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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합을 거부하고 

노동개악에 맞선 투쟁을 전개하자

 

홍현진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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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버스 파업이 이곳 전라북도 전주에서 있었다. 파업투쟁 이후 불과 3년 사이에 두 번의 전국노동자대회가 인구 60만 소도시 전주에서 있었던 까닭도, 진기승 열사가 산화하신 이유도, 전주시내버스 파업의 장기화 때문이었다. 당시 전주시장이었던 송하진(현 전북도지사)은 버스노동자들의 합법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전세버스를 투입해 파업을 무력화시키려 했고, 그것이 장기파업의 원인이었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버스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설라 치면 가장 먼저 전세버스부터 투입하는 것이 버스 현장이다. 그리고 이는 대중교통인 버스의 공공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되곤 한다. , 버스 업종은 버스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가로막아서라도 항시적으로 운행되어야 하는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버스 업종에 근무형태가 특정기간 동안 일감이 몰리고 줄어드는 현실을 극복하고자 마련됐다는 탄력근로제 도입이 가당한가?

 

사회적 합의로 포장된 노동개악

지난 531. ‘노선버스 근로시간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이 발표되었다. 국토교통부장관, 고용노동부장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한국노총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하 자노련’) 등이 모여서 맺은 업종별 사회적 합의의 결과다. 합의의 골자는 근로기준법 개정과 함께 59조 특례조항에서 제외된 노선버스 현장에 실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인력충원 시간 등을 고려해 20196월까지 한시적으로 근무형태가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사업자의 적정수익구조 확보 방안을 201812월까지 마련하고, 준공영제 도입을 위해 노·사가 적극 참여토록 한다는 조항도 포함되었다. 버스 업종이 59조 특례조항에서 제외된 이유가 버스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에 따른 항시적 대형참사를 방지해야 한다는 전 국민적 여론의 결과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통상적이었으나, 결과는 다르게 나아갔다.

지난 627.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 그리고 한국노총이 머리를 맞대 발표한 버스 노동시간 단축 매뉴얼은 노동시간 단축은커녕, 현 격일제/복격일제의 장시간 근무형태를 그대로 유지시키며, 연장근로수당만을 삭감할 수 있도록 하는 탄력근로제 도입 안내서다. 심지어 전국의 각기 다른 근무형태에 따라 탄력근로제 도입이 가능하도록 매우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애초 버스 현장 노동시간 단축이 목적이 아닌, 탄력근로제 도입을 통한 임금삭감이 목적이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정도다. 이미 버스 현장에서 탄력근로제 도입은 현실화되고 있다. 직행/농어촌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현장엔, 112시간/13시간을 노동하면서도,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문서상 10시간만 근무하고 있다는 임·단협 협정서가 체결되고 있고, 하루 18시간 일하는 격일제 노동자들의 임금형태는 탄력근로제에 맞춰 소정근로시간만 맞추는 황당한 임·단협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근로시간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근로기준법조차 위반하는 이 따위 합의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민주노조가 과반노조를 점하고 있는 사업장에서조차 비슷한 요구가 버스 사업주를 통해 은근히 올라오고 있다.

 

현 시기 민주노조의 임무는 무엇인가

전체 버스노동자가 10만이다. 그 중 민주노조로 조직된 조합원은 불과 3000, 0.3%에 그친다. 민주노조가 아무리 노동자 대표성을 주장한다 해도, 저들에게 민주노조로 조직된 버스노동자들은 애초 합의의 주체도 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 현장 민주노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자노련과의 일방적 합의를 노사정 합의, 사회적 합의라 과감히 발표한다. 이는 결국 힘과 힘의 투쟁임을 반영한다. 지금 경사노위 이름으로 민주노총을 사회적 합의 테이블로 올리기 위한 온갖 협박은, 그나마 민주노조가 일정한 규모와 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의 버스 현장처럼 민주노조에 아무런 힘이 없다면 저들의 이해와 태도는 당연히 달라진다.

1210, 문재인 정권은 개정 근로기준법 주 52시간제의 처벌유예기간을 내년까지 연장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장 근거는 경사노위에서 첫 번째 안건으로 다루기로 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가 끝날 때까지 다시 말해,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복귀할 시일까지 - 자본가들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 처벌을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무제한 연장도 가능하다.

버스 현장 탄력근로제 도입 국면에서 확인되듯, 사회적 합의주의는 힘과 힘의 대결이다. 그나마 2010년 파업투쟁의 성과로 민주노조를 유지하고 있는 전북지역 버스 현장은, 탄력근로제 도입을 막아낼 투쟁을 전개하자는 논의 정도는 할 수 있다. 투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지역은, 현장은 어떤가? 조직노동운동에게, 정확하게는 민주노조에게 그 누구도 전체 노동현장에 탄력근로제를 도입해 노동조건/실질임금을 저하시킬 수 있게 할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 경사노위 테이블에 참여하지 않는 것, 그래서 적들이 스스로 만들고 있는 노동적폐에서 자유로이 투쟁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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