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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7.30 12:22

기획┃붉은 휴가 보내기

 

책 한 권 정도는 괜찮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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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시선으로부터,>

 

“20세기를 살아간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 30대 젊은 작가로 주목받는 정세랑이 자신의 책에 붙인 부제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겪고 독일로 떠난 ‘심시선’은 독일과 한국을 넘나들며 자신의 말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유명작가가 됐으나 결혼과 이혼, 직설적인 화법으로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책은 심시선의 자서전과, 자녀‧손자들이 그녀의 제사를 치르기 위해 모이는 이야기가 교차하며 이어진다. 인물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여성들은 책에서 나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할머니는 마티아스(심시선을 학대한 남성)에게서 왜 빨리 벗어나지 못했을까. 조각난 상태, 무척 조정당하기 쉬운 상태이지 않았을까? 할머니에게 그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21세기 사람들은 20세기 사람들을 두고 어리석게도 나은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몰아세우지만, 누구든 언제나 자기방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온전한 상태인 건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었다. 그러니 그렇게 방어적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고, 기억을 애써 메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 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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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래, <전태일 평전>

 

전태일 열사의 실천은 착취 없는 세상, 그리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자들은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이라는 구호를 외친다.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올해, “전태일 50주기 범국민행사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런데 이 단체가 발표한 <출범선언문>에는 이해할 수 없는 언어가 적혀 있었다. “전태일의 아름다운 풀빵정신과 모범업체정신을 사회에 불러내려 한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를 착취해 이윤을 만들어내야 하는 기업들에게, ‘모범적’이라 함은 더 많은 착취와 더 많은 이윤의 창출이다. 하지만 저들은 ‘노동자가 양보하면 자본 또한 양보해서 함께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틀린 믿음에 근거한 그들의 실천이 현재 노동운동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투쟁을 조직하고 정부와 자본의 공세에 맞서 싸워야 할 민주노총 위원장이 스스로 머리를 조아려 자본에 항복하려 한다. 전태일 열사 정신이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태일 평전>을 다시 읽으며, 이 난관을 진정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추천한다.

-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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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 라르손, <밀레니엄> 시리즈

 

<밀레니엄> 시리즈는 젠더폭력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이다. 총 5부작인 이 시리즈는 차례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거미줄의 소녀”,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라는 제목의 제법 두꺼운 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스티그 라르손이 집필한 이야기는 3부까지이고, 4~5부는 다른 작가가 썼다.

 

라르손은 <밀레니엄>이라는 스웨덴 독립 시사월간지 편집장으로 일했는데, 자신을 모델로 한 남성 기자, 여성 해커, 그리고 또 다른 여성 언론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이 실종된 한 여성과 여성 해커 자신이 당한 폭력의 배경을 추적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결국 여성혐오에 어떻게 국가와 자본이 연루돼 있는지 파헤친다.

 

라르손이 3부를 끝으로 손을 뗀 이유는 그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 문제로 이 책을 썼지만, 출판 계약 직후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의 사연과 필력, 그리고 소설 속 언론사 이야기는 독립언론에서 일하는 내게 더욱 특별했다. 그러나 이 책은 누구나 한번 펴면 좀처럼 닫기 어려운 소설이 될 게 분명하다.

- 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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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역사 한내, <전노협 1990~1995>

 

한 투쟁사업장에 구사대가 습격해오면, 인근 사업장 노동자들이 전투준비를 갖춰 곧바로 이동해 함께 연대하며 현장을 탈환했다. 살인적인 민주노조 탈퇴 공작에도 굴하지 않고 죽음을 맞거나, ‘이 조직이 곧 나인데 어떻게 나 자신을 탈퇴할 수 있느냐’며 온몸으로 저항했다. 협상을 위한 명분쌓기용 투쟁이 아니라, 투쟁해서 승리하겠다는 정신으로 정권과 자본에 타협하지 않았다. 한국전쟁 이후 40여 년, 말 그대로 “기나긴 어둠을 찢어버리고” 깃발을 올린 민주노조 전국 조직,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의 면면이다.

 

1990년 1월 22일 경찰의 봉쇄와 물리적 침탈을 뚫고 창립했던 전노협은 1995년 12월 3일 해산 대의원대회를 끝으로 깃발을 내렸다. 그렇게 민주노총 시대의 막이 올랐지만, 전노협 건설 30주년을 맞은 올해, 민주노총은 어느 때보다 혼란과 동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주성‧민주성‧투쟁성‧연대성‧변혁 지향성”의 전노협 정신은 온전히 계승되지 못했다. 이 책에서 풍부하게 담고 있는 증언의 당사자 가운데는 지금 투쟁전선의 건너편에 있는 인사도 있다. 전노협의 시간들이 그저 ‘먼 옛날, 뜨거웠던 한때’로 묻혀선 안 될 이유다.

- 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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