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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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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장기구금당하고 

강제송환 위기에 내몰리는 이주민들

 

정용경사회운동국장

 


지난 48개월 넘도록 사실상 합당한 사유 없이 장기 강제구금되었던 나이지리아 출신 난민 O씨가 강제송환의 위기에 내몰린 것에 대해, 그간 O씨의 상황에 대한 대응과 면담 등을 진행해 오던 아시아의 친구들의 탄원서 서명운동이 마무리되었다. 오는 116일 수요일, 출입국사무소에 당사자가 출석한 상황에서 이 탄원서가 법무부에 제출될 예정이다.

O씨는 자국에서 겪었던 핍박을 피해서 한국에 난민신청을 하러 왔지만, 거의 5년에 달하는 세월을 교도소 형태의 외국인보호소에 강제로 구금된 채 지내야 했다. O씨가 난민신청을 하려고 한국에 왔을 당시에는 난민법이 아직 시행되기 전이었다. 두 달의 허용된 체류기간 동안 통역관과 난민신청을 도울 사람을 제공하는 것은 누가 생각하더라도 정부 측의 당연한 의무였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난민신청자가 알아서 통역관을 구해오라는 식으로 일관했다.

이런 극악한 조건 속에서 보호라는 핑계로 난민보호소에 구금된 상태에서 O씨가 그런 사람을 자력으로 구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구금기간의 무기한 연장이 사실상 가능한 현행제도로는 법무부장관이 연장을 승인하면 그만이었다. 자국에서의 핍박을 피해 온 한국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외국인보호소에 갇혀 보내다가 강제송환의 위기에 내몰린 O씨의 상황은 결코 한 명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법무부의 정치적 저울질 속에서 형성된 구조적인 부조리 틈새에서 신음하는 난민과 이주노동자들 모두의 이야기이다.

2007211일 여수참사를 떠올리게 된다.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보호소에는 형사 범죄자가 아닌데도 철창으로 차단된 좁은 방에 구금된 이주민이 열 명 이상 우글우글 지내며, 공중전화와 면회 외에는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와 똑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심지어 구금의 사유는 임금체불, 임대보증금 미지급, 채권채무 관계 등 오히려 해당 이주민들이 피해를 입은 내용들이었다. 몇 달 몇 년간 그렇게 지내도록 강요를 받던 보호대상 이주민들이 참혹한 인권유린을 견뎌가던 이 공간에서 불이 났고, 화재 대책은 열악했으며, 구금 중이던 55명 중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휘책임자 처벌도 끝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수참사 이후 12년이 지났다.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는 2016년 말~2017년 초 기간에 6,400명 이상이 보호대상으로 감금당했고, 20명 이상은 1년 넘게 장기구금생활을 하고 있었다. 형사상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단지 난민신청 등의 사유로 2년에서 최대 6년까지 보호소에 사실상 구금된 상태였다. 이 중 네 명은 난민지위 취득도, 일시보호해제도 인정받지 못한 채 결국 강제송환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이제는 O씨도 그 강제송환의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생사의 기로에서 도망쳐 왔음을 호소하는 난민신청자를 4년 넘도록 합당하지 않은 사유로 장기구금한 뒤 강제송환을 하겠다는, 사실상 그의 생명이나 주체성을 존중하기는커녕 그저 죽음으로 내몰며 나 몰라라 해도 괜찮다는 식이다. 이러한 법무부의 태도와 제도적 문제들 속에서, 과연 지난 12년간 무엇이 변했다고 볼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내용적 위헌, 그러나 합헌이라는 헌재의 인지부조화적 판결 이후

작년 222,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631항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다. 겉으로만 보기에는 이주민들을 형사상의 문제가 아닌 사유로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교도소나 다름없는 시설에 수용하고 이를 보호라는 미명하에 무기한 연장하는 현재의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그러니 현행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 합헌 결정이 나오게 된 과정에는 정작 내용적 위헌이 확인된 부분이 있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다섯 명으로 더 많았지만, 위헌 정족수인 6명에 미달하였던 까닭에 합헌 결정이 나왔던 것이다. 합헌 의견을 낸 네 명조차도 무기한 구금 문제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까지는 인정했다.

그러나 그 이후 과연 무엇이 변했는가. 난민신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5년 다 되도록 부당하게 강제구금에 처한 뒤 생사의 기로에 다시금 내몰리게 된 O씨의 상황이 과연 납득할 수 있는 일인가.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궁극적으로는 법 자체를 바꾸어야겠지만, 당장은 현행법의 범주 내에서도 변화가 필요하고 가능하다.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대표는, “구금기간에 대한 무기한 연장을 법무부장관이 임의로 진행하고, 3의 기관이나 독립기관의 제한이나 감시를 받지 못하는 것은 분명 문제라고 말한다. 임산부, 산재고문 피해자 등에 대한 구금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외국인보호소가 아닌 하다못해 출국대기소로라도, 인권침해가 없는 시설운영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와 난민신청자들을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고 착취하는 현재의 한국 경제구조 속에서,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혐오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일부 정치세력의 눈치를 보며,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이들을 보호명목의 감금과 강제송환에 처하게 하는 법무부는 이 책임을 더는 회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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