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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에 토요택배까지,

집배노동자들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

 

정창수전국집배노조 수석부위원장


 

[사진: 전국집배노동조합]     


비가 온다. 태풍 콩레이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내리는 비 소식이 배달 나가기 전부터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이런 날엔 길도 미끄럽지만 몸도 마음도 젖는 게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의 기막힌 꼼수

지난달 914일 추석 특별소통기*에도 충남서산우체국 집배노동자가 배달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벌써 올해만 19명이 과로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집배노동자들의 산재사망률이 높은 까닭은 과중한 업무에 기인한다. 하루 종일 오토바이를 타고 집배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교통사고의 위험은 그림자처럼 늘 붙어 다닌다. 산더미처럼 수북이 쌓인 택배나 우편물을 당일 처리하려면 초과근무는 다반사일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개인이 아무리 조심한다고 한들 사고 위험이 줄어들 리 만무하다.

7월부터 시행된 300인 이상 사업장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우체국 내에서는 무료노동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과도한 물량으로 일찍 출근을 해도 출근체크를 늦게 하라고 한다. 가령 7시에 출근을 해도 730분 이전에는 등록하지 말라고 하는 식이다.

근래에는 그간 작성하지 않던 일일업무 기록지를 작성하게 하고 주 단위 12시간을 초과한 집배노동자들은 일일이 형광펜으로 선명하게 줄을 그어 현황판에 게시하기까지 한다. 이런 식으로 자기 검열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집배노조 출범 초기부터 줄기차게 폐지를 요구했던 토요택배는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시간외 근무 12시간을 초과할 듯한 비정규직 상시계약집배원의 근무를 아예 빼버리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추석 특별소통기에 광주지역 우편원 노동자들은 새벽 2시부터 5시 사이에 출근했지만, 단 한 차례도 야간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시간외 수당으로 지급받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서울의 한 우체국에서는 시간외 수당을 0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2월부터 7월 사이 월 평균 2~4회 고의로 시간외 명령을 하루 30분씩 차감했다. , 1시간이 아니고 0.5시간이니 0시간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계산법이다. 최근 인천에서도 똑같은 일이 생겨 집배노조 조합원이 문제제기하자 다음 달 월급에 반영한 사실도 있다.

충남의 한 우체국에서는 비정규직 상시계약집배원들을 식당에 모아놓고 시간외 수당을 신청하지 말라고 종용하는 등, 52시간 시행 후 어떻게든 노동시간을 축소, 심지어 조작하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광양우체국에서는 장시간 노동으로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집배노동자에게 당직근무를 시키고, 시간외 수당조차 지급하지 않는 일도 발생했다.

 

최악의 살인기업’ 2년 연속 선정

이것이 주 52시간 시대를 맞이하는 우정사업본부의 본모습이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에 대한 증원계획은 고사하고, 집배노동자들에게 무료노동을 강요하면서 보여주기식 행정처리에만 급급한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어찌 개탄하지 않을 수 있나?

우정사업본부는 최악의 살인기업에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인력증원에 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집배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죽거나 다치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지면서 문재인 정권 초기에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발족한 바 있다. 기획추진단은 집배원 작업환경조사, 근로실태조사, 고용형태개선 등 3개 과제를 중심으로 세부 실행계획을 내놓기로 하였다. 그로부터 12개월이 지난 현재, 연구·조사 결과 발표만을 남겨 놓고 있다. 집배노조가 요구하는 6,500명의 인력증원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토요택배 폐지를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근로시간 단축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인력증원과 주 40시간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렇게 산적한 문제들 앞에 집배노조가 있다. 장시간 과로노동의 덫에 사로잡힌 집배노동자들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앞으로도 집배노조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 추석특별소통기: 전국 24개 권역의 우편집중국에서는 설과 추석 등 매년 명절연휴기간을 전후한 2~3주의 기간을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하고, 평상시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우편 물량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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