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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10주년

기억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들

 

최인기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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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인기]  



우리는 역사가 진실을 밝혀 준다.’고 믿고 있다. 과연 그럴까? 용산에서는 모두 여섯 명이 참사로 목숨을 잃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건에서 확인되듯이 용산에서 참사가 벌어진 지 10년째 되는 지금도, 진상규명과 책임자를 처벌하는 문제를 둘러싼 투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진상규명을 가로막은 적폐세력

우선 201895일 경찰청 앞에서 진행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용산 참사 사건 조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안전대책이 미비한 조기 진압 결정이 본 사건의 다수 인명피해를 일으킨 한 원인으로 판단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김석기의 지시 사항 실행을 위한 대응 문건의 조직적 여론 대응 등은 위법하며 민주 헌정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판단'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용산에서 벌어진 참사 수준의 이 사건은 단순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책임을 묻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용산 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벌어진 참사에 대해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김석기에 대해서는 즉시 수사하고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국가에 의한 폭력이 작동되었을 때 그 배후의 최고 통치자였던 이명박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묻고 있다. 국가폭력을 둘러싼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역사의 화살'은 비껴가지 않고 그 과녁의 정가운데로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올바로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하고, 참사의 원인이 모든 사람에게 제대로 설명되어 질 때에만이 건강한 사회의 출발도 약속할 수 있다. 그러나 용산 참사를 둘러싼 현실은 한마디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검찰과 법무부는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겠다며 만든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활동을 방해했다.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똑같은 상황이 와도 같은 진압 지시를 내리겠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 원내 대책 회의 자리를 통해 또다시 도심 테러운운하며 대법원 판결이 난 사건을 뒤집는 결정이라며 항의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20181220일 용산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들은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 외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농성에 들어간다. ·현직 검사들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 가처분 신청 등 민·형사상 대응을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년 전 용산 참사를 수사했던 이들은 수차례에 걸쳐 진상조사단에 의견서를 보내 파견된 후배 검사에게 항의 전화를 하거나 협박을 했다고도 한다.

외압 당사자 조은석은 용산 참사 당시 특수본 수사 총괄을 담당한 검사로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에서 법무연수원장으로 임명된 고위직 검사이고, 검찰 과거사위 활동기한 연장과 관련해 사표를 거론한 위원은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아래 사건을 통제하는 권력들의 배치 관계들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는 용산 참사

용산 참사 진상규명을 둘러싼 몇 가지 사건을 보면서, 역사는 저절로 진실을 밝혀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심지어 우리의 관심이 느슨해지는 순간, 진실이 왜곡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과거사 진상규명은 사건이 발생하고 이후 비슷하게 재현되는 사회적 과정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아현동 재건축지역에서 벌어진 젊은 철거민 박준경 열사의 죽음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 곳곳의 재개발 사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철거민의 현실은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용산 참사는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웅변해 주고 있지 않은가?

역사적 사건은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의 기억 속에 남아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철거민들은 국가 질서를 흔드는 테러리스트로 치부되며, 낙인과 배제의 덫에서 한 치도 자유롭지 못하다. 용산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체험은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고, 여전히 개발 논리에 휩싸인 도시는 어지러운 수레바퀴 아래 이리저리 채이고 있다. 버려야 할 것들은 잘못된 역사이며 처벌받지 않은 이들이다. 과거의 기억을 둘러싼 정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용산 참사 10주기는 그 물음을 우리에게 또다시 던지고 있다


* 이 글은 <용산 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성명서를 참고하여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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