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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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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을 넘어 
노동자민중 주도 
권력기구 재편 전망으로

 

임용현기관지위원장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하 특조단’)이 지난 525일과 65, 2차에 걸쳐 법원행정처의 내부 문건들을 공개하면서 일선 판사들을 사찰하고 주요 재판에 개입한 흔적이 확인됐다. 재판 사무를 돕는 행정기구인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본연 업무와는 무관한 정치적 행보를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 거리낌 없이 자행한 것이다. 이재용과 박근혜가 경영권 승계와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문제를 은밀하게 거래했던 20157월 무렵에는 법원행정처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상고법원 설치) 해결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20158월 양승태와 박근혜의 독대에 앞서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정권 맞춤형 판결을 홍보하는 문건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인데, ‘현안 관련 말씀자료(2015727),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BH(청와대) 설득방안(728),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731) 문건 등이 이 때 작성되었다. 문건은 박근혜 정권의 4대 개혁 과제 가운데 특히 노동, 교육 관련 판결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왔다고 기재하고 있다. 대표적인 협력 사례들로 20146월 콜텍과 같은 해 11월 쌍용차의 정리해고가 적법하다는 판결, 20152KTX승무원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부정한 판결, 20153월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기각 판결 등이 언급되었다. 지난 국정농단 사태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적폐세력들의 민주주의 유린이 사법부 안에서도 조직적으로 행해진 것이다.

 

꼬리 자르기 나선 사법부

특조단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406개의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을 검토한 결과, 사법행정을 비판한 법관들의 성향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한 파일의 존재는 확인됐다면서도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부과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일축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에 대해 특조단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이는 다음의 사실을 통해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우선, 특조단이 확보한 406개에 달하는 방대한 파일 중 외부 공개된 파일은 고작 98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초유의 사법농단사태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는 여론이 들끓는 와중에도, 특조단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일정한 범위 내에서 공개하는 것이 관련 법령의 취지에 부합한다며 비공개 사유를 둘러댔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은폐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두 번째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이를 특조단이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실제 실행된 사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지만, 문서들이 주는 충격이 크다. 심의관들이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제청할 가능성이 무척 높은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선호하는 문서 스타일에 맞추려고 노력한 것과 무관치 않다.”라는 조사보고서의 결론은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의 장기간 근무로 인한 폐단에서 파생된 문제로 수렴하는 식이다. 이 또한 양승태 대법원의 지시 또는 개입 가능성을 고의적으로 배제한 채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사법부의 불충분하고 불투명한 셀프조사보고서만 보더라도, 이런 식으로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에 다가설 수 없음이 명백하다.

 

3권 분립의 허상

사태를 축소은폐함으로써 사법적폐의 일소를 무마하려는 사법부 내부의 집단적 저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65일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의 회의, 뒤이은 6일 전국 법원장들의 회의 등 각급 고위 법관 모임이 사법농단 사태에 관한 대책 회의를 열어 속속 입장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나 같이 검찰 수사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형사조치는 적절하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을 스스로 훼손했던 사법부가 이제 와서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를 걱정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아연실색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일선 판사들의 모임인 전국법관회의61110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사법농단에 대해 검찰수사를 포함한 형사조치를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고위 법관들과 일선 판사들 사이에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양측은 모두 사법부 독립을 각자의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헌법상의 권력분립 원칙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권력분립은 헌법 제1조에 나오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맞을까? 각계각층에서도 사법개혁을 부르짖고 있는데, 이들 대다수가 권력분립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라고 간주하고 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에서 권력분립은 ‘3권 분립으로 표상되는 바, 입법사법행정부로 국가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주권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만약, 3권 분립이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게 만드는 요소라면, 그리하여 3권 분립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사회라면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같은 사태도 이내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말인가? 유감스럽게도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은 국가기구의 조직 방식이나 정부 형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민주적 통제 여하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4년 내지 5년마다 한 번씩 치르는 선거로는 기껏해야 입법부의 대표자들, 행정부 수반에게 권력을 위임할 수 있을 뿐, 소수의 자본가나 엘리트가 전유하는 구조 자체를 뒤바꾸진 못한다. 심지어, 사법부는 이같은 알량한 위임 절차조차 갖추지 않은 채 적폐세력들이 권력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권 분립을 온전히 실현한들 그들만의 리그가 끝날 턱이 없다.

 

노동자 권력

결국, 관건은 허울뿐인 3권 분립을 넘어 입법사법행정 3부를 비롯한 모든 공직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권력기구에 대한 민주적 통제란 무엇을 뜻하는가. 모든 공직에 대한 자유로운 참여 및 선거권을 보장하고, 선출된 공직자는 노동자의 평균임금 수준을 받으며 임기 중 언제든지 소환될 수 있어야 한다. 일체의 특권을 폐지한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민주적 통제는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적폐청산 같은 개혁 담론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주권자인 노동자민중의 직접정치를 가능케 하는 것, 다시 말해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노동자 민주주의)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 민주적 통제의 실질적인 내용이어야 한다.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이 완전히 사라진 부르주아 민주주의 체제조차 국가 기간산업, 재벌 소유 기업, 금융자본 등 주요 생산수단의 사회화모든 비정규직의 철폐완전한 정치적 자유와 결사권 등을 가져다 줄 수 없음은 명백하다. 노동자민중이 직접 국가의 주요 정책들을 결정하고 스스로 집행해 나갈 수 있을 때, 다수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같은 요구들은 비로소 실현 가능할 것이다. 변혁당 강령에서는 이를 노동자 권력의 문제로 정식화하고 있다


역사상 파리코뮌, 소비에트, 코르돈(산업조정위원회)과 같은 노동자와 민중의 권력은 노동자계급과 민중이 투쟁의 전진 속에서 창조해 낸 투쟁조직이자, 민주주의 조직이며, 자치 권력기관이었다. 한편 4·19, 5·18, 6월 항쟁 및 7·8·9대투쟁, 그리고 96·97노동자총파업과 같은 한국의 노동자민중투쟁의 역사에서 드러나듯, 한국에서도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노동자권력을 수립하는 과정은 노동자총파업과 전민중적 항쟁의 결합으로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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