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기획┃사회주의 대중화를 토론하자


“코로나19 이후, 

사회주의 정당의 대안과 실천”

- 노동당×사회변혁노동자당 공동주최 토론회


이주용┃기관지위원장


108_32_수정.jpg




금기로 묶여 있던 ‘사회주의’를 대중 앞에 ‘가능한 미래’로 제시하기 위해, 변혁당은 “사회주의 대중화”를 기치로 사회주의 세력의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5월 9일 노동해방투쟁연대와의 공동주최 토론회(“노동자 투쟁과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운동”)에 이어, 이번 6월 6일에는 노동당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사회주의 정당의 대안과 실천”이라는 이름의 토론회를 열었다. 코로나가 격발한 위기로 세상이 휘청이는 지금, 사회주의 대안을 전면적으로 내걸고 대중적 정치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인식 아래 그 방법과 경로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기 앞서, 노동당-변혁당 양당 대표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공동의 모색을 시작하자는 뜻을 담아 인사를 전했다. 노동당 현린 대표는 ‘지역과 영역에 걸쳐 양당의 주요 활동가들이 공식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게 처음’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에서 좌파 정치세력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양당이 교류‧연대함으로써 좌파 정치운동을 재건‧강화하자고 제기했다. 변혁당 김태연 대표는 ‘노동당‧변혁당 모두 자본주의 철폐와 사회주의 건설을 분명히 주장한다’고 강조하며, 지금 시기에 한국에서 사회주의 대중정치를 열어갈 책무가 우리에게 있는 만큼 ‘따질 건 세세히 따지면서도 공통분모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각개약진을 넘어 단일대오로”


먼저 발제를 맡게 된 변혁당 이승철 집행위원장은 ‘코로나 이후, 사회주의가 대안’임을 대중적으로 설파하기 위해 “사회주의 정치운동 단일대오” 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승철 집행위원장은 이미 세계 자본주의가 과잉자본-과잉생산-과잉부채로 유지되고 있었으며 이 ‘기저질환’이 코로나 사태를 거쳐 분출한 것이라 진단했다. 위기는 상시화-장기화하고 있으며, 결국 그 위기의 비용을 누가 짊어질 것인가를 두고 자본가들과 국가는 노동자들을 향한 대대적인 공세를 감행한다.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한 이런 ‘손실의 사회화-이윤의 사유화’가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자본주의 시장원리가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국가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데 대중이 호응하는 지금의 정세에서, 대중 앞에 근본적‧체제적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제시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대안’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현재, 그 대안을 실물로 만들어내야 할 사회주의 ‘세력’은 대중적으로 유의미한 존재로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발제자의 요점이었다. 노동운동 내에서 계급협조주의에 기반해 ‘사회적 대화’를 주장하는 움직임이 커지는 지금, 이들은 고용안정을 자본의 경쟁력에 종속시킴으로써 ‘노동자가 먼저 양보해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반발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사회주의 세력 스스로도 각개약진하면서 이 아래로부터의 싸움을 정치적으로 수렴해 체제에 맞서는 운동으로 상승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회주의 진영이 지금처럼 각자의 운동을 펼치며 역량을 모아내지 못한다면, 대중 앞에 대안정치세력으로 부상하려는 목표의 달성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이승철 집행위원장은 변혁당이 제안한 “사회주의 대중화 사업”이 바로 이 사회주의 운동의 정치적 공백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계획임을 강조했다. 다가오는 2022년 대선을 계기로 삼아 사회주의 대안을 대중적으로 선전하는 한편 경제‧노동‧교육‧의료‧생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사회주의의 필요성을 제기할 의제별 운동을 펼치고, 그 결과물로서 ‘사회주의 대선후보’ 운동을 벌이며, 이 과정에서 사회주의 대중정당으로 결집하자는 제안이다. 세부적으로는 변혁당이 지난 2월 5차 총회에서 결의한바 2020년 11월 사회주의 대중정당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2021년 창당준비위원회로 나아가자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평등‧생태‧평화사회를 위한 사회주의 좌파동맹”


노동당에서는 나도원 부대표가 발제자로 나섰다. 지난 4월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로 말문을 연 나도원 부대표는 최악의 무능을 보여준 보수야당과 더불어 비례위성정당 사태 앞에서 좌고우면했던 진보정당의 행보가 거대여당의 등장과 진보정당 참패로 귀결했다고 짚었다. 한편 정부여당의 방역 대응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부상한 경제 불황과 그에 대한 정부 대책은 오히려 ‘진정한 대안은 이 체제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적 자금과 부채로 체제의 위기를 어떻게든 모면해보려 하며 이 과정에서 재벌대기업은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지만, 불안정 노동자를 비롯한 홈리스‧영세자영업자 등 취약층은 생계로든 질병으로든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지금의 체제는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해결하려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발제자는 대안으로 ‘평등‧생태‧평화사회를 제시하는 21세기 사회주의 실현’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 지배자들의 여의도정치와 우경화‧타협주의에 빠져드는 기존 진보정당을 넘어, 사회주의 대중정당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그 과제로는 크게 3가지를 거론했는데, 첫째는 좌파정당의 진입을 제한하는 각종 선거제도를 바꾸는 한편 민주당에 대한 지지나 정파적 이해관계로 약화되고 있는 민주노조운동을 쇄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5대 공공 무상정책-기간산업 국유화(의료‧주택‧교육‧교통‧통신) △재벌 사회화 △비정규‧불안정노동 철폐 등 3가지 축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세력이 공동실천을 벌이자는 제안이다. 셋째, 자유주의 세력과 격돌할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사회주의 좌파가 결집토록 하며 선거를 함께 논의‧구상하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도원 부대표는 노동당을 비롯한 좌파가 사회주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면서 대안세력으로 결집해야 하며, 그 징검다리가 될 연대와 동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등‧생태‧평화사회를 위한 사회주의 좌파동맹’을 통해 사회주의‧좌파 세력이 집결할 구심을 만들고, 앞서 제기한 3가지 축의 공동실천과 주요 선거 공동대응을 비롯한 정치기획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보다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108_34.jpg




사회주의, 지역‧영역‧현장에서


발제가 끝난 뒤 노동당과 변혁당에서 지역‧영역별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당원 각 2명이 지정토론을 이어갔다. 첫 토론자였던 김동성 노동당 경기도당 파주당원협의회 위원장은 ‘사회주의 정치세력이 국민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어야 사회주의 정치세력화(대중화)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손실의 사회화-이윤의 사유화’를 ‘손실의 사유화-이윤의 사회화’로, 곧 ‘사기업 국유화-가계 살리기’로 맞받아치며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한편, 대중투쟁이 사회주의 운동으로 이어지기 위한 여러 징검다리를 마련할 것을 제기했다. 한편 노동당 파주당원협의회가 펼친 지역 사업을 소개하며, ‘시민’으로 존재하는 대중을 ‘노동자’로 호명하고 주체화하는 지역 운동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이어 이백윤 변혁당 충남도당 대표는 지역에서 목격한 기존 보수‧진보정당의 특징을 ‘선거 출마 위주, 제도권 정치인 중심 운영’과 ‘일반 당원 활동의 부재’라고 짚으며, 사회주의 대중정당은 사회 체제의 근본적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지역에서 대중의 삶과 밀접한 구체적인 의제를 사회주의와 연계해 일상적 사업을 펼침으로써 기존 정당들의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2022년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환기하며, 변혁당과 노동당 모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공동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에 빠르게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적야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은 4월 총선에서 공약을 만들고 시민과 만났던 경험을 돌이키면서 ‘사회주의 대중화에 성공하려면 우리만이 아니라 대중 역시 사회주의가 옳고 실현 가능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사회주의를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대중 앞에 제시하기 위한 준비가 더욱 많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회주의자들의 연대가 필요하지만, 그것을 넘어 실제 현실과 현장에서 대중이 마주하는 문제들에 관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면서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지정토론자인 홍류서연 변혁당 서울대분회장은 ‘청년학생에게 필요한 건 위로와 동정이 아니라 사회주의’라고 강조했다. 높은 대학등록금과 너무나도 좁아진 취업문, 안심하고 살 방 한 칸 구하기 어려운 주거난 속에서 많은 청년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체제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도록 강요당한다. 사회주의자들은 바로 이 점에 착목해 자본주의 체제가 야기한 이 불만의 축적을 대안을 향한 열망으로 전환시켜야 하며, 그렇기에 사회주의 대중화는 청년에게 절실한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지금 정세에서 사회주의 정치운동 전면화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 반대하는 의견은 없었다. 한편, 종합토론에서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사회주의의 상과 경로, 사회주의 세력이 공동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과정과 방법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회주의 정치활동에서 의회를 비롯한 제도선거를 어떻게 활용하고 그 위상은 무엇인가에 관한 문제는 사회주의로 이행할 전략이 무엇인가와 연계해 명확한 노선의 정립과 함께 그간 취약했던 전략 논의가 풍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또한 기간산업 국유화-재벌 사회화-불안정노동 철폐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공동실천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 관해서는 이를 실물화하기 위해 현실의 대중투쟁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됐다. 한편 사회주의 세력이 결집하기 위한 경로에 관해 본격적인 토론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사회주의 연구역량과 실천역량을 결집해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사회주의 대중화는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사회주의를 드러냄과 동시에, 사회주의가 무엇이고 왜 필요하며 어떻게 가능한지를 더 깊이 고민하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회주의 대중화와 함께, 사회주의를 둘러싼 토론 역시도 대중화될 수 있도록 많은 동지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