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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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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준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지회장



“무기한 파업 중 첫 돌 맞이?

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의 노조와 파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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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용 다이아몬드 생산으로 세계 순위권에 든다는 회사, 일진다이아몬드. 그런데 10년이 지나도 기본급은 최저시급이고, 노동자들은 유해물질에 노출돼 일하고 있었다. 이에 작년 말 노조를 만들었지만, 회사의 응답은 노조파괴. 출범 6개월 만에 노조는 무기한 전면파업에 나섰고, 파업은 6달째 이어지고 있다. 조만간 설립 1주년을 맞이할 힘찬 신규노조의 파업투쟁을 이끌고 있는 일진다이아몬드지회 홍재준 지회장을 <변혁정치>가 만났다.



먼저 사업장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은 어떤 일을 해왔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일진다이아몬드는 공업용 다이아몬드와 절삭용 정밀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경쟁사는 국내엔 따로 없고, 글로벌 점유율은 10% 정도다.


노동자들의 업무는 크게 보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미세 분말을 혼합하는 전처리, 고온‧고압으로 합성하는 프레스, 거기서 나온 제품을 고객이 원하는 치수로 가공하는 공정, 그리고 완성된 제품에 대한 품질검사, 이렇게 나뉘어 있다.



Q 회사 공시자료를 보니 올해 3분기 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900억 원을 넘는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10년을 근속해도 최저시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간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 일해 왔는지 전해주신다면?


작업환경 먼저 얘기하면, 저희가 다루는 원자재는 미세분말이다. 그 분말을 사용해 제품을 혼합하는데, 이 원자재가 초미세먼지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제거할 제대로 된 장치가 온전히 갖춰져 있지 않았다. 게다가 분말을 혼합하고 다시 모으려면 세척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유해화학물질을 쓴다. 이게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서 강하게 규제하는 관리대상 유해화학물질인데, 작업자에게 주는 마스크는 정작 그에 적합하지 않은 물건이다. 그런데 회사는 이 마스크조차 아껴 쓰라고 했다. 여태껏 저희 작업자들은 자기가 위험해지는 것도 잘 몰랐다.


임금의 경우, 기본급으로는 최저임금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가족 생계를 책임질 수가 없고, 어떻게든 더 일해서 연장근무 수당을 받아야만 했다. 근속이 쌓여도 기본급은 최저시급과 비슷하다. 결국 회사에서 목매달면서 무조건 연장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



‘노조 만들면 회사 접는다’


Q 이런 조건에 맞서 노동조합을 만든 지 이제 곧 1년이 다 되어간다.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


2016년에 회사가 상여금 200%를 녹여 임금을 동결했다. 그러더니 2017년에도 동결했고, 2018년에는 아예 ‘지난 2017년에 2018년 치 임금까지 동결했다’고 통보했다. 회사가 매년 이득을 내도 자기들 어렵다고 하면 우리는 다 따랐는데, 돌아온 건 3년 연속 임금 동결이었다.


이러다간 10년을 넘어 15년, 20년간 최저임금으로 살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바꿔야겠다는 마음에 노조를 만들게 됐다.


2018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 매주 한 번씩 초동 주체 미팅을 하면서 교육도 하고 동료들을 조직했다. 설립 총회 때 49명이 모였고, 올해 1월 7일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설립 보고대회를 하고 회사에 통보했다. 당시 가입 대상자 250명 중 190명이 가입한 상태였고, 그걸 보고 나머지 인원도 일주일 안에 다 가입했다.


그러자 회사는 다급해졌다. 가끔 회장이 와서 ‘노조 만들면 그 계열사는 접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었기 때문이다. 관리자들은 조합원들을 개별면담하면서 약한 부분을 찾거나, 누구와 친한지 알아보려고 했다. 바리케이드와 용역경비도 추가 배치하고. CCTV도 현장 내부와 복도에까지 설치해서 조합원들 꼬투리 잡을 게 없나 확인한다. 뭐 하나라도 잡히면 고소고발을 날려 저희에게 압박을 주고 있다.



Q 노조 설립 반년만인 지난 6월 말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해 벌써 150일이 지났다. 서울 마포에 있는 일진그룹 본사 앞 천막농성도 110일이 넘었는데. 사측은 직장폐쇄와 교섭 해태로 노조의 요구를 꺾는 데만 혈안이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무엇이었는지?


저희 요구는 5가지다. △노조파괴 중단 △저임금 노예노동 그만 △안전한 일터 쟁취 △직장 갑질 근절 △빼앗긴 상여금 200% 회복.


일단 저임금 노예노동 그만하자는 건 최저시급에 맞춘 기본급 때문에 생계유지를 위해 회사에 매여 사는 구조를 근절하자는 거다. 상여금 회복 요구와도 맞물린다. 그런데 회사는 여태껏 32차례 교섭하면서 임금 부분에 대해 한 번도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안전한 일터 쟁취에 관해, 우리는 처음부터 산안법 준수와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어떤 개선도 하지 않았다. 결국 전면파업 후에 저희가 고소고발을 했고, 노동부가 전체 54개 공정 중 45개에 대해 산안법 위반으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공정의 80%가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던 거다.


직장 갑질의 경우,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여태껏 저희는 휴대폰을 관리자에게 제출하고 일했다. 또, 매주 금요일마다 관리자들은 빼고 현장직만 원래 근무 시작 시간보다 20분 일찍 출근해서 현장 청소를 시켰다. 심지어 ‘입수 보행 금지’도 있었다.


노조파괴에 관해 얘기하자면, 용역 폭력을 동원한 유성기업 같은 경우와는 양상이 좀 달라진 것 같다. 겉으로만 보면 평온한 듯하다. 그런데 그 속에서 사측은 교섭을 시간끌기용으로만 사용하고, 교섭에서는 조합원들을 자극하는 말을 던진다. 그러면 조합원들은 과격해질 수밖에 없고, 사측은 채증을 준비하고 있다가 캐치해서 고소고발과 징계를 한다.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 결국 조합원들이 지쳐 떨어지게끔 하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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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5일 일진다이아몬드지회가 음성공장에서 '김장보쌈투쟁'을 열고 단합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옳기에 투쟁한다


Q 문재인 정부는 ILO 협약 비준을 빌미로 노동법을 개악해서 ‘사업장 내 일부 또는 전부를 점거하는 쟁의행위’를 금지하려 한다. 현재 공장에서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에게 문재인 정부 노동개악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이 노동개악이 통과되면 저희 투쟁은 ‘불법행위’가 되고 쫓겨나게 된다. 파업 자체가 정상적인 업무를 중단시키는 건데, 쟁의행위를 사업장 안에서 못 하면 대체인력 투입에 어떻게 저항하나. 기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도 힘들어지고, 저희처럼 아직 단체협약이 없는 신생노조는 결성조차 어려워진다. 사측과 교섭을 해도 사측은 할 말 다 하겠지만, 노측은 다른 패가 없으니 끌려갈 수밖에 없다. 노조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전락한다.


돌이켜보면 소위 ‘민주 정부’ 때마다 노동개악이 반복되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을 약속했는데, 자본 존중으로 변경된 것 같다. 후보일 때는 노동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더니, 당선되고 나서는 뒤통수치는 게 반복된다. 말로만 하는 노동존중은 필요 없다. ILO 비준과 노동개악을 어떻게 맞바꾼다는 말인가.



Q 지난 11월 25일에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에서 “김장보쌈투쟁”을 열었다. 이색적인 행사였는데, “김장보쌈투쟁”을 준비한 이유나 의미는 어떤 것이었는지?


함께 모여 김장하는 건 원래 회사 행사였다. 연말 김장철이 되면 신청을 받아서 배추 같은 재료도 회사가 다 준비했다. 가족들도 와서 함께 대화도 나누고 했었다. 그런데 그런 행사를 회사가 없앴다. 그래서 ‘너희 사측이 안 해도 우리끼리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함께 김장하는 모습을 통해 지금 공장 안에서 우리 조합원들끼리 단합도 단결도 잘 되고 있다는 걸 사측에 보여주겠다는 거다. ‘우리는 이렇게 즐겁게 투쟁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2014년 정도까지는 원래 회사에서 춘계 체육대회와 겨울 김장 같은 행사가 있었는데 점점 사라졌다. 그런데 이번에 저희가 직접 김장 행사를 해보니까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더라. 회사가 가져가는 영업이익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 이런 것까지 자기들 성과를 위해서 없앤다고 하는 게 참 황당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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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



Q 파업이 길어지고 있지만 굳건하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더불어, 지회의 첫 지회장으로 지금까지 싸움을 이어온 소회는?


노조 설립 후에 조합원 교육을 많이 했다. 우리가 왜 부당한 대우를 받는지, 우리의 권리는 무엇인지. 이전에는 혼자서 끙끙 앓던 분들이 이제는 힘들어도 같이 목소리를 내야 쟁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인 것 같다. 이 투쟁이 이어지려면 우리 스스로 왜 싸우는지 계속 묻고, 힘들 때 서로 돕고 격려하면서 가면 된다는 생각을 조합원들 스스로 한다. 주변에서 톨게이트처럼 더 어려운 투쟁을 하는 동지들도 보게 된다. 그러면서 ‘언젠가 이 싸움은 끝날 것이고, 우리가 옳기에 투쟁한다’는 걸 느낀다. 이제 전면파업 150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조합원들 사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꼭 승리하겠다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년을 지나면서, 아직 교섭을 체결하지 않은 투쟁사업장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회장과 간부들 믿고 간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지만, 저는 조합원들 스스로 노동조합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잘 버텨준 조합원들이 있기에 이 투쟁을 지속할 수 있고, 그 믿음 덕분에 향후 투쟁에서도 흔들림 없이 대오가 이어질 것 같다.



Q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150일 넘겨 이어지고 있는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 파업투쟁은 신규노조를 설립해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투쟁임을 독자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그 권리가 힘을 받을 수 있다. 자본의 탄압 속에서도 꿋꿋이 지치지 않고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을 항상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



■ 인터뷰이주용 기관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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