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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의 가치평가

그 근원적 한계

 

지수사회운동위원회




108일 통계청이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를 국가통계로 수치화해 발표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계생산 위성계정에 따르면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2014년 기준으로 연간 361조 원으로 계산됐다. 이 액수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24%에 이른다.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1569원으로 2014년 당시 최저임금의 2배가량이 된다. 예상대로 무급 가사노동의 대부분은 여성이 담당하고 있었다. 여성 전체가 1년간 수행한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272조 원으로 남성들이 행한 무급 가사노동 가치(88조 원)3배를 웃돌았다. 정부기관에서 가사노동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내놓은 것이 처음이니만큼 그림자노동인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환영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가사노동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과정은 예상했던 대로 한계적이었다.

 

가사노동, 시간당 노동가치는 남성이 더 높다?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214분으로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인 53분 대비 4배 더 많았다. 그런데 1인당 가사노동 가치 산정에서 여성은 1,0769천 원, 남성은 3468천 원으로 3.1배 차이가 났다. 왜 여성이 4배 더 일했는데 가사노동가치산정은 3배에 머물렀을까. 통계에서조차 여성노동은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가사노동의 가치를 산정할 때 가사노동 시간에 직종별 대체임금 수준을 곱해 산출했는데, 이때 기준이 되는 대체임금 산출에서부터 남성시급을 13,564, 여성시급을 9,864원으로 차등해서 산출했기 때문이다. 남성시급의 78%에 불과한 여성시급은 현 노동시장의 성차별 임금과 가사노동과 유사한 직종의 저임금 구조가 그대로 반영되었다. , 현존하는 성차별적 임금 기준으로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한 것이다.

이 산정방법에 따르면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는 하루 59,184, 월급 기준으로 1775천 원, 연봉 기준으로는 2,160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손해보험협회에서 전업주부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받는 휴업배상 금액으로 책정된 일당 94,983(20189월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1인당 노동가치를 산출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노동의 가치는 15세 이상 인구의 가사노동을 평가한 금액으로 산정한 후, 1인당 노동가치를 산출할 때는 15세 미만 아동까지 포함한 전체 인구로 나누는 방법을 사용했다. 전체 인구로 나누다 보니 연간 평가액은 낮게 분석될 수밖에 없다. 기혼미혼 여성의 연간 1인당 가사노동 가치도 이번 통계에는 담기지 않았다. 또한 가사노동 시간에 대한 과소추정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정서적이고 감정노동인 가사노동이 제대로 추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사노동의 가치평가는 사회적 책임의 문제로 나아가야 한다

가사노동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것은 그간 당연히 여겼던 무급노동의 보이지 않는 가치를 드러낸다는 의미가 있지만, 자본주의 하에서 가사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가격설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자본주의 시장 안에서의 가사노동의 가치산정은 여성의 노동을 계속해서 평가절하하려는 자본주의적 방식을 결코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한계는 통계방식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발 딛고 있는 구조와 그 구조가 지향하고 있는 세계관에서 비롯된다. 저임금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의 부불노동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 양육과 돌봄을 철저히 개인의 영역으로 치부하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가사노동이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는 것은 요원하기만 하다.

가족과 사회 속에서 여성들에 대한 전통적인 성역할 기대는 여전하고, 사회서비스 시장 영역에서 불평등한 성별노동분업 역시 온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돌봄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 요구, 가사노동자의 노동권 인정투쟁 등 사랑이라는 이름을 노동으로 바꿔내는 투쟁들이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 성역할과 성별노동분업에서 벗어나는 것, 양육과 돌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은 이 사회를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로 변화시키는 과정 속에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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