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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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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을 위한 나라는 없는가

 

정용경사회운동국장



 

최근 광화문에서는 난민 반대집회와 난민 반대에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동화면세점 앞, <난민대책 국민연대> 수백 명이 국민의 안전을 운운하며 무궁화를 흔들었다. 이들은 이슬람 문화권을 비방하고 예멘 난민들을 테러리스트라 부르며 국가주의·기독교·민족주의를 내세웠다. ‘가짜 난민 특혜 반대,’ ‘국민 동의 없는 난민법 반대,’ ‘북한 인권문제 해결까지 아우르는 모순적인 구호를 내걸고, 난민들이 성범죄여성혐오를 저지른다며 여성에 대한 수구적 보호주의를 여성주의로 둔갑시키려 했다.
하지만 난민 인권이 북한 인권과 대척점에 있다며 북한 난민이 진짜 난민이다”, “가짜 난민은 물러가라를 외치는 이들은 국수주의적 파쇼에 지나지 않았다. 맞은편 원표공원에서 진행된 난민반대에 반대하는 집회에서는 혐오에 대한 규탄과 난민, 이주민에 대한 환영이 이어졌다.
제주도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국민청원에 불과 나흘 새 18만 명이 서명하는 등, 난민을 둘러싼 인종혐오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난민들은 제국주의적 군수자본의 노름판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이들이며, 이 땅에서 가장 취약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처해질 이주노동자들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제국주의와 군수 자본 탓에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예멘
최근 제주로 입국한 예멘인 500명이 한국 정부에 난민 지위를 신청하고서 제주 출도 제한, 제주 무사증 입국 불허로 발이 묶여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서 난민 보호 대책을 주문한 뒤에야 취업까지는 허용되었다.
난민들은 왜 예멘을 떠나 척박한 이역만리 한국으로 피난할 수밖에 없었는가? 2014년 예멘 내전 발발 이래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병원, 보건소, 산업시설 전반을 공습, 파괴, 전면봉쇄했고, 예멘 인구의 78%가 마실 물조차 확보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난민이 속출했다.

2011년 예멘 혁명 당시만 해도, 민중의 저항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예멘의 옛 독재정권을 비호하던 미국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면서 비극이 확산됐다. 20153월부터 2년간 13,600여 명이 예멘에서 사망했다. 기근으로 굶어 죽은 사람만 50,000명을 웃돈다.

지금의 예멘 상황은 초국적 군수물자 카르텔의 담합과 열강의 패권다툼으로부터 기인한다. 대한민국 정부와 군사협정을 맺고 있는 아랍에미레이트도 사우디아라비아와 합세해 예멘 내전에 가담했다. 당시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180억 원 상당의 탄약을 사우디와 아랍에미레이트에 반출했던 것이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폭로로 밝혀진 바도 있다. 현재의 난민 발생 사태에 대한 책임을 한국 정부도 결코 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난민으로, 이주노동자로 한국에서 살아가기란
척박한 한국 땅으로 내몰린 이들이 이주노동자로 살아갈 앞날도 막막하기만 하다. 20년간의 투쟁 끝에 이주노조가 합법화된 지도 3년이 흘렀지만, 고용허가제는 여전히 고용주에게 생사여탈권을 부여하며 이주노동자들을 극악한 노동환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사망 신고 건수는 연평균 109명이었다. 그러나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자료를 보면, 이주노동자 사망자 실제 총계는 그 다섯 배를 넘는 연평균 586명에 이른다. 이마저도 정확한 집계라고 보기 어렵다. 단기순환 원칙으로 체류 기간을 평균 4년으로 한정짓는 고용허가제 탓에, 이주노동자의 20%가량은 미등록 신원으로 전락해 폭력적인 강제단속추방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은 마땅히 호소할 곳도 없는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려 끊임없이 죽고, 다치고, 임금을 체불당하고, 쫓겨난다.

난민이 생계지원금만 축낸다는 낭설도 돌지만, 이 또한 사실무근이다. 한국에서 난민들은 생계지원금을 초기정착 3개월간 월 43만 원씩 받으며 겨우 연명하다 이주노동자로서 살게 된다. 이조차도 생계비를 지원 받는 난민 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2016년 생계비 지원을 받은 난민 신청자는 전체의 8.6%뿐이었다.

 

연대한다는 것,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에 의한 나라를 함께 꿈꾸자는 것

난민들은 제국주의 질서의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들이고 이주노동자들이다. ‘국민국가의 패권적 당위와 군수산업의 모략 속, 노동자계급은 이들과 국경을 넘은 연대를 이어야 한다. ‘종교’, ‘문화’, ‘인종을 단선적으로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에 그대로 놀아나는 것이다. 그렇게 책동된 분열과 혐오를 이용해 지배계급은 노동자를 정복하고 군수물자로 노름판을 벌여왔다.

세계자본주의체제는 소위 후진국이주민들을 경계하고 폄하하길 종용한다. 그러면서 지배인종, 서구, 세계패권의 중심 질서에 강제 편입시키려 한다. 피억압민으로서 우리는 이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
자본주의 국민국가체제의 고리타분한 선입견을 벗고, 우리 곁의 난민과 이주노동자들과 단결하여, 지배계급의 억압적 이데올로기로부터 진정 자유로운, 모든 노동자들을 위한, 모든 노동자들에 의한 새로운 나라를 함께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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