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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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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생존을 위한 대안, 항공산업 국유화


무능하고 부패한 

자본가들의 향연…

항공산업 국유화와 

공적 통제를 요구한다


이주용┃기관지위원장



‘눈물의 9개월’, 

아직 끝나지도 않아


‘눈물의 비행’, ‘눈물의 할인’, ‘눈물의 티켓’…. 항공산업 업황이 올 1월 이후 참혹한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륙은 하되, 도착지 없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특이한 관광 상품까지 나왔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예측에 따르면, 항공 수요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시점은 2022~23년 정도다. 최근 제주도 여행이 증가하는 등 국내선 여객은 점차 예년 수치로 돌아가고 있지만, 문제는 국제선이다. 2019년 기준 국내 항공사 매출액 비중을 보면 국제선이 60%(대형항공사)~90%(저가항공사) 이상을 차지한다. 그리고 그 국제선 여객은 코로나 확산 직후부터 90% 이상 급감하며 아직도 전년 대비 고작 2~3% 수준에 불과해 반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전년 대비 국제선 여객 추이: 3월 -92% → 5월 -98% → 7월 -97%).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항공사는 ‘화물운송 수입으로 일정하게 적자를 만회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착시효과에 가깝다. 통계청의 항공통계를 보면, 화물량()으로 집계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운송 실적은 올 1~8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45%나 줄어들었다. 다만 코로나 확산으로 운송료가 상당히 올랐기 때문에 수입이 늘어난 것이다. 즉, 화물운송 수입이 항공사의 위기를 극복해줄 안정적인 기반이 되긴 어렵다.


저가항공사의 상황은 더 나쁘다. 코로나만 탓할 수도 없다. 국내 6개 저가항공사(에어부산‧에어서울‧이스타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는 이미 지난 2019년 일제히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일 무역 갈등의 영향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과잉생산과 경쟁이다. 가령 <시사인>이 삼성증권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항공사는 대형항공사 2곳과 저가항공사 6곳에다 신규 저가항공사 3곳도 추가로 작년 말부터 취항에 나서고 있어, 도합 11곳에 달한다. 이로 인해 한국의 인구 1천만 명 당 항공사는 2.1개로, 일본(1.04개)‧유럽(1.44개)은 물론이고 항공 수요가 큰 미국(0.81개)보다도 많다.2 이 때문에 올 초부터 저가항공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이 진행되리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생존의 위협


이러다 보니 항공산업 노동자들은 직접적인 생존의 위협에 맞닥뜨렸다. 대한항공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 6월 말 기준 직원 수는 18,68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5명이 줄어들었고, 전체 직원 대상 순환 휴직도 시행하고 있다. 게다가 ‘소속 외 근로자’로 분류된 5,395명(2019년 말 기준)의 행방은 이 분기보고서에는 기재하지 않았는데, 대부분 파견‧용역인 이들은 더 큰 위기에 직면했을 것이다. 가령 대한항공 자회사로 지상조업(항공기 견인, 화물 운반, 기내 청소 등)을 담당하는 “한국공항”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소속 외 근로자’의 40%, 약 1,200여 명이 감소했다. 이들 상당수는 ‘권고사직’ 등 소리소문없이 정리해고당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소속 직원 수가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모든 인원을 상대로 15일 이상 무급휴직을 진행 중이고, 최근 매각 계약이 파기되면서 추가 구조조정 위협이 대두하고 있다. 게다가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아시아나에어포트”의 하청업체 “아시아나KO”에서 정리해고를 강행하는 한편3, 다른 하청업체인 “아시아나KA”에서도 권고사직과 무급휴직 형태의 사실상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저가항공사의 경우 정리해고를 밀어붙이는 이스타항공을 포함해 모든 업체가 지난해 이미 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올해 추가 결정타를 맞은 데다, 출혈경쟁과 시장의 포화 문제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당장은 고용유지지원금 때문에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진 않더라도,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국제선 운항이 거의 중단된 상태 속에 휴직이 계속되면서 생계 곤란은 물론 ‘언제 휴직이 권고사직 혹은 해고로 바뀔지 모르는’ 불안이 상존한다.


이미 하청업체를 중심으로 최소한의 부담조차 거부하며 고용유지지원금 자체를 신청하지 않거나, 지원금 지급 종료 이후 노동자를 해고하는 등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기업을 ‘보조’하려 해도, 이윤의 전망이 없을 때 자본은 가차 없이 노동자를 내쫓는다는 사실을 현실에서 고스란히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항공산업 노동자의 생존을 안정적으로 지키려면 ‘국유화’가 필요하다. 국가가 책임지고 공영 항공사로 운영하면서 출혈경쟁 대신 사회적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공급하되, 그간 ‘쫓기듯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했던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대폭 낮추면서 하청 노동자를 포함한 총고용을 보장하는 것이다. 특히 얼마 전 매각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에서 먼저 국유화를 단행해야 한다. 이 두 곳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앞으로 저가항공사 등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는 항공산업 전반에도 국유화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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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 구조조정‧재매각 말고 

온전한 국유화를!


그간 정부는 아시아나항공 국유화에 한사코 거리를 두려 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결과적으로 국유화는 ‘일단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이 공식적으로 파기됐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로 돌입하고, 양대 국책은행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천억 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이 37%에 달해 기존 최대주주인 금호산업(30.77%)을 앞서게 된다. 지분으로만 보면 사실상 국유화되는 셈이다. 한편 산업은행은 매각 계약 무산 직후 “기간산업 안정기금” 2조 4천억 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 1조 6천억 원, 올해 1조 7천억 원의 공적 자금이 들어갔는데, 이번 금액까지 더하면 아시아나항공 총자산(자본+부채)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곧바로 ‘재매각’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매각을 재추진할 방침”이라는 것을 9월 11일 당일 계약 무산을 알리는 보도자료에 함께 명시했다. “비용 절감 등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팔릴 만한 상품’으로 M&A 시장에 다시 내놓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산업은행 부행장 최대현은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당장 급한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추후에 시기와 방법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기간산업 안정기금의 지원 조건이 ‘고용 인원의 90%를 6개월 간 유지’하는 것인 만큼 곧바로 대규모 해고는 어렵겠지만, 이후 재매각을 전제한 만큼 고강도 구조조정의 위협을 등에 짊어진 형국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처럼 아시아나항공도 어떻게든 떨어내려 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몇 년간 구조조정으로 정규직만 3천 명 넘게 줄이고 하청 노동자는 그 이상 셀 수도 없이 쫓아낸 뒤 이제 현대중공업에 넘어가려 하는 상황을 돌이켜보자. 아시아나항공 역시 일단 지분 상 국유화 요건은 갖춰나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한’ 국유화인가다. 아시아나항공을 빚더미로 만든 핵심 원인 중 하나는 금호그룹 총수 박삼구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자금 동원 때문이었다.4 따라서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떠넘길 게 아니라, 경영실패의 책임을 물어 기존 최대주주의 지분을 전량 소각하고 사내유보금을 비롯한 그간의 수익을 환수해서 하청 노동자까지 모두 포괄하는 총고용 보장에 쓰도록 요구해야 한다.


<한국경제> 같은 자본가 언론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겐 항공업 노하우가 없기 때문에 재매각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산업은행 역시 그간 이런 주장을 ‘실천’으로 옮긴 장본인이다. 그러나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지난 30년간 아시아나항공을 운영했던 금호그룹은 ‘노하우가 없어서’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말아먹었나? 항공업에 손도 대본 적 없던 현산은 ‘노하우가 있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로 선정했었단 말인가?


형편없는 자본가들에게 기웃거릴 게 아니라, 그 ‘노하우’를 아시아나항공에서 여태껏 일한 노동자들에게서 찾는 방법도 얼마든 있다. 구조조정과 재매각을 예고하는 ‘자본을 위한 일시 국유화’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통제하고 공적으로 운영하는 온전한 국유화를 요구하며 싸움을 만들어야 한다.



이스타항공

: 범죄자산 환수하고 국유화하라


이스타항공은 이미 공적 자금이 천문학적으로 투입되고 국책은행의 최대 지분 보유까지 사실상 이뤄진 아시아나항공과는 물론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제주항공으로의 인수 계약 무산 이후 최대주주 일가가 막대한 재산을 쌓아두고도 빤히 대량해고를 저지르며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자본가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겠다며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던 제주항공(애경그룹 계열사)은 7월 22일 이 계약을 해지하고 협상을 접었다. 표면상 이유는 ‘이스타항공이 체불임금을 포함한 1,700억 원가량의 미지급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앞서 현산과 마찬가지로 결국 현재 경제상황에서 항공사를 인수하는 위험 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원래 인원 1,600명 가운데 제주항공과의 인수 협상 과정에서 600명을 감축했고, 9월 7일 추가로 600여 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했다. 전체 노동자의 1/4만 남기고 모조리 내쫓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실소유주이자 얼마 전까지 여당 국회의원이었던 이상직(현재 탈당 후 무소속 의원)은 신고 재산만 200억 원이 넘지만, 고용보험료 5억 원을 체납해 노동자들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조차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러고서도 ‘더 이상 할 게 없다’며 발을 빼고, 이스타항공 사측은 ‘재매각을 추진하겠다’며 구조조정을 밀어붙인다.


현재 이스타항공 최대주주는 지분율 약 40%의 “이스타홀딩스”이며, 2대 주주는 “비디인터내셔널”이라는 곳이다. 그런데 “이스타홀딩스”는 이상직의 아들과 딸이 주식 전체를 쥐고 있고, “비디인터내셔널” 역시 언론 취재로 드러난바 이상직의 형이 대표로 돼 있지만 실체조차 불분명한 ‘회사’다. 바로 뒤의 기사에서 확인하겠지만, 이스타항공과 그 관련 회사 곳곳에서 이상직 일가의 횡령과 비리가 뿌리내리고 있다.


이처럼 범죄와 파렴치로 점철된 자본가의 자산과 지분, 범죄수익을 환수해서 이스타항공을 국유화하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저가항공사 난립을 조장한 정부 역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게다가 ‘코로나 대응’ 명목으로 기업 지원에 130조 원 이상의 공적 자금을 조성하고5, ‘한국형 뉴딜’이라며 또다시 5년간 110조 원(민간 금융 포함 160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이 정부에게 자산 규모 총액이 1,500억 원 남짓한 이스타항공을 국유화할 ‘돈이 없다’는 건 핑계도 될 수 없다. 자본가들을 위해 그렇게 잔치를 벌일 돈이 있다면, 당장 정리해고 통보를 받아든 노동자를 살리기 위해 책임지고 국유화해서 일자리를 지키는 데 쓰라고 요구하자. 이 위기 상황에 ‘재매각 상대를 찾아보겠다’며 직원의 3/4을 잘라내는 자들의 말을 믿는 것보다는, 국유화가 노동자 생존을 지킬 훨씬 더 현실적인 대안이다.



1 이 문단에서 언급한 수치는 국토교통부(2020년 8월 27일), “고용‧경영 안정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항공산업 지원방안” 참고.


<시사인> 679호(2020년 9월 22일) 기사 “팬데믹 덮친 항공산업… 노동자는 어찌하나”, 삼성증권 보고서(2020년 5월 4일) “시험대에 오른 글로벌 항공 시장” 참고.


3 해고당한 아시아나KO 노동자들은 지난 7월 서울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사측은 이들의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4 <변혁정치> 85호(2019년 5월 1일 자) 기사 “아시아나항공, 국영 공공 항공사로!” 참고.


5 <변혁정치> 108호(2020년 6월 15일 자) 기사 “코로나 대차대조표, 국민 부채로 재벌 자산 늘렸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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