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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의 젠더권력과 여성노동자들의 처우

젠더갑질 실태조사 결과발표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여성들이 겪는 차별은 특별한 사람이나 특별한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가부장사회에서 젠더권력(성별권력)의 차이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폭력은 지속적이고 광범위하다. 젠더갑질은 국내에서 아직 통용되는 정의는 없으나, 일탈적 개인이 여성에게 행하는 차별이 아니라 구조화되고 오래된 관습과 제도 전반에 걸친 성차별을 드러내기 위한 용어다. 고용 영역에서 발생하는 가시화된 불이익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발언, 조직 문화 등 당장 눈에 차별의 결과가 드러나지 않고 법제도의 한계로 구제받지 못하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성차별을 포괄하고자 했다.

 

일터에서 여성들이 겪는 갑질, 구직 시부터 시작

KT 본사 정규직, 케이블방송·통신, 기아차 화성공장, 교육공무직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입사, 업무수행과정(임금 및 근무시간), 임신·출산과 육아휴직 등 많은 여성노동자가 생애적으로 겪는 문제, 성폭력과 조직문화에 대한 문항이다.

먼저 구직 시 겪는 어려움에 대한 답변은 나이 많은 여성을 채용하는 회사가 없어서(29.1%)’, ‘여성을 적게 뽑거나 안 뽑아서(68, 24.1%)였다. 입사 당시 경험한 차별적 질문으로 결혼 여부, 연인 유무, 나이, 거주 형태와 관련된 질문을 가장 많이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별로 살펴본 결과, ‘결혼했느냐가 모든 사업장에서 가장 많았다.

둘째, 업무수행과정인 조사대상 여성들의 월 평균 임금은 ‘200만 원 이상~300만 원 미만인 경우가 118(41.8%)으로 가장 많았다. 평균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임에도 대부분 최저임금을 겨우 상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사 참여자들이 업무 중 경험한 젠더갑질 사례 중 응답 분포는 남자 상사나 남성 동료가 반말 등 함부로 대한 적이 있다109(38.7%)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복장이나 외모, 화장에 대한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31.6%)’, ‘회사의 중요한 정보를 못 받은 적이 있다(29.1%)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임금인상·승진·정규직 전환 차이와 관련하여 같이 입사한 사람 중 남성이 먼저 임금인상·승진·정규직 전환되었다는 응답(53.9%)그렇지 않다는 응답(40.8%)보다 높게 나타났다.

셋째, 참여자의 69.9%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는데, 알리지 않은 경우가 149(75.6%)이나 됐다. 이 중 회사에 알린 비율은 10%에 못 미쳤으며, 알리지 않은 이유는 알려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가 가장 많았다.


더 많은 노동조합이 젠더차별에 관심 가져야

심층면접 조사는 KT정규직, SKB비정규직, 수도권 교육공무직 비정규직만 진행했다. 집단면접조사는 자신의 경험을 다른 참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재해석하는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방법이다. 성차별처럼 전 생애적으로 경험하고, 차별을 감내하는 것이 익숙해져버려 쉽게 인지되기 어렵거나 공론화하기 어려운 주제는 11 면접보다 집단면접이 차별경험을 끌어내기 쉽다.

첫째,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모든 조사사업장의 여성노동자들은 임금·승진체계·노동과정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 고용이 안정적이고 노동조건이 좋은사업장인 경우(KT)는 여성채용비율이 남성채용비율의 절반에 못 미치는 등 현저히 적거나 채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승진·임금과 업무배치 및 기술전수에서 차별받았다. 또한,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에서도 여성들이 표적이 되었다. 둘째, 모든 조사사업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여성에게만 부과되는 노동, 즉 고정된 성역할 노동이 강요되었다. 돌봄노동 성격의 업무 외 서비스 노동으로 차 접대, 간식준비, 빨래, 청소·정리등 전통적으로 여성들에게 부과되어 온 가사노동들이 노동현장에서도 비공식 서비스·무보수 노동으로 강요되고 있었다. 셋째, 모든 사업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일상적인 성희롱 등 성적 괴롭힘에 노출되어 있었다. 성희롱은 여성의 낮은 위치에서 기인하는 폭력의 문제로 여성들은 이를 일상적으로 마주하며 일하고 있었다.

집단면접 조사를 통해 드러난 두드러진 특징은 젠더갑질이 특정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젠더화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재생산되고 강화되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이윤창출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노동시장은 젠더와 고용형태에 따른 분할이 이루어지고 가부장제는 여성을 가장 낮은 임금체계와 고용형태에 놓이게 했다.

남녀고용평등법의모집 채용, 임금(복리후생 포함), 교육 배치 및 승진, 정년 퇴직 및 해고에서 차별금지를 명시했으나 차별 판단기준이 존재하지 않거나 너무 포괄적이다. 특히 성별직무분리와 같이 업무배치 등의 교묘한 간접차별은 판단기준도 없다.

주목할 점은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젠더갑질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이는 실태조사 사업장을 섭외하기 어려웠던 것과 맞물리는 지점이다. 아직도 노동조합이 젠더차별을 자기 활동과제로 여기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라도 많은 사업장이 젠더갑질, 젠더차별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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