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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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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미디어제국독주기관차를 멈춰라!

 

송준호기관지위원회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계절이 오면, 한국 극장가에는 으레 그렇듯 블록버스터Blockbuster영화가 앞다투어 걸린다. 엄청난 제작비와 홍보비로 무장하고, 폭격하듯 상영관을 잠식해 막대한 수익을 내는 이 블록버스터 대작大作 영화는,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제작환경을 확산해 영화산업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한국영화산업이 대작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한국영화계 1위 기업인 CJ Entertainment(이하 ‘CJ’)조차 한국영화 상영편수를 201227편에서 2017년에는 절반가량인 13편으로 줄였다. 영화계의 문화다양성을 저하하는 생태교란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대 자본이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 규모의 먹잇감이 필요하다. ‘스크린 독과점은 그런 자본의 이해관계에 의해 발생한다. 영화 제작·배급과 상영·유통 회사를 동시에 거느린 한국의 영화사들은 소유한 자본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승자독식 구조를 끊임없이 유지·확대해왔다.

 

스크린 독과점 얼마나 심각한가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스크린 독과점은 상업적 상영 쏠림 현상내지는 상영관 몰아주기. 자사가 제작한 영화를 자사의 유통배급망에서 몰아주는 방식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는 특정 영화에 대한 상영관 몰아주기를 평가하기 위해 상영점유율을 사용한다. 상영점유율은 일일 전체 상영횟수 대비 한 영화의 상영횟수 비중을 말하는 것으로, 쏠림의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일별 상영점유율 1위 영화들은 평균 30% 정도로 일정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3대 영화제작사인 CJ, 쇼박스, NEW의 영화다. 현재 한국의 영화시장은 1위 영화가 평균적으로 전국 극장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동시에 전국 극장의 60% 정도가 단 세 편의 영화에 약 3:2:1의 비율로 돌아가고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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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2017년 상영점유율 순위별 분포


시장점유율을 보더라도, 가장 규모가 큰 CGV가 거의 5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합한 3사의 시장점유율은 96~7%대로 절대적이다. 통상 1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취급하는데, 한국에서는 CJ가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로 CJ2003년 이후 2017년까지 전체 배급사 관객 점유율에서 15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CJ의 독주체제

CJ E&M은 한국의 콘텐츠·미디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채널은 tvN, Mnet, OCN, chCGV, SuperAtion, ONSTYLE, OLIVE, Tooniverse 등으로, 채널을 돌리다보면 한 번쯤 보게 되는 곳들이다. 채널별 사업 분야도 텔레비전, 영화, 음악, 패션 및 뷰티, 만화 등 다방면에 걸쳐있어,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끼친다.

그중에서도 영화사업부문의 영화 제작·배급을 맡고 있는 ‘CJ Entertainment’는 메머드급 기업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영화의 제작투자에 이어 한국 최대의 배급망인 CGV 극장체인을 소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다. 전국의 멀티플렉스 상영관 361, 스크린 2,605개 중에 CGV는 각각 40%, 42%에 해당하는 상영관 145, 스크린 1,085개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컬처웍스의 계열사인 롯데시네마, 삼성계열사 중앙그룹이 소유한 메가박스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더하면 3대 극장체인이 소유한 상영관은 전체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98%에 달한다.

이러한 유통망의 독과점은 영화의 생산과 수익의 배분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지위를 보장한다. 영진위의 <2017한국영화산업결산>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CJ는 평균 20.3%의 관객점유율을 보인다. 한 해 동안 극장을 찾은 전체관객의 다섯 명 중 한 명은 CJ가 배급한 영화를 보았다는 뜻이다. CJ2017년 한 해에만 2,63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한국영화산업에서의 독주를 이어갔다.

 

수평계열화, 정말 대안일까

한 제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하나의 대기업 계열사 고리로 만드는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는 한 기업의 시장점유율 확대에는 단연코 유리하다. 이는 곧 내부거래에 의한 일감몰아주기로 불공정거래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다. 영화 배급과 상영(극장 체인)의 분리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대기업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수직계열화의 강제분리, 즉 수평계열화Horizontal Integration를 언급하며 1948년 미국의 일명 파라마운트 판결을 사례로 든다. 당시 워너, 파라마운트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게 소유하고 있던 극장을 매각하도록 판결함으로써 독과점이 해결되고 제작과 배급의 경쟁력이 갖춰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이 수평계열화'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러한 주장은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숱한 경험을 통해 거대 자본의 결탁과 공조를 너무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자본의 통제를 벗어나는 변혁적 배급망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경쟁체제의 포장만을 바꿀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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