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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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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곧 기회다, 

이참에 자본주의 체제를 뒤엎자

사회주의자가 바라본 기후위기


곽서린┃변혁당 기후팀장‧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



9월, 기후비상행동의 달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작년 9월부터 기후위기에 대응해 활발한 실천을 전개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수만 명의 서명운동 참여를 이끌어냈고, 노동자‧농민‧청년‧청소년 등 각 주체의 실천 논의도 시작됐다. 올 9월에는 “기후비상행동의 달”을 맞아 석탄발전 투자기업과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기후위기 주범들에게 책임을 묻는 다양한 실천을 진행했다. 변혁당도 지난 9월 12일 충남북과 서울에서 석탄발전 투자기업 규탄 전국 공동실천을 벌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좌파의 목소리는 아직 소수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기후위기는 모든 노동자민중의 문제임에도 ‘환경운동 내부의 영역’으로 치부되고, 주요 참여자들 역시 기존에 이 운동을 해왔던 활동가들이라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기후변화가 아닌 체제변화를!”

“우리는 살고 싶다”


영국의 “멸종 저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직접행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혼란’을 일으켜서라도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를 직시하라고 주장하며 도로와 박물관을 점거한다. 스웨덴의 16세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가 시작한 “기후 파업(‘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작년 9월에는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후행동과 파업을 벌였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9월 21일 수천 명이 거리에서 기후비상선언을 선포하고 ‘탄소 배출 제로’와 ‘기후 정의’를 외쳤다.


이런 행동을 의식한 듯 국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비상결의안’이 제출됐고, 정부는 ‘그린뉴딜’을 발표했다. 여러 지자체에서도 ‘기후비상선언’이 유행처럼 번진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진짜 ‘비상’한 ‘위기’에 대처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각국 정부는 기업이나 부자들이 부담하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큰 폭으로 낮췄다. 이 세금들만 1980년 수준으로 복원해도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더 많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진정 기후위기 대응운동이 승리하려면, 좌파가 이 투쟁에 함께해야 한다. 사람들과 떨어져서 ‘기후변화는 자본주의 때문이며 혁명만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고 말로만 외치는 것은 좌파로서 아무런 구실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운동은 환경운동가만의 싸움이어선 안 된다. 활동가들은 물론이고 노동조합의 조합원, 좌파, 그리고 더 많은 운동세력이 함께해야 한다.



노동계급이 주체가 되는 운동


기후위기 문제로 대중운동을 건설하려면, 노동계급이 함께 하며 모든 영역에서 주체가 돼야 한다. 노동자들은 매일 일터에서 ‘어떤 것이 유해물질이며 환경을 해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노동자들이 나선다면, 어떤 공장이든 수많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 기후위기 저지 투쟁이 그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거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일자리와 더 나은 세계를 위한 투쟁임을 납득시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절약 문제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과 연결하는 일이다. 지금처럼 노동조합이 에너지 전환의 주체가 아니라 철저히 대상으로 전락한 상황을 변화시켜야 한다.


우선은 일터에서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에 대한 제기부터 시작해보자. ‘기후위기의 원인은 자본주의 체제’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착취와 수탈로 성장해온 체제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구조조정 지연’을 넘어 근본적 대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대량생산‧대량소비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산성 증가가 곧 고용 축소로 이어진다면, 그와 반대로 생산성 증가가 노동시간 단축으로 귀결하는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지난 여름, 폭염 속에 한 대학 청소노동자가 사망했다. 건설 노동자나 배달 노동자들은 극한의 폭염에서도 일해야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핵발전소에서는 하청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민영화‧외주화로 발전소는 불안정‧고위험 일자리로 채워졌다. ‘효율성과 무한경쟁’을 앞세운 이 체제를 바꾸는 게 바로 “정의로운 전환”임을 말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만들어갈 “정의로운 전환”은 파괴된 공공성을 회복하고 확장하며, 그에 걸맞은 새로운 노동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바꿀 각오가 돼 있는 대중운동이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가운데, 사회주의자들의 역할은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사회와 경제를 장악하는 게 가능하며 그래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단지 ‘생각의 변화’만이 아니라 이윤을 위한 생산을 타파할 때, 우리는 필요에 따른 생산체제로 전환해 세계의 부를 어떻게 나눌지 집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의 권력을 뒤엎자고 말하자. 새로운 세계는 가능하며, 진정한 지구적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우리가 나서서 보여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기후위기는 어쩌면 자본주의 체제를 바꾸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 기회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이 엄청난 운동 안에서 사회주의자들의 대안을 더욱더 크게 주장해야 한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천천히 혹은 빠르게 위기의 순간이 닥쳤을 때, 대중을 이끌 수 있는 잘 조직되고 준비된 정당이 필요하다. 우리가 그 역할에 앞장서야 한다. 지금부터 미리 준비하자. 기존의 틀에 박힌 방식에서 벗어나, 기후위기를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을 즐겁고 재밌게 만날 수 있는 운동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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