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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일 모이자

낙태죄여기서 끝내자!

 

전소희사회운동위원회


 


526일은 아일랜드 여성에게 역사적인 날이 되었다. 임신중지*를 금지해온 아일랜드의 수정헌법 8조 폐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66.4% 찬성 대 33.6% 반대의 결과가 나와 이제 12주 이내 임신중지가 자유로워진다. 아일랜드만이 아니다. 당장 바로 옆 북아일랜드 의원들은 임신중지 범위 확대를 영국 정부에 요구하였으며, 폴란드에서는 정부가 임신중지를 전면 금지하려 하자 여성들은 이에 맞선 검은 금요일파업을 지난 2년 동안 여러 차례 조직한 바 있다. 가톨릭의 영향력이 강해 임신중지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거나 더욱 강화하려는 중남미 국가에서도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2017928일은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위한 중남미 및 카리브지역 투쟁의 날이었고, 각국에서 지금도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중도좌파/좌파 정권이 집권 중인 칠레와 볼리비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임신중지 허용 사유를 조금씩 확장해 나가고 있다. 국가와 자본에 의한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이자 여성의 성에 대한 억압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임신중지를 둘러싼 여성들의 투쟁이 세계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은 원하지 않는”?

한국에서도 임신중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면서 여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은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형법 269조와 270조에 의거하여 해당 여성과 임신중지 시술을 한 의사는 처벌을 받는다. 다만, 모자보건법 14조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의 경우 혹은 강간 등에 의한 임신인 경우에 한해 임신중지를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형법 조항은 오랫동안 사문화되어 있었다. 한때 임신중지 시술이 횡행했고 공공연한 비밀이었음에도 국가는 단속하기는커녕 오히려 나서서 주도적으로 임신중지를 조장하기도 하였다. 인구 과잉이었던 시절에는 직간접적으로 임신중지를 권하였고, 심지어 한센인 강제단종과 같이 우생학적인 이유로 임신중지를 강제하였던 적도 있다. 그러다가 이제는 저출산 시대이니 출산을 권장한다며 불법임신중지를 단속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가는 여성의 몸을 인구 관리 및 통제를 위한 수단, 즉 미래 노동력 수급을 조절하기 위한 도구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여성의 성을 오로지 임신과 출산이라는 기능으로만 제한하면서,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정당화하고 또 확대재생산하는 도덕체계를 구축시켜 현 체제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가부장적 권력에 도전하는 여성을 시건방지다고 하고, 여기저기에서 여성혐오와 성폭력이 판을 치고, 국가는 아이 많이 낳아서 알아서 키우라 종용하고, 도덕적 보수주의자들은 자유를 외치는 여성을 사회적 악으로 몰고 있다.

지난 524, 낙태죄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변론에서 법무부는 임신중지하는 여성을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 및 출산은 원하지 않는사람으로 폄훼하였고, 또 임신중지를 중독성이 강한 마약에 비유하면서 많은 비난을 샀다. 노동력 수급조절 - 여성억압의 확대재생산 - 보수적 성윤리 강제 간의 삼각관계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77, ‘낙태죄전면 폐지하고 여성의 재생산권 쟁취로

지난 2012년 형법 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을 결정하였고 정부 측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2016년 저출산 대응 차원에서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지 시술을 하는 의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종교적 보수주의자들도 이에 가세하면서 잠잠하던 논쟁이 다시 표면화하였다. 그리고 이에 맞선 여성들은 단순히 현상유지를 넘어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시민사회단체, 여성단체 등으로 구성된 연대체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 변혁당도 가입하여 활동 중이다.)이 구성되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1710월에는 낙태죄폐지 국민청원에 23만 명이 서명하면서 정부로부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끌어낸 바 있고, 현재 헌법재판소가 다시 낙태죄의 위헌여부를 심리 중이다. 모낙폐는 현재 10만 명을 목표로 한 대시민 서명운동을 전개 중이며, 오는 77()에는 여기서 끝내자라는 제목의 대규모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안에 헌재의 판결이 나오게 되면 이후 임신중지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통제를 끝내고,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재생산권 쟁취를 위한 투쟁에 함께 나서자.

 

* 낙태는 태아를 없앤다는 뜻을 가진 말로, 주체로서의 여성의 권리를 부정하고 있다. 반면 임신중지는 여성이 중심이 되는 개념이다. 변혁당 여성사업팀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가 아닌 임시중지()’, 혹은 임신중단을 모든 당원이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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