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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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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붉은 휴가 보내기

 

유튜브 잠시 내려놓고,

이런 작품 어때요?

 

 

 

 

* 멀리 떠나기 어려운 이번 휴가 기간, <변혁정치> 편집진이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영상작품과 책을 추천해보기로 했다. 잠시 쉬어가면서도,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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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맑스가 동시대를 살았다면 과연 넷플릭스를 구독했을까? 그가 당대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를 높이 샀다는 점에서, 아마 넷플릭스까진 몰라도 여러 대중문화 매체를 적극 찾았을 것 같긴 하다. 맑스가 디킨스를 호평한 이유는 당시 영국 초기 자본주의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그와 같은 작품은 과연 어떤 게 있을까?

 

나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추천하고 싶다. 이 작품은 미국 자본주의의 모습을 여성의 시각으로 보여주고, 민영화된 여성 교도소에 수감된 저임금 노동자와 유색인종, 이주민 등 미국 사회 ‘밑바닥’ 여성의 삶을 조명한다. 특히 최근 주요 이슈인 성착취와 성차별, ‘블랙 라이브즈 매터(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 저임금, 민영화와 수감자 증가, 낙태클리닉 총기난사 사건, 마약과 난민 문제 등을 흥미롭게 엮어 더욱 볼만하다.

 

물론 상업 플랫폼이 제작했기에, 시청률을 의식한 듯한 장면이나 일부 쟁점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점도 눈에 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추천하는 건, 동시대 미국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여성의 현실과 그들의 시각을 그럴싸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미도 있다.

 

 

 

- 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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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2019년 5월, 미국 케이블 방송 채널 HBO에서 방영한 5부작 드라마. 작품은 어느 과학자의 오디오 테이프 목소리로 시작한다. 그는 체르노빌의 진실을 밝히고 이내 자살한다. 드라마는 이어 1986년 4월 26일, 소련 체르노빌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장면으로 이동한다. 젊은 부부의 일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섬광 같은 불빛과 함께 발전소가 폭발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남편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아내와 마을 사람들은 방사능에 피폭되는 줄도 모르고 멀리서 그 불꽃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한다.

 

이후 드라마는 체르노빌 폭발의 진실을 찾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체르노빌 폭발로 피해를 본 수많은 사람의 모습이 포착된다. 소련 정부는 폭발 사실 자체를 숨기고, 피해자 지원 회복에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 드라마는 거짓으로 얼룩진 정부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대부분의 상황과 인물이 실제에 근거했는데, 주요 과학자 중 한 명을 여성으로 설정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What is the cost of lies?”(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드라마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 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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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조지 밀러 감독이 2015년에 만든 영화. 배경은 ‘핵전쟁으로 지구가 거의 멸망한 22세기’다. 얼마 남지 않은 물과 기름을 독재자 ‘임모탄’이 차지해 인류를 지배한다. 주인공 ‘퓨리오사’는 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임모탄의 부인들을 탈출시킨다. 또 다른 주인공 ‘맥스’는 인류가 멸망하기 전 경찰이었던 인물로, 자신의 아내와 딸을 구하지 못했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사막을 떠돌던 중 임모탄의 부하들에게 납치돼 노예로 끌려간다. 퓨리오사의 탈출을 알아챈 임모탄은 부하들을 시켜 추격을 시작하고, 맥스도 퓨리오사를 도와 함께 탈출한다.

 

줄거리만 보면 단순히 디스토피아 액션 영화 같지만, 배경 설정을 비롯해 주인공의 행적에서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배경에서부터 핵 개발의 폐해를 얘기하고, 탈출을 주도하는 퓨리오사에 대한 묘사도 대부분의 영화가 여성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남성캐릭터의 보조자가 아니라, 영화 내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다. 퓨리오사가 독재자 임모탄의 부인들을 납치해 해방시키려는 것도 여성의 재생산권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렇게 여러 의미를 생각해보며, ‘영화 역사상 최고의 차량 추격씬’이라 불리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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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수>

 

이유 없이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길어지면 지치고, 때로는 소중한 사람을 잃으며, 그 과정에서 파괴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시 싸움에 나서는 이유가 그들에겐 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처음 본 건 9년 전이었다. ‘밤에는 잠 좀 자자’며 야간노동을 멈추라고 요구한 이들에게 회사는 직장폐쇄와 용역깡패들의 집단폭행으로 답했다. 쫓겨난 노동자들은 공장 앞 비닐하우스에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몇 년 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세상을 떠난 동료의 영정을 부여잡고 매일같이 경찰의 침탈 속에 농성장을 지키는 그들을 다시 만났다.

 

다큐멘터리 <사수>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웃음과 울음 모두를 담았다. 그 속에서, 아주 평범한 사람과 아주 특별한 투사가 어떻게 하나의 인간으로 살아가며 싸우는지 차분하게 보여준다. 유성의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많은 동지들이 함께 이 영화를 나눴으면 한다.

※ 다큐멘터리 <사수> 공동체상영 문의: sasufordearlife@gmail.com

- 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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