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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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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와 함께 확산된

노동자 언론

 

정경원노동자역사 한내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보수언론에 맞선 노동자 언론이 자리매김했다. 노조마다 홍보부, 선전부, 편집(선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노동자의 관점을 제대로 담기 위해 발로 뛰며 선전역량을 높여갔다.

 

선전물 면대면 배포는 곧 조직화 과정

인쇄술의 발달에 따라 선전물은 손글씨와 복사, 식자, 마스터, 옵셋 등의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형식이야 어떻든 민주노조라면 노보와 소식지 발행은 필수였다. 전국의 노동자 소식, 세상을 보는 관점, 현장 상황,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투쟁 시기나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는 대자보가 식당과 노조 사무실 벽 등 현장 곳곳에 나붙었다.

개별로 선전물을 만들던 현장 선전담당자들이 지역노조협의회를 중심으로 정기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선전물을 돌려보며 아이디어를 얻고, 선전의 역할을 고민하며 필요한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것이 선전학교로 발전해 전노협에서 민주노총까지 이어졌다. 선전학교는 선전활동 원칙과 개선과제, 실무에 대한 강의, 실습, 토론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선전담당자들의 고민과 갈증을 어떻게 채울지를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전노협은 기관지로 <전국노동자신문>을 정기적으로 발행했다. 이 신문은 고속버스 편으로 각 지역으로 발송되고 지노협 담당자는 터미널로 가 신문을 받아 현장에 일일이 배달했다. 현장에서는 대의원들이 조합원들을 만나 전달했다. 직접 만나는 면대면 배달은 지역과 현장소식을 나누는 조직과정이 됐던 것이다.

하지만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노조탄압과 구조조정으로 조직이 어려워지면서 현장마다 쏟아내던 선전물 횟수와 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은 노동조합 선전활동에 대한 변화를 예고했으며 한글 편집 등 선전물 제작과 홈페이지, 카페 등 인터넷 공간을 통한 소통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선전물은 곧 현장교육, 토론 자료로 활용돼

노동자 관점을 전파하는 매체가 된 노동조합 선전물은 정부·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을지 핵심과제로 안고 출발했다. 선전 담당자들은 정부·자본의 주장과 논리 분석, 현장 진단, 지난 호 평가를 위한 토론을 했고 다음 호에 싣기 위한 자료 찾기와 학습, 토론을 했다. 주장, 해설, 진단, 교육란 등을 통해 선전물에 실린 노동자의 관점은 단순히 읽기자료를 넘어 현장교육과 토론자료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아래 글을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 구성으로 3자개입금지조항을 둘러싼 문제점을 꼬집으려했던 선전담당자들의 노력이 보인다.

 

어느 날 토끼가 거북이를 만나 달리기 시합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시합은 너무 불공평해.” 걸음이 느린 거북이가 항변을 하자 토끼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습니다. “불공평하긴 뭐가 불공평해! 너도 다리가 네 개고 나도 다리가 네 개잖니? 그러니 우리는 완전히 평등한 거야! 불평등 불평등 하고 주장하는 것은 좌경용공 사상이야. 너는 지금 자유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아주 불순한 발언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해! 알겠니?” 토끼의 말에 기가 죽은 거북이는 마지못해 경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토끼는 깡총깡총 뛰고 거북이는 느릿느릿 기어갔습니다.

이 광경을 곁에서 지켜보던 다람쥐는 거북이가 안쓰러워 보였던지 마실 물을 떠다 주었습니다. 이것을 본 토끼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습니다. “너는 지금 제3자개입을 하고 있구나!”

토끼는 즉각 다람쥐를 고발했습니다. 다람쥐는 제3자개입금지조항 위반으로 구속되었습니다. 다람쥐는 너무 억울해서 제3자개입금지조항은 헌법상의 자유권 침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위헌 여부를 기리는 재판이 벌어졌습니다. 재판은 원숭이가 맡았습니다.

토끼는 원숭이 앞에서 심각하게 말했습니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원숭이 판사가 심각하게 따라했습니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 중략 -

곧이어 토끼가 단호하게 외쳤습니다. “3자금지조항은 위헌이 아니다!”

원숭이도 단호하게 따라 외쳤습니다. “3자금지조항은 위헌이 아니다!”

토끼는 다람쥐를 바라보고 낄낄 웃었습니다. “그것 봐! 위헌이 아니라잖니?”


[아남정공노조 <동지>, 1992.9.30.]

 

오늘날 스마트폰과 SNS 발달로 종이신문, 선전물은 급격하게 감소했고 노동조합 선전활동도 획기적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다.

    

 

[참고자료]

- 한선주, <선전활동의 역사> (노동자역사 한내, 1987노동자대투쟁 전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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