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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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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만 공공부문인 발전소,

재공영화와 직고용 정규직화 쟁취로 

죽음의 컨베이어벨트를 멈추자

 

백종성집행위원장

 



20181211일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죽음 이후 한 달 이상이 흘렀다. 1227일 정부와 여당이 김용균 법이라 부르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지만, 법 개정으로 도급 금지가 적용되는 범위는 도금과 수은 등 22개 사업장 800여 명에 불과하다. 개정 산안법은 위험업무 전반에 대한 도급금지, 하한형 도입, 실질적 작업중지권 그 어느 것도 담고 있지 않다.

발전소는 여전히 8천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있다. 재발방지를 위한 정규직 전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 어느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각종 언론에서 김용균의 이름은 귀퉁이로 밀려났다. 대통령 면담을 거부한 유족에게 정부 지지층이 비난을 퍼붓는 지금, 정부와 여당은 급할 것 없다는 모양새다. 대책위와 노동자들을 배제한 진상조사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은 물론,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해서는 13일 시작한 3단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정협의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일 뿐이다. 그들은 하루 빨리 김용균의 이름이 잊히기를 고대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라서 죽었다

2018, 김용균과 그의 동료들은 28차례나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용균에게 서부발전 주식회사 태안화력발전소는 일하는 공간이었을 뿐, 그는 어디까지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소속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비용이 들어가는 일을, 언제라도 쓰고 버릴 수 있는 일개 비정규직을 위해 기꺼이 시행할 자본은 없다. 하청노동자가 죽어도, 하청노동자의 법적 소속은 하청업체일 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서부발전을 3년간 무재해 사업장으로 인증해왔고, 서부발전은 5년간 20억 원 넘는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이런 현실은 모든 비정규직에게 같다. 산재 사망사고 95%는 비정규직에게 일어나지만, 원청은 모든 책임에서 면제되어 왔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다 죽어도, 법적 의미에서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은 어디까지나 하청업체일 따름이다. 2017, ‘안전한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30대 재벌이 감면받은 산재보험료만 5천억 원이 넘는다. 2018년은 7월까지 감면액만 4,033억에 달하는 바, 2017년 감면액을 초과할 것이 확실하다. 2의 김용균을 막기 위한 투쟁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가릴 것 없는 모든 비정규직 싸움이어야 하는 이유다.

 

공공부문 민영화가 죽였다

김용균이 일하던 태안화력 외주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최대주주는 칼리스타라는 사모펀드 회사다. 태안화력 1~8호기 하청업체인 한전산업개발 최대주주는 한국자유총연맹이다. 이런 현실 뒤에는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이 있다. 자본은 공공부문을 잠식해 왔고, 이는 고 김용균이 일하던 발전소 정비업무 역시 마찬가지다.

김대중 정부는 19987월 발표한 1차 공기업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199914단계 전력산업 민영화계획을 담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한전이 발전·송전·배전부문 전체를 포괄하던 1단계에서, 2단계로 발전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매각하고, 3단계로 배전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매각하고, 4단계로 전력판매시장을 완전히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002년 발전노동자들이 총파업으로 발전소 매각을 저지한 이후, 역대 정권은 발전산업 각 부문을 서서히 개방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발전산업 민영화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자 방만한 공공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며 자본의 진입을 서서히 확대한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이 흐름은 바뀐 적이 없다.

김용균이 담당하던 발전정비 업무 역시 마찬가지다. 역대 정권은 발전소 정비업무 전체를 담당하던 공기업 한전KPS’와 민간자본의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명목으로, 발전소 정비업무를 자본에게 팔아넘겨 왔다. 2004년 한전KPS와 발전 5개사가 민간자본에 기술을 이전하는 민간업체 육성시기를 통해 정비업무 민영화 발판을 마련한 이후, 2013년부터 5년간 한전KPS 일부 물량에 입찰제도를 적용하는 경쟁체제가 본격 도입되었다.

2013년 본격 경쟁도입 이후, 한전KPS 점유율은 기존 60%에서 47%까지 줄었고 민간업체 점유율은 40%에서 53%로 상승했다. 20166,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담긴 정비업무 민간개방 확대 방안은 다음과 같다. “화력발전 정비시장 민간개방 확대. 발전5사 설비에 대한 한전 KPS의 정비 점유율을 점진적으로 축소.”

 

문재인 정부는 더욱 공격적인 민영화에 나섰다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모든 공공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진입장벽을 허물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기업투자 활성화 방안이다. “모든 공공시설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사업대상을 열거방식에서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현행 민간투자법상 열거된 도로·철도 등 53종 시설만 가능한 상황에서 19년 상반기 민간투자법 개정으로 모든 공공시설 허용)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을 비정규직으로 가득채운 역대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을 바로잡기는커녕, 더욱 공격적인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자본의 해결사에 불과하다.

김용균이 비정규직이라서 죽었다면, 죽음을 막기 위한 첫 번째 조치는 직고용 정규직화여야 한다. 그러나 정부에게 비정규직으로 넘쳐나는 발전소를 바꾸려는 의지는 전무하며, 이는 이미 공공부문 정규직전환 정책의 허구성에서 드러난 바 있다.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 1단계 가이드라인에서 밝힌 853개 기관 비정규직 415,602명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85,043, 전체 비정규직 인원 대비 전환율 20%에 불과하다. 80%의 인원이 배제된 것이다.

이 투쟁은 발전산업 비정규직 철폐투쟁이자, 정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의 허구를 드러내고 바로잡는 투쟁이어야 한다. 정부 스스로 말한 공공부문 정규직화 약속 이행을 강제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자회사 직원도 정규직이라고 주장하는 꼼수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자회사는 결국 용역회사이며, 자회사 노동자는 또 한 명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일 뿐이다.

 

죽음을 막기 위한 공공부문 재공영화 연대투쟁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14조 제1항은 다음과 같다. “14(공공기관에 대한 기능조정 등) 기재부장관은 주무기관의 장과 협의 후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기능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기관 통폐합·기능 재조정 및 민영화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국가 스스로가 자신의 매각, 즉 공공부문 민영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16년 구의역 김군의 죽음에 이은 2018년 김용균의 죽음에서 배워야 한다면, 그것은 공공부문 재공영화를 위한 연대투쟁과 장기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주하청 근절과 직고용 전환, 사업부문 재통합, 소유구조 공영화로 이어지는 연대투쟁의 건설이 필요하다. 발전산업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물론, 지하철 9호선을 공영화하는 투쟁, SRT와 코레일을 재통합하는 투쟁, KT상용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통신산업 재공영화를 위한 투쟁 모두가 제2의 김용균을 막기 위한 싸움이다.

싸움의 가교를 만들고 연대투쟁을 가시화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자본에 팔아넘기는 국가의 운영방향을 바꾸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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