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111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7.30 12:16

Why, 비건?


<입만 열면 청년> 기획팀


111_30.jpg



준호: 각자 자기소개를 해볼까요?


서린: 안녕하세요. 저는 국민대분회장 곽서린입니다.


서연: 저는 서울대분회장 홍류서연입니다.


선준: 두 분 다 분회장이네요. 저만 분회원이고(웃음). 저는 서울대분회원 이선준입니다.



준호: 오늘 서연 동지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셔서 채식 식단이 가능한 식당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어요. 저는 채식주의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채식하는 분들 보면 참 어렵겠다 싶어요. 어떻게 채식주의를 시작하게 됐는지 이유나 계기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서연: 저는 수능 끝나고 심심할 때, 유튜브로 어떤 영상을 봤어요.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클래식한 도살장 사진 보여주는 식의 강연이었어요. 그걸 보고 ‘채식해야겠는데?’ 이런 생각을 했죠. 졸업을 앞둔 방학엔 집에서 식사했기 때문에 엄청 힘든 벽에 부딪히진 않았고, 3개월 해보니까 너무 쉬운 거예요. 그래서 어쩌다 보니 3년이 돼가네요. 사실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이해가 안 가요(웃음).


선준: 저는 고등학교 때 불교적인 환상이 있기도 했고, 피터 싱어의 주장에 공감해서 채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엄두를 못 내다 대학에 와보니 주변 사람들이 채식을 많이 하는 거예요.


서연: 나 때문에 한 거지(웃음).


선준: 맞아요. 거의 그렇죠. 1학년 때 시작했으니 만 2년 차긴 해요.


서린: 저는 2012년에 새해 다짐으로 하게 됐어요. 제가 이효리를 좋아해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원래 중학교 때부터 동물보호 활동가로 동물권 단체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2012년 새해 목표로 시작하게 됐죠. 유기동물이나 동물권에 관심이 많았죠.



준호: 채식주의에도 여러 단계가 있는데, 세 분은 각자 어떤 단계인지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서연: 저는 비건이고요. 동물에서 유래한 식품이나 동물을 착취해서 만든, 예컨대 꿀 같은 것도 먹지 않죠.


준호: 아, 꿀도요?


서연: 왜냐면 양봉할 때 자연에 있는 벌집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원래 그건 새끼 벌이 먹어야 하는 건데 사람이 가져오는 거잖아요? 그런 것도 안 먹는 비건이고요. 그런데 밖에 나가서 먹을 땐 한국의 특이한 ‘비덩’이란 게 있어요. 덩어리는 안 먹고 육수까진 허용하는 방식이죠. 밖에선 그렇게 유연하게 먹고, 집에선 비건으로 살고 있어요.


서린: 저는 모든 채식 단계를 거쳤던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땐 조류까지는 먹는 폴로 베지테리언이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다니면서 비건 생활을 1년 했어요.


준호: 급식이 있는데 어떻게 해요?


서린: 그래서 김을 항상 들고 다녔고요. 굉장히 신경질적이고 밥에 민감했어요. 먹을 게 이것밖에 없는데, 자꾸 한 입만 달라고 하면(웃음). 그리고 점심시간에 나가서 비빔밥을 먹고 살았죠. 대학에 와서는 해산물까지는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죠.


선준: 저는 락토-오보예요. 난류와 유제품까지만 먹는 단계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처음엔 비건을 했는데, 잘하기가 힘들었어요. 식당 자체도 잘 없고, 지금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처지라 적당히 락토-오보로 합의를 봤어요. 이기적인 채식이랄까요? 결국 자기가 할 수 있는 정도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111_31.jpg



준호: 좀 상상하기 어렵긴 한데,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면 좋은 점이 무엇일까요?


서연: 저는 자취를 해서 거의 직접 요리해 먹는데, 확실히 식비가 덜 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리 실력도 좀 느는 것 같고요.


서린: 한국에는 아직 채식주의자가 많지 않아서, 주변인 입장에서는 제가 첫 채식인이에요. 그래서 8년 넘게 해보니까 선전 효과가 좋아요. 대학 왔을 때, 채식 식당이 없어서 건의했더니 생기는 걸 보고 보람도 느꼈고요.



준호: 한국에선 나물도 많이 먹고 해서 채식하기 쉬울 것 같지만, 한편으론 육수도 많이 넣고 하죠. 어떤 점이 힘든지 말씀해주세요.


서연: 일단 대부분 채식이 뭔지 잘 몰라요. 해외에는 비건 옵션이 보편적으로 잘 갖춰져 있지만, 한국엔 그런 게 잘 없으니까 외식할 때 힘들죠. 새내기 때 OT에서 채식한다고 하니까 선배들이 채식하는 사람을 처음 본 거예요. 그래서 선배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서 ‘그러면 우리가 예약해놓은 곳이 있으니 얘가 먹을 수 있는 걸 찾아야겠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그래서 삼겹살집에서 냉면을 시켜준 거예요(웃음). 전 그게 그 사람들의 최선이라는 걸 이해해요.


선준: 편의점에서 군것질거리를 살 때, 먹을 게 거의 없어요. 채식하지 않는 사람들과 만나서 먹을 때, 식당 정하는 과정에서 약간 눈치 보이는 점이 좀 어렵죠.



준호: 채식주의를 둘러싼 오해와 편견이 많을 것 같아요. 혹시 직접 겪은 게 있으신가요?


서연: 여성이 채식한다고 하면 ‘다이어트하냐’는 이야기 많이 들어요. 3년째 듣고 있어요.


서린: ‘별나다’고 그래요. 감자탕에서 고기가 빼고 먹으라고 하거나, 불고기 위에 야채만 골라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해요.


서연: 맞아요. 다 같이 탕 종류 먹으러 가길래, ‘저는 채식하는데 먹을 게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니까 ‘그 안에 있는 칼국수 먹으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준호: 육수를 인식하지 못하는군요. ‘식물도 생물인데 왜 먹느냐’는 얘기는 못 들어보셨어요?


서린: 옛날에 많이 들어봤어요. 반박 논리를 외우고 다녔어요(웃음).


서연: 논리가 여럿 있죠. 식물은 고통을 느끼는 중추 신경이 없고, 동물은 이미 많은 식물을 먹고 자랐기 때문에 동물을 소비하는 건 더 많은 식물을 먹는 거죠. 또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먹는 것뿐만 아니라 입는 것도 비건에 포함돼요. 동물 가죽으로 된 옷은 안 입거든요.


솔현: 영양실조에 걸린다는 얘기도 있던 것 같아요.


서연: 맞아요. 사람들이 단백질이나 지방을 얻으려면 무조건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채식으로도 충분히, 그리고 더 건강한 영양소를 얻을 수 있는데도요.


111_32.jpg



준호: 여러모로 어려움이 큰 것 같습니다. 우리 당은 채식에 대한 인식이 어떻다고 느끼시나요? 직접 겪은 일화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서연: 저번 총회 때 채식하는 사람들 전용 뒤풀이 안주를 따로 챙겨줬는데, 사정을 모른 다른 동지들이 그걸 가져가려고 하셔서 좀 그랬죠. 제가 전국위원이잖아요. 처음 전국위원회 갔을 땐 먹을 게 없었어요. 몇 번 얘기한 끝에 세 번째 회의를 갔을 때 드디어 식사를 할 수 있었죠. 차라리 전부 채식 위주로 식사자리를 마련해보는 것도 실험적이고 좋을 것 같아요.


일동: 오. 좋다, 좋다.


선준: 입당하기 전 순회투쟁 때, 다른 분들은 ‘먹을 걸 잘 챙겨준다’고 평가했는데 저는 그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채식에 대한 배려가 없었어요. 또 2018년 정치캠프 때 한신대 식당을 빌렸는데, 채식 식단이 전혀 없었죠. 한신대 편의점에서도 먹을 게 없어서 밖에 나가 식당을 찾아야 했어요.



준호: 아직 우리 당이 채식주의나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정착이 되지 않았다 싶은데요. 당내 동물권‧동물복지에 대한 논쟁이 여전하죠. 시혜적이고 기만적인 주장이라거나, 자본주의에서 이미 하는 운동이라는 반대논리도 있었고요. 이런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연: 페미니즘에 관해 그렇게 말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예를 들어, 여성영화 플랫폼을 보고 이미 자본에서 하기 때문에 우리는 여성예술을 할 수 없다는 것과 똑같은 논리라고 생각해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일단 전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고기를 너무 먹고 싶어서라고 생각해요.


서린: 동물이 고통을 느낀다는 걸 다 알잖아요. 당원들도 그런 생각을 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도살장의 벽이 유리였으면 아무도 고기를 먹지 않을 거라는 말도 있잖아요. 도축되는 동물을 보면서 먹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 같거든요.


선준: 인터넷 댓글을 보면 ‘너희가 아무리 채식을 해도 난 먹을 건데’라는 식의 글이 항상 있어요. 애초에 고기를 먹고 싶다는 마음이 있고, 거기 맞춰서 논리를 만드는 것 같아요.


서연: 저는 고기에 대한 욕망이 만들어진 것이지, 선천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동물권과 채식주의를 사회주의적으로 주장할 수 있고, 인공육 기술 등이 발달하면 전 사회가 채식주의로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린: 기후위기에 축산의 영향이 크니까, 우리가 기후위기 극복 대안을 제시할 때 인공육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하면 된다고 봐요. 그런데 그걸 다국적 축산 기업들이 로비로 막고 있어요. 우리도 이런 자본주의적 논리는 알잖아요.



준호: 채식주의나 동물권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할만한 책이나 다큐 등이 있을까요?


서린: 멜라니 조이의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가 동물식단의 이데올로기적인 내용과 사회심리학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어요.


서연: 처음 비건 시작할 때 <입이 트이는 비거니즘>이라는 팟캐스트를 들었는데, 내용이 가볍고 재미있었어요. 저처럼 책 읽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런 걸 듣거나 유튜브를 보면 좋을 것 같네요. 팟캐스트 중에 <흉폭한 채식주의자>도 재밌어요.



준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서린: 언젠가는 변혁당이 사회의 진보적인 의제를 다 다루게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늦더라도 가는 게 중요한 거잖아요.


서연: 덧붙이면, 조금 더 신중하게 발화하면 좋을 것 같아요. 동물권은 21세기에 꼭 오고야 마는 권리니까요.


선준: 그냥 당 행사에서 잘 먹고 싶네요. 지금 당장은 잘 몰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당 뒤풀이에서 채식 식단 보장이 잘 되지 않는데, 준비를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