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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을 위한 도구

존엄을 인정받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의 현실

생산직 전원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동희오토와 서산시

 

심인호충남

 


직업으로 사람의 가치가 결정되는 세태에서 질문은 너그 아부지 뭐하시노?”였다. 언제부터인가 질문이 바뀌었다. “거기 정규직이니, 비정규직이니?”로 말이다. 요즘은 비정규직 노동이 고용의 일반적인 형태가 되면서 그런 질문도 사라진 듯하다. 비정규직으로 취업을 하는 것이 당연한 세태가 된 것이다. 이런 현실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 동희오토이며, 충남 서산지역이다. 수많은 부품사와 함께하는 한국 제조업의 핵심인 완성차 공장에서 생산직 전원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당시로서는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파격적인 행태였고, 결국 성공을 하고 하나의 모델이 되어버린다. 이제는 부품사에서도 2공장, 3공장을 증설할 때 100%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 되고 있다. 그곳이 바로 동희오토이고, 충남 서산지역이다.

 

생산직 100%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공장

그 전까지는 핵심적인 조립 라인이 아니라 외곽부서 중심으로 일부분에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동희오토가 만들어지면서 생산현장 전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워 넣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된다. 실제로 동희오토는 기획·인사·영업파트 등 170명 정도의 정규직을 제외하면, 14,000명 정도의 생산현장이 18개 업체 소속으로 기아자동차 모닝레이를 생산하고 있다. 임금은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고, 빡빡한 인원으로 노동강도는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특히, 해고의 자유로움으로 노동조합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마음대로 부려먹고 사용자로서 원청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그야말로 자본가에겐 꿈의 공장, 노동자에겐 절망의 공장'이 된다.

동희오토가 서산지역에 자리를 잡으면서, 동희오토에 부품을 납품하는 공장들도 하나둘씩 들어오게 된다. 문제는 동희오토의 선례가 있다 보니 서산지역에 들어오는 부품사들도 대부분 100% 비정규직 공장으로 채워져 간다는 점이다. 동희오토를 중심으로 서산지역의 자동차 관련 공장들이 생산직 100% 비정규직으로 채워져서 기아차 모닝레이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권리와 존엄이 사라지는 현장

애초 생산직 전원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발상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누구나 핵심적인 업무가 아닌, 그리고 간헐적인 업무에 투입되는 것이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희오토가 생기면서 그런 편견(?)은 사라지고, 자동차의 핵심적인 조립라인과 설비파트에도 비정규직으로 충분히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오히려 관리·감독이 강화되면서 가동률 100%, 조립 품질도 좋아지는 기형적인 형태가 만들어졌다. 조립불량이라도 하나 발생하면, 원청에 보고되고 다시 하청업체 소장-반장과 같은 관리직에 대한 책임추궁으로 이어진다. 그런 문책은 결국 현장노동자들에게 몇 배나 커진 채로 돌아온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은 낮아지고,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야말로 공장의 부품으로 전락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당장 때려치우고 싶고 처음에는 불만도 가져보지만 주변의 다른 부품공장들은 동희오토보다 못한 현실에서 그러기도 쉽지 않다. 노동자들의 단결로 그것을 바꾸어보고 싶어도, 일상적인 압박과 계약해지나 업체 폐업의 위험은 동료를 믿지 못하고 체념하게 만든다. 원래 노동자들은 그렇게 사는 것인 양, 체념 속에서 살아간다.

 

비정규직 시로 전락한 서산지역

심각한 것은 동희오토를 중심으로 서산지역 전체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파텍스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서산공장은 애초에 100% 비정규직 공장으로 만들어졌다. 동희오토보다 먼저 세워진 현대 다이모스는 제2공장(DCT 공장)을 생산직 전원 비정규직 공장으로 만들었고, 현대파워텍도 비정규직 비율을 날로 높여가고 있다. 지역의 핵심적인 사업장인 동희오토와 현대계열사가 이렇다보니 다른 부품사들은 당연히 100% 비정규직 공장이고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동희오토를 중심으로 100% 비정규직 공장들 간에도 1, 2차 밴드 등의 위계와 서열이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스럽게 동희오토를 중심으로 지역 노동자들의 삶도 규정된다. 동희오토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하면 다른 공장들도 그에 맞추게 되고, 혹시 일주일 설비공사라도 하게 되면 서산지역도 자연스럽게 연휴에 들어간다. 그렇게 생산의 연쇄고리를 중심으로 촘촘하게 지역의 노동자들이 연계되어 있다. 그리고 그 공장이 핵심 부품인지, 어떤 규모인지에 따라서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이 정해진다. 당연히 아래로 내려가면서 저임금이 고착화되고 관리와 통제는 심해진다. 이런 동희오토의 현실, 그리고 지역의 상황을 그 자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장기적인 전망과 지속적인 조직화에 대한 고민을 견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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