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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 논란과 공공적 망 정책


오병일┃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2019년 국회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망 사용료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구글, 페이스북 등 초국적 콘텐츠 업체(Contents Provider, “CP”라고 한다)들이 정당한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주로 국내 통신사와 초국적 CP가 대립하고 있는데,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도 초국적 CP에 비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둘째는 ‘적정한 망 사용료’를 둘러싼 국내 통신사와 국내 CP의 대립이다.



통신사의 잘못된 프레임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이해관계도 복잡한데 망 비용 구조에 대한 무지와 애국주의가 결합하면서 올바른 문제설정조차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주요 언론조차 혼동하고 있는 잘못된 프레임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트래픽(서버의 데이터 전송량) 점유율이 높은데도 합당한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트래픽과 망 사용료는 별로 상관이 없다. 네트워크를 흐르는 유튜브의 트래픽이 높다면, 이는 이용자들이 유튜브 콘텐츠를 많이 요청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트래픽이 많든 적든 네이버도 전 세계에서 접속할 텐데, 그럼 네이버가 전 세계 통신사에게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가?


둘째는 ‘국내 CP와 해외 CP의 역차별’이라는 프레임이다. 동등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가 다르다면 차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CP의 경우에는 전체 인터넷에 연결되기 위해 통신사에 비용을 지불하는데, 해외 CP는 좀 다르다. 예를 들어 유튜브 등 해외 CP의 서버는 해외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캐시서버(사용자와 가까운 곳에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서버로, 해외의 본사 서버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빠르게 서비스 제공 가능)가 없으면 해외의 유튜브 서버에서 국내에 유입되는 트래픽이 높아지고, 이 경우 통신사의 국제회선에 대한 비용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면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하면 통신사의 국제회선 비용 부담이 줄게 된다. 국제회선을 통하지 않고 캐시서버의 데이터가 바로 이용자에게 전송되기 때문이다. 빠르게 접속할 수 있으니 이용자에게도 좋다. 이때 그 비용의 분담은 사업자 간 협의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국내 CP와 해외 CP의 망 사용료는 그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액수가 다르다고 역차별이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 잘못된 프레임은 ‘구글 등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망 사용료도 제대로 안 낸다’는 비난이다. 물론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초국적 기업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 이익에 비해 우리 사회에 그에 합당한 충분한 기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은 공감하지만, 이는 망 사용료가 아닌 조세 문제로 풀어야 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초국적 기술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부과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프랑스는 이미 디지털세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를 망 사용료 논의와 섞는 것은 국내 통신사의 왜곡된 프레임에 넘어가는 것이다.



통신사에 유리한 상호접속고시 개정


지난 2016년 12월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변경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이용자의 페이스북 접속이 느려져 논란이 됐는데, 이 이슈는 앞서 설명한 맥락과 함께 ‘상호접속고시’의 문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에는 페이스북의 캐시서버가 KT에 있었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이용자 역시 이 캐시서버에 접속했다. 그런데 2016년 개정된 상호접속고시로 인해 통신사 간 정산 방식이 기존의 무정산에서 데이터를 발신하는 쪽이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즉, KT의 페이스북 서버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측으로 데이터가 많이 갈수록 KT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 것이다. KT가 페이스북에 이 비용의 부담을 요구하자, 페이스북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은 해외의 페이스북 서버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도록 경로를 변경하면서, 결국 접속 속도가 느려지게 됐다. 정리하자면, 통신사가 CP들을 많이 끌어오도록 할 동기를 약화시키고 CP가 통신사에 내야 할 망 사용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현재의 상호접속고시가 문제였던 것이다.



공공성에 기반한 망 사용료 정책


공공성에 기반한 망 사용료 정책은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차별이나 제한 없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기기를 통해 인터넷 콘텐츠와 서비스에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은 향후에도 보장될 필요가 있다. 5G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 도입을 위해, 혹은 해외 CP와의 망 사용료 협상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망 중립성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고 통신사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망 중립성 완화는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통신사가 이용자들의 콘텐츠와 서비스 이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콘텐츠 제공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현재의 상호접속고시는 개정될 필요가 있다. 현재 고시는 인터넷 콘텐츠 및 서비스의 발전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의 효율적인 사용도 저해하기 때문이다. 셋째, 망 사용료를 둘러싼 불필요한 분쟁을 최소화하려면, 투명하게 공개된 실제 망 사용료에 기반해 통신당국이 불공정한 관행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의 망 사용료와도 객관적인 비교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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