은 북한 경제의 탄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수출주도형이 아닌, 자립주도형의 북한, 그리고 그동안 제재에 맞서 적응력이 강해진 북한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북 선제타격에 대한 두려움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의 군사행동을 막아보려고 한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북한을 상대로 한 코피 전략(bloody nose strike 제한적 선제타격)은 아직 완성된 전략이 아닌데다 그 방식이나 효과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북한이 확전을 두려워해서 보복을 못할 것이라는 극소수의 의견도 있지만, 북한의 핵 개발과 북미관계 역사를 고려하면 보복 수단과 방식은 다양하기 때문에 전혀 타당하지 않은 판단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공개됨으로써 북한의 대응이 새로워졌고, 그것이 2018년 들어와 한반도 정세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북한이 스스로 설정한 전략적 시간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은 핵무기 보유 국가로서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핵무기 개발을 바탕으로 체제 보장과 함께 생활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할 것이다. 어차피 비핵화 문제는 단기간에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 험난한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내부적으로 안정적이고 착실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 시간에 경제적 문제 해결과 핵무기를 고도화시킬 여지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올해 초 발표한 북한의 공동사설에서 밝혔던 내용을 일정에 따라 실천하는 과정으로 보면 이해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김정은 정권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 표명은 대북 경제제재나 선제공격론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나타났다. 20165월의 제7차 노동당대회 때 이미 김정은 위원장이 당 대회 결정서를 통해 현 시기 절박하게 나서는 문제는 북남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167월에는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남한 내 주한미군 핵무기 공개와 철폐 및 검증, 핵사용권을 쥔 주한미군의 철수 등 5대 조건을 제기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다. 이 시점은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이 본격화된 201611월 유엔안보리 결의 2321호나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론이 등장한 20178월보다 앞선 때이다.

즉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은 갑작스런 것이 아니라 지난 2012년 집권하면서부터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맞바꾸고 정상국가로 가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세운 '전략적 시간표'에 따라 움직여 온 것이다.

 

트럼프의 독선적 스타일과 의도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한 과정을 보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복원된 것으로 알려진 뉴욕 채널을 통해 2017년부터 최선희 국장 등과 북미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이는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20179월말 중국 방문 당시 북한과 2~3개의 대화채널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하였다. 최선희 국장이 최근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했다는 기사가 나온 것을 보면 북미 대화채널의 실무진 비중이 양측 모두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과정에서 트럼프의 정치스타일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는데, 바로 틸러슨 국무장관과 맥 마스터 보좌관의 경질이다. 이는 틸러슨과의 갈등이 매우 컸다는 반증과 함께 트럼프의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스타일을 확인해 주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측근이 필요한 것이지 잔소리가 많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측근은 불필요했다.

김정은이 틸러슨과 대화할 기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대화할 필요가 없었던 것은 그의 능력과 무관하게 트럼프와 직접 대화를 통해 담판 짓지 않으면 모든 협상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틸러슨의 후임인 폼페이오는 북미대화를 물밑에서 지휘하고 실현시킨 인물이다. 따라서 그를 실무단위로 더욱 신뢰하는 계기가 되어 사업가 출신 트럼프에겐 자신과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측근으로 친정체제를 재구성하는 계기로 삼은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트럼프가 미국 내 불안한 입지를 만회하고 중간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고 싶은 욕심과 함께 2020년 재선까지 고려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북핵 문제를 활용하려면 2020년 초반까지는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합의되어 나와 있어야 한다. 시기적으로 지금이 적절하다.

 

트럼프의 선택은?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입증한 것은 아니지만, 북핵 문제를 다루는 국제적 메커니즘은 이같은 북한의 정치적 선언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국가 전략도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

트럼프가 제시한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북한이 201711월 완전한 핵 보유국이 되었다고 선언했는데, 미국이 최소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철회와 같은 동등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신 ICBM 시험 중단과 핵시설 폐쇄 등 가시적인 조치는 가능하다. 따라서 CVID는 북측으로서는 웬만한 보장 없이는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조건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타결하고 북미관계 정상화로 이어지는 경로는 별개의 문제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이후 북과의 약속을 준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 타결까지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겠지만 북미관계 정상화는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북미 간 재대결 구도는 예측불허다. 순조롭게 출발한다 해도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변수가 너무 많아서 언제 좌초될지 모른다. 북한으로서는 미 제국주의와의 한판 승부처가 될 것이다.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이 북한의 핵확산 가능성으로 균열을 낼 여지가 많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북미 간 대화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전쟁의 '전조'로 잘못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상황이다. 이는 전쟁으로 가는 전제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 과연 트럼프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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