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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국‧공유화를 요구한다


‘패자’와 비리를 

양산하는 게 

‘교육’인가


사립 초중고 

국‧공유화부터 시작하자


변성호┃서울(전교조 조합원)



교육은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다. 과거에 신분과 계급에 따라 소수만 독점했던 교육은 근대에 들어서 보편적 권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뿌리 깊은 교육불평등은 모두에게 균등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게 하고, 경쟁과 성과주의는 차별과 소외를 정당화하고 있다. 한국의 고질적인 교육 병폐를 정리해보자면 △경쟁을 내면화하고 전인적 교육을 불가능하게 하는 대학입시와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교육 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함으로써 등골이 휘어지도록 천정부지로 치솟은 (사)교육비는 물론이고 △대단히 높은 사립학교 비율과 이를 중심으로 가속화하는 교육의 상품화‧시장화로 집약할 수 있다.


한국의 사립학교 비율을 보면 유치원의 경우 80%에 이르고 있으며, 중학교는 20%, 고등학교는 40%를 넘어선다(대학은 사립 비율이 85%에 달한다). 외국 사례에 견주어 봐도, 공공재인 교육을 사적 자본에 내맡기는 비중이 크다. 더욱이 한국에서 사립학교는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자 귀족 특권학교의 상징이며, 교육 공공성 훼손의 주범이 됐다.

이러한 폐단은 사립학교의 설립 배경에서부터 맥을 잇고 있다. 일제 식민지하에서 민족교육의 일환으로 설립했던 극소수 학교를 제외하면, 사립학교 다수는 해방 직후 토지 몰수를 회피하는 한편 이후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산업 인력을 육성‧제공하면서 정부의 온갖 특혜를 받았다. 사립학교가 ‘교육’이 아니라 ‘재산 보전과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사학 법인(특히 이사장과 그 족벌)은 해당 학교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됐고, 교육기관 사유화가 진척되면서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사립학교는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됐다. 공금 횡령, 인사 비리, 급식 비리 등 그 유형도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분명한 것은, 이를 방조하고 묵인한 국가의 책임도 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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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교육희망]



사립학교와 폐단의 재생산


사립학교의 부패‧비리와 비민주적 운영 구조는 학교 자체의 목적이어야 할 ‘보다 나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크다. 한국의 사립학교는 설립과 소유 구조가 사립이라는 점에서 다를 뿐, 이미 공교육 체계 안에 포함돼 있다. 실제로 사립학교의 운영과 관리에 드는 비용은 거의 대부분 공공 재원으로 충당한다.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재정결함보조금’ 등의 명목으로 국가 재정이 투입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온전히 교육에 투여해야 할 자원이 사학 족벌의 곳간으로 들어가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되며, 무엇보다 공적 자금으로 사학 자본의 주머니를 채워준다는 근본적 문제를 야기한다.


사립학교의 또 다른 폐해는 (당장 이 정권에서도 이런저런 ‘사태’로 드러났듯) 교육불평등과 사회불평등을 재생산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대학 서열화를 정점으로 한 입시경쟁 교육 체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 동시에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확대하고, 대학을 평준화하는 한편 국공립 교육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초‧중등교육도 이런 과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학의 서열화는 중‧고등학교를 입시 성적에 따라 줄 세우며 그 가운데 귀족 특권학교를 만들었다. 교육과정에서부터 시장 논리를 도입하고 무한 경쟁을 조장하는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은 그 핵심 결과물로서 국제고‧국제중, 외고‧과학고‧자사고 등을 양산했다. 상위권 대학 진학을 독점하는 이 귀족 특권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교육과정이 왜곡되고 있으며, 사교육비 역시 증가하고 있다. 전인적 발달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 불가능함은 물론이고, 초등학교(심지어는 유치원) 때부터 경쟁과 서열화로 차별과 소외, 좌절을 겪어야 하는 반교육적 행태가 만연하다.



공공 소유와 민주적 통제


고교 평준화를 무너뜨리고 공교육을 벼랑으로 내몬 귀족 특권학교에 이어, 더욱 노골적으로 학교를 상품화해서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기업형 자율형 사립고도 늘어날 기세다. 교육의 공공성이 무너지고, 공공재인 교육기관은 특권화‧사유화된다. 그 사립학교를 매개로 자본과 지배 세력은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고 있다.


교육은 상품이어선 안 된다. 모두에게 차별 없는 양질의 교육을 공적으로 보장하고 제공하기 위해, 현재의 사립학교 중심 교육 체제를 종식시켜야 한다. 교육이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로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소유와 운영을 사학 자본에 맡길 게 아니라 공공적 소유와 교육 주체들의 민주적 통제에 기반한 운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인간의 성장과 발달 과정에 따른 전인적 교육, 그리고 이를 통해 연대에 기반한 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교육 체제를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핵심적 교육 병폐인 무한 입시 경쟁교육을 철폐하고, 교육 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직접 책임지는 무상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교육을 상품화‧시장화하는 귀족 특권학교를 폐지하는 한편 교육을 사유화하는 사립학교를 국‧공유화하는 것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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