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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에도 없는 학생들의 정치권리

인권과 자치권이 규제와 통제로 덧씌워진 학교생활인권규정

 

권미정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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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학생의 날을 앞두고 경기도당에서는 도 당원들에게 자녀, 조카, 이웃집 학생, 근무하는 (··)학교의 학교생활인권규정에 대해 알고 있으면 알려달라는 요청글을 올렸다. 2017년 도당이 주체로 나서서 만든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 경기연대>(이하, ‘경기제정연대’)경기도학생인권 톺아보기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제정연대의 토론회는 지난 124일 진행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2010년에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이다. 여전히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지역별 투쟁이 진행되고 있고, 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에서는 경기도지역의 학생인권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제정연대의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확인된 것은 학생인권조례는 있지만 학교에는 학생들의 인권, 자치권, 참정권이 없다는 점이다.

 

학생인권은 없고, 학생규제조항으로 점철된 학교생활인권규정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인식 및 적용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매해 실태조사를 한다. 실태조사결과를 보면 학생과 학부모는 인권조례가 자주 거론되던 초기에 비해 학생인권조례를 알지 못한다는 비율이 늘어났다. 조례는 있지만 학교의 인권교육은 형식적이고, 인권조례에 대한 기대치에 비해 실제 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여전하다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서 경기도학생인권조례를 바탕으로 학교마다 만든 학교생활인권규정을 살펴봤다. 경기도 내 중고등학교 32개를 무작위로 뽑았다.

경기도교육청의 2018년 학교생활인권규정 운영 안내에는 학교생활인권규정은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제한하는 법규적 성격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애초에 학생의 인권을 보호·보장·실현하기 위한 방안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32개 학교의 학교생활인권규정에 담겨있는 내용을 몇 가지만 살펴보면 대강 이렇다.

두발에 있어 자기 개성을 실현할 권리가 있다고 해놓고 염색·탈색·파마는 안 된다 한다. 젤이나 왁스, 스프레이, 드라이어를 이용한 경우 학교에서 머리를 감아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두발을 통한 자기 개성은 짧은머리-긴머리만 된다는 뜻이다. 양말·스타킹·가방모양·속옷·신발 등에 대해서는 색깔·모양·종류까지 제한하고 있다. 동성 간이 아니면 반드시 밝고 개방된 장소에서만 만나야 하고 애정행각·스킨십은 선도 처분 대상이다. 순결에 대한 소중함을 위해 순결교육·성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명시된 규정도 있다. 학교 안에서 학교 허락 없이 학생들이 모임을 하는 건 금지고, 더욱이 사회단체·정치단체 활동은 해서는 안 된다. 학생회 회장은 2학년이, 부회장은 1학년이 한다는 학년 제한부터 학생자치회는 학교운영에 대해 논의하면 안 되고, 자치회가 의결한 사항도 교장이 승인해야 효력을 갖는다.

 

학생다움보다 인간다움을 위한 학생인권조례

살펴본 경기지역 학교생활인권규정에는 학생은 교직원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한다, 교사용 엘리베이터는 못 탄다, 머리길이는 이래야 한다따위의 내용은 없다. 다른 지역에서는 그런 내용까지 담겨있다 하니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이런 정도로도 의미 있다 해야 할 이상한 상황이다. 충남에서 시작됐던 인권조례폐지운동을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보수세력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먼저 인권조례제정운동을 한 경남은 여전히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경기지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최소한의 기준으로 하여, 학교 구성원들의 권리가 실현되는 학교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다움보다는 인간다움이 먼저 이야기되어야 한다. 인권보다 학습권이 익숙한 학부모, 학생을 관리·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교관리자, 공부가 학생의 의무라는 사회적 인식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학교 풍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에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청의 적극적인 노력과 법률개정도 따라야 한다.

학교공동체에서 구성원들이 함께 학교생활인권규정을 만들어가 보자. 토론회 당일 발표자의 발언에 따르면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학부모·교직원이 함께 토론하고 규정을 개정해나간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뭘 허용해줄 것인지가 아니라, 학교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각자의 권리와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가 담긴 학교생활인권규정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각 학교의 생활인권규정이 공개되고 누군가 볼 수 있게 학내 공간에 비치되고 얘기되어야 한다. 학교 홈페이지에도 규정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청소년의 노동권과 인권, 정치활동의 권리가 당연하게 되는 사회로 나아갈 때 학교도 함께 달라져 갈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것은 완료가 아니라 시작일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도 학교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학생의, 청소년의,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양보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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