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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억 원 혈세의 대가가 

한국지엠 해체인가

 

한국지엠분회인천

 


1년 전인 20171016,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경영견제장치였던 이른바 비토권*을 상실하면서 한국지엠 철수설에 불이 붙었다. 철수설이 사실무근이라던 한국지엠 사측은 연말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며 인력감축에 나서더니 올 2월 군산공장 폐쇄를 통보하며 전격적인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노조와의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던 4월에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며 회사 문을 닫을 것처럼 협박해 노동조합을 굴복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이 협박에 동조하며 8천억 원의 혈세를 GM에 퍼주었다. 한국지엠을 부채비율 85,000%의 악성 부실기업으로 만들어놓았던 GM본사의 부채 떠넘기기와 비용전가 등 약탈적 경영구조는 건드리지도 않은 채, 정부와 GM5월 비공개 합의를 맺고 경영정상화를 선포했다.

산업은행의 비토권 상실로부터 1년이 경과하는 20181019, 한국지엠 주주총회가 열린다. 그리고 여기에서 GM은 또다시 구조조정의 포석을 깔고 있다. GM이 주주총회에 상정한 안건은 바로 한국지엠에서 연구개발부문을 떼어내 별도의 법인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지엠은 연구개발능력을 상실한 채 단순한 하청생산기지로 전락한다. 매각도, 철수도 더 용이하다. 한국지엠 사측은 지난해 철수설이 불거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과도한 우려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사정을 들여다보면, GM의 책략은 아주 일관되어 있다. 그리고 그 끝은 한국지엠의 공중분해다.

 

GM의 목표는 한국지엠 정상화가 아니다

완성차업체인 한국지엠은 현재 연구개발, 생산, 정비부문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그런데 GM은 지금 이 세 부문 모두를 분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연구개발부문은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고, 정비부문은 아예 외주화하겠다고 통보해 정비사업소 노동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생산부문의 경우 지난 5월 군산공장이 끝내 문을 닫아 부평·창원공장이 남아있는 가운데, 7월에는 부평 2공장이 물량축소를 이유로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했다. 신차를 배정하고 투자를 늘리기는커녕 회사를 잘게 쪼개고 하나씩 없애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개발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떼어내겠다는 것은 지난 7월 갑작스럽게 발표되었다. 정부와 GM이 이른바 경영정상화합의를 맺은 지 2달 만에 회사를 쪼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1019일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거는 한편 주주총회가 열릴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GM은 애당초 지난 4월 정부와 협상하고 있을 때부터 법인분리를 제기했다. 1010일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당시 GM이 법인신설 논의를 제안했지만 산업은행이 난색을 표했다고 명시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정부가 GM과 협상을 벌이던 당시에도, 합의 이후에도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 GM은 정부와 합의서에 도장을 찍는 그 순간에도 한국지엠을 갈가리 찢는 구상을 갖고 있었고, 지금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쪼개서 죽이기

한국지엠의 분할이 현실화할 경우 사업부문별 매각이나 축소는 더욱 간편해질뿐더러 GM이 폐쇄나 철수를 단행한다면 그 이후의 독자생존마저 불가능해진다. 연구개발능력 없는 생산라인이든, 생산능력 없는 연구소든 독립적인 자동차기업으로 존속할 수가 없다. 요컨대 GM은 한국지엠을 해체해 GM본사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완전한 하청기지로 전락시켜, 향후 정부와 노동조합이 GM의 약탈적 요구에 더욱 종속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GM4월에 이미 법인분리를 제기했다는 것은, 애초부터 노동조합의 양보와 정부지원만 받아내고자 했을 뿐 한국지엠의 안정적인 운영은 단 한 순간도 고려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GM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허무한 환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지난 7월 부평 2공장 1교대 전환 합의를 막지 못한 것은 뼈아픈 과오다. 과거 2014~15년 군산공장에서 1교대 전환 합의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이후 결국 공장폐쇄를 당했던 전례를 목도했음에도 또다시 비정규직을 내치는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창원과 부평공장 모두에서 연이어 불법파견 판정이 나왔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끈질기게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무직 노동자들이 법인분리에 반대하며 부평공장 본관 앞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지난 과오를 딛고 이 투쟁의 불씨들을 하나로 모을 때, 우리는 GM의 구조조정에 맞선 새로운 싸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2002년 대우자동차를 GM에 매각하면서 산업은행은 대주주인 GM이 한국지엠 자산을 매각·처분·양도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고 이를 비토권이라고 불렀다. 이로써 한국지엠의 폐쇄나 철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2002년 당시 이 거부권의 기한을 15년으로 설정함에 따라 2017년 기한 만료로 산업은행은 거부권을 상실했다.

** 2017년 상실한 비토권과 별개로, 산업은행은 한국지엠 지분 17%를 쥐고 있는 2대 주주로서 회사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사안에 대한 거부권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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