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99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1.16 19:46

2010년대를 떠나보내며


<입만 열면 청년> 기획팀



2020년을 눈앞에 둔 20‧30세대는 지난 10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앞으로 올 새로운 10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사회적 사건부터 개인적 변화까지, 2020년을 3일 앞두고 각자 다르게 살아온 2010년대의 모습을 공유하면서 2020년대의 나, 일상, 운동을 그려보았다.


99_26.jpg



지윤: 역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지윤입니다.

진영: 청주에서 살고 있고 변혁당 충북도당 사무국장 맡은 유진영입니다.

진모: 건설노조 경기 중서부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원분회 김진모입니다.



준호: 나에게 2010년대는 [ ]다. 먼저 말씀해주실 분 있을까요?


진모: 저는 되게 거침없이 보냈던 것 같아요. 2010년에는 중국에 있었고 오자마자 군대에 갔다가 교회에 들어갔다가 한신대 그리고 지금 건설노조까지 왔거든요. 그래서 2010년대는 “거침없이 하이킥”이라고 생각했어요.


지윤: “고민의 시기”였어요. 2000년대는 중‧고등학생이어서 불만만 많았는데 2010년대엔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바꿔야 할지를 많이 고민한 시기였어요.


진영: 저도 비슷한데 2010년대는 제 “정체성을 찾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대학교 잠시 다니다 활동을 시작하게 된 10년 동안 엄청 많은 일이 있었더라고요.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미래를 생각 안 하고 살았던 시기인 것 같아요.



준호: 2010년대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꼽는다면?


진영: 저는 유성기업 노조파괴가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희망식당’이라고 노동자들이 직접 식당을 운영하면서 기금을 모으는 곳에 갔다가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데, 아직도 지속하는 일이고 제 활동에 입문하게 된 사건이기도 해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진모: 2016년도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 학교 이사들을 감금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제 삶이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웃음) 2016년 3월 31일부터 4월 1일 사이 1박 2일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신대 투쟁이 시작됐죠. 그 사건 때문에 처음으로 징역형 집행유예도 받아보고 그것 때문에 학교를 떠났고. 저에게는 2016년이 가장 컸죠.


지윤: 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있던 2015년 겨울에 뽑았는데, 처음으로 수업을 빠졌어요. 지금 수업 듣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집회에 참여하고 활동을 시작했거든요.



준호: 다들 각자 활동했던 분야에서 2010년대를 정의해보면 어떨까요?


지윤: 학생 쪽에서는 2010년대가 한계적이지만 인권 담론이 많이 형성된 시기였던 것 같아요. 학생회를 보면 식단에서도 소수자를 위해 비건식 준비가 일반화되거나 배리어프리 공간이 마련되는 시도들이 있었고요. 여성 담론에 대해서도 여성주의 동아리나 반성폭력 동아리들이 활성화된 시기였죠.


준호: 지역 활동가의 입장에서 평가하면 어떤가요?


진영: 점점 단절되는 것 같아요. 학생회와 교류도 없고, 하는 사람들만 운동을 하게 되는 것 같고… 고민이에요.


진모: 한신대 투쟁은 매년 반복되는 캠페인 방식의 복지 개선 투쟁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려고 했어요. 그래서 2016년부터는 ‘총장을 우리가 뽑겠다’는 것을 걸고 투쟁했던 게 의미 있었어요. 17년도쯤에 건설노조에 갔는데 조합원 수가 갑자기 2배가 되어 정신없었던 것 같아요. 노동조합이 커지고 세진 건 맞는데, 이걸 단단하고 날카롭게 만들어야 하는 게 과제로 남는 것 같아요.


99_28.jpg




준호: 우리가 겪은 2010년대의 청년기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청년기를 보낸 사람들과 다른 점이 무엇이었을까요?


진모: 이전 세대는 모르겠지만, 200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분들이 락발라드를 좋아한다면, 2010년대는 힙합 정도의 차이랄까요. (웃음)


지윤: 저희의 청년기는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세대라고 생각해요. 광장에서 여론이 형성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여론이 형성되고. 이런 현상 앞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준호: 저에게 제일 컸던 건 세월호인데 그것을 청소년기에 겪은 세대랑 사회인으로 겪은 세대 사이에 껴있는 세대라고 생각해요. 80년대의 청년세대는 영구적이고 집단적인 해결 방식을 추구했다면, 2010년대의 청년세대는 일시적이고 개인적인 해결 방식을 선호하는 세대인 것 같거든요. 옛날에는 미 문화원을 습격했다면 지금은 두리반 투쟁 같은 걸 하는 차이죠.


진영: 저도 비슷해요. 지금 청년들은 개인적이에요. 저도 그런데. (웃음) 할 말이 생기면 꼭 해야 하는 세대인 것 같아요. 빚지고는 못사는. 그래서 더 운동하기 어려운 것 같고. 모두 원하는 바가 달라서 조직하기 어려운 것 아닌지.



준호: 지난 10년간 나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2010년의 나와 2019년의 나는 어떤 큰 차이가 있나요?


진영: 가족관계를 재정립한 게 10년간 있었던 가장 큰 일이었어요. 부모님과의 관계가 수직적이고 종속적이었는데 많이 나아졌어요. 통금이나 연애 금지 같은 것도 집을 나가고 나서 많이 바뀌었어요.


진모: 제가 2010년도 초반에 썼던 일기를 봤는데 지금과 별로 차이가 없어요. 10살이나 더 먹었는데. (웃음)


지윤: 전에는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었다면, 학생회를 거치면서 지금은 공동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 나쁜 변화라면, 너무 눈치를 많이 보게 된 것 같아요.


진모: 알 것 같아요. 저는 총학생회가 아닌 상태에서 학내투쟁을 하니까 여론이 들어오는 거예요. 여론 속에서 버티는 게 정말 힘든 거 같아요, 댓글 하나하나에 흔들리고.



준호: 이 글이 나갈 시점이면 2020년일 텐데, 2010년대를 떠나보내는 감정이 어떤가요?


지윤: 제가 학생회장 하면서 공황장애가 생겼어요. 2010년을 떠나보내면서 “잘 가라. 좀 떠나가라. 그때의 나 안녕.” 이런 기분이 들어요.


진모: 돌이켜보니 변혁당 교육위원회에서 이전팀을 했던 게 고마웠어요. 어쩌다 노동조합에 있게 돼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흔들릴 때가 많았는데 이전팀을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해가 넘어가면서 의미를 찾고 돌이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이켜보니까 잘 산 것 같아요. 다시 돌아가도 또 여기 있을 것 같고요.


진영: 올해는 활동을 혼자 하는 느낌이 많았어요. 공황도 비슷하게 왔었고 내년엔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10년을 다 합친 것보다 너무 힘든 1년을 보낸 것 같아서, 떠나보내고 2020년에는 하고 싶은 걸 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준호: 그럼 2020년에 하고 싶은 게 뭐예요?


진영: 저는 공부요. 활동 관련해서도 그렇고 제가 위치성이 많이 없어요. 학생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니고. 지금 학생이 되고 싶진 않고, 2020년에는 일을 해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성주의 공부를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진모: ‘2020년에는 자동차가 날아다닌다’ 이런 말이 많았는데 그런 몽상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현실적으로도 생각하는 2020년대가 되고 싶죠. 근거도 갖고 논리도 갖고. 2020년대에는 체력과 현실적 감각을 키워서 또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윤: 지금 임용을 준비하고 있으니 2020년엔 전교조에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고…. 교사 노동자가 된다면 교사도 정치하는 2020년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준호: 2020년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윤: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2010년대에는 체제 안에서만 좋은 것들을 상상했다면 2020년대에는 그것을 뛰어넘어서 상상할 수 없었던 사회를 만드는 담론이 형성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진영: 내년에 제출되고 있는 변혁당 사업이 잘 진행돼서 당이 커지고 당비도 내려가고 상근비도 올라가고. (웃음) 새로운 상상을 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지역에서 같이 활동하는 동지들이 많아지면 더 좋구요.


진모: 2020년대 1만 당원? 10만 갈까요? 10만으로 적어주세요. (웃음) 그리고 건강한 게 제일인 것 같은데, 2020년대에는 몸에 뭐하나 발견되지 않고 건강검진을 당당하게 받을 수 있기를.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준호: 마지막으로 오늘 어떠셨어요?


진모: 저는 의미가 있었어요. 2010년대를 그냥 지나갈 뻔했는데 그냥 지나가지 않도록 잡아주셔서 감사하고 그런 좋은 자리였습니다.


진영: 질문지 받고 진짜 고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진모 동지랑 비슷해요. 서울까지 가야 하나 많이 고민했는데. (웃음) 12월에 처음으로 토요일을 다 쉬는 날인데도 올 만한 가치가 있었었어요.


지윤: 얘기하면서 새로운 것들이 떠올라서 좋았고. 다음에 더 쉬운 주제일 때 또 불러주시면 좋겠다는 생각했어요. (웃음) 저 노량진에 또 박혀있을 텐데 또 불러주시면 올게요.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