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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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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0.07.30 12:37

기획┃붉은 휴가 보내기

전국 곳곳에 농성장


* 모처럼 만의 휴가가 마냥 반가울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전국 곳곳에서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지면의 한계로 아주 짤막한 소개만 달았지만, 이 정도로는 그들의 투쟁 이야기를 담을 수 없다.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동지들에게, 함께 연대하는 ‘휴가’를 보내면 어떨까.


* 꼼꼼히 살피지 못한 탓에, 이번 글에 소개하지 못한 농성투쟁 사업장들이 많습니다. 폭염 속에서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동지들에게 송구하다는 말씀 드리며, 앞으로 투쟁 소식들을 전함으로써 부족함을 조금이나마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울>


아시아나KO 

- 농성장: 금호아시아나 본사(서울 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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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에서 기내 청소와 수화물 분류 업무를 담당하던 하청 노동자들은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한 정리해고도 모자라, 농성장을 설치한 지 한 달 사이에 세 번의 강제철거까지 당했다. 일자리를 지키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다 못해 짓밟았다. 지난 7월 13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지만, 아직 하청 노동자들은 복직하지 못한 채 천막도 없이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보라매병원 

- 농성장: 보라매병원 로비 앞(서울 동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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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



서울대학교병원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보라매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1월부터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다. 당초 서울대병원은 작년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합의를 체결했지만, 보라매병원에 대해서는 10달이 넘도록 합의 이행을 거부해왔다. 이에 보라매병원 노동자들은 7월 2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서울시와 서울대병원 모두 책임을 회피하는 가운데, 공공병원조차 정규직 전환 약속을 파기하는 현실에 맞서기 위해.




<인천>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 

- 농성장: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 앞(인천 연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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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에 있는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은 2010년 개장 이래 10년 내내 식당‧경비‧미화 업무를 파견용역업체에 맡겨왔다. 그런데 지난 2019년 4월 파견업체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골프장 측은 업체 계약 만료를 빌미로 조합원들을 대거 해고했다. “골프장에서 파는 김밥 한 줄 값보다도 싼 시급을 받으며” 일했던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은 노조파괴와 부당해고에 맞서 지난 5월부터 골프장 앞 천막농성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지엠

- 농성장: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홍보관(인천 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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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페이스북]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원과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을 이미 수차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화는커녕 지난 2018년부터 본격화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의 칼날을 가장 먼저 맞았다. 지난 7월 8일, 부평과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부평공장에서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마침 얼마 전엔 한국지엠 카허 카젬 사장이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됐다. 불법파견 철폐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은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충남>


아산 온천운수 

- 농성장: 아산시청 앞(충남 아산시 온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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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작년 12월, 택시 노동자들이 아산시청 앞에 천막농성장을 꾸렸다. 아산시 법인택시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전액관리제(고질적 악습인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도입한 월급제 형식)를 위반했고, 택시 노동자들은 아산시청에 관리‧감독과 사업주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도리어 노동자들을 ‘공갈‧협박‧불성실 근로(소정근로시간 준수투쟁)‧업무방해’ 등의 사유로 해고했다.


7월 말일 현재, 해고자들과 택시지부 조합원들은 출근투쟁 465일 차, 천막농성 216일 차를 맞이하며, ‘해고자 복직, 민주노조 사수, 완전월급제 쟁취’를 내걸고 힘차게 싸우고 있다.




<전북>


정읍택시

- 농성장: 정읍시청 앞(전북 정읍시 수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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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정읍택시분회는 지난 7월 6일 정읍시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사측이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직장폐쇄로 노동자들을 내쫓았기 때문이다.


정읍택시는 사납금제가 아닌 완전월급제를 시행한 사업장이었다. 작년에 조직된 민주노조가 투쟁으로 쟁취한 성과다. 하지만 사측은 곧바로 노조파괴에 돌입, 조합원 집단 징계와 임금체불 끝에 이제는 직장폐쇄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려 한다. 정읍택시분회 동지들은 불법 직장폐쇄 처벌과 유상감차 폐기, 민주노조 사수를 외치며 결사투쟁을 각오하고 있다.




<경북>


아사히글라스

- 농성장: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경북 구미시 산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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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동과세계]


휴대폰과 TV 등의 액정용 유리를 생산하는 기업 아사히글라스에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단 해고당한 지 5년이 지났다. 식사시간도 제대로 주지 않고 작업에 필요한 안전장비에 대해서조차 차별받은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2015년 5월 노조를 만들었지만, 딱 1달 뒤 회사는 계약 해지로 조합원들을 정리해고했다. ‘원청이 직접고용하라’는 법원 판결도 받았지만, 공장 문 앞에서는 막혀버렸다. 


공장 앞에 천막농성장을 차리고 싸운 지 5년, 너무나 긴 시간이 흘렀지만,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과 노조파괴에 맞서 포기하지 않고 싸운다. 자신들만의 싸움이 아닌, 전국 곳곳의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연대하면서. 




<울산>


울산과학대

- 농성장: 울산과학대 정문 앞(울산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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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2014년 6월 최저임금 5,210원에서 790원 더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가 해고당한 뒤 7년째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비닐로 덮인 농성장에서 일곱 번째 여름을 선풍기 하나로 버티며, 8명의 고령 조합원들은 ‘고용승계 합의를 이행하라’는 요구를 꺾지 않고 싸운다. ‘다른 직장을 연결해주겠다’는 유혹도 있었지만, 뿌리쳤다.


오늘도 이들은 ‘우리가 투쟁에서 이기는 게 민주노조 사수의 길’이라며 거리 위에서 또 하루를 보낸다. 반드시 승리해서 그간 못 간 휴가를 조합원들과 함께 가겠다는 일념으로.




<부산>


풍산마이크로텍, 효림원 

- 농성장: 부산시청 광장(부산 연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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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청 광장에는 금속노조 풍산마이크로텍지회와 전국요양서비스노조 효림원분회의 농성장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노인요양시설인 효림원 노동자들은 원장의 불법과 부당함에 맞서 작년 5월 노조를 만들었고, 지금은 전원 해고 상태다. 부당해고 철회와 체불임금 지급, 부정비리 책임자 처벌, 부산시 직접 책임‧운영을 요구하며 노인돌봄 공공성 강화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바로 이웃에 있는 풍산 노동자들은 회사 매각과 공장 이전, 노조파괴에 맞서 10년을 싸워왔다. 이들은 현재 부산의 센텀2지구(절반이 풍산그룹 부지다) 개발이 시민을 위한 게 아니라 풍산그룹과 토건자본의 배를 불리는 것임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싸웠고, 쫓겨났다. 그렇게 10년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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