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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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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플랫폼 자본에 대한

면책특권

 

문재인 정부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의 문제점

 

 

* 편집자: 지난 12월 21일, 문재인 정부가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대책은 배달기사나 대리운전 등 수많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플랫폼 자본의 근본적 이해관계를 지켜주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는 같은 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대책의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아래 글은 이 의견서를 기사 형식에 맞춰 다듬고 축약한 것이다.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이하 ‘대책’)의 골자는 가칭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보호입법’을 마련함으로써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규율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노동법 적용을 부정하는 종래의 행태를 반복하는 것일 따름이다.

 

 

 

여전히 노동자성 부정

 

‘대책’은 ‘플랫폼 종사자’를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광의)으로 규정하고, 그 규모를 약 157만 명(취업자의 6.5%)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일의 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약 22만 명(취업자의 0.9%)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협의의 플랫폼 종사자 중에서도 ‘지역기반형’(77%)이 ‘웹기반형’(23%)의 3배 이상이며, 그 가운데 배달기사가 가장 많은 것(52%)으로 조사됐다(지역기반형’은 노무 제공이 특정 지역 중심으로 현장에서 이뤄지는 형태이며, 배달‧대리운전‧돌봄 및 가사서비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웹기반형’은 디자인‧번역 등 노무 제공이 주로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대책’이 규정한 플랫폼 종사자에는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어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법상 근로자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서 확인했듯 한국은 외국보다 ‘지역기반형’ 플랫폼 종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고, 배달‧대리운전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이미 노동부나 법원 판결 등을 통해 노동법상 근로자로 국내에서도 인정받는 추세다.

 

그런데도 ‘대책’이 예고한 ‘보호입법’은 플랫폼 종사자에게 기존 노동법이 아닌 ‘최소한의 규율’을 제시하는 특별법 제정을 상정하고 있다. 이는 대다수 플랫폼 노동자에게 노동관계법보다 보호 수준이 낮고 실효성도 없는 ‘최소한의 보호’만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현재 특정 직종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성을 부정당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재보험법 상 차별로 보험료의 절반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한편 그 보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 플랫폼 종사자 ‘보호입법’ 역시 이러한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

 

 

 

노동3권 박탈

 

‘대책’에는 플랫폼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에 관한 내용도 없다. 이는 ILO(국제노동기구) 등 국제 기준에도 역행하는 것인데, 가령 ILO는 지난 2019년 <노동의 미래를 위한 ILO 100주년 선언>에서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① 결사의 자유‧단체교섭권 등을 포함한 노동기본권 보장 ② 법률 혹은 단체협약에 따른 적정 최저임금 ③ 최장 노동시간 제한 ④ 노동안전과 보건에 관한 적절한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OECD 역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단체교섭이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며 회원국들에 권고한 바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보호입법’은 플랫폼 종사자의 단체 설립과 ‘협의’할 권리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지금도 플랫폼 노동자들이 단체를 결성하거나 사업주와 단순히 ‘협의’하는 데에는 아무 제약이 없다. 즉, ‘보호입법’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아닌’ 단체 결성만을 인정하며, 단체교섭이 아니라 그저 ‘협의’할 권리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부정하는 것은 최근(2020년 12월) 국민의힘 국회의원 임이자가 대표발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에서 ‘디지털플랫폼근로종사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단체결성 및 협의권만 허용하면서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손해배상을 하도록 규정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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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동과세계(김한주)]

 

 

 

사용자 책임 면제받는 플랫폼 자본

 

한편, 문재인 정부가 만들려는 ‘보호입법’은 플랫폼 사업주를 직업안정법상 ‘직업소개소’로 간주하겠다는 방침이 깔려 있다. 현행법상 ‘직업소개소’는 구인자와 구직자 사이를 알선할 뿐, 구직자(노동자)에 대해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타다 운전기사에 대해 사업주인 쏘카와 그 플랫폼 자회사 VCNC가 자신들은 ‘기사 알선 사업’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과 달리,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들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다. 미국과 프랑스에서도 지난 2018년 각각 택배운송업체와 음식배달 플랫폼기업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플랫폼 기업을 단순 ‘직업소개소’로 간주하려는 것은 플랫폼 기업에 대해 노동법상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과하는 판정례 및 해외 입법 경향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전국대리운전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며 거부했고, 쿠팡 역시 지난해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지만 산재 처리 요청에 응하지 않는 한편 하루에 최소 4천 명 이상의 플랫폼 노동자를 활용하는데도 안전보건조치 보장이나 산재보험 가입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보호입법’이 노정한 방향은 플랫폼 자본의 주장, 곧 자신들은 플랫폼 노동자와 고객 사이를 알선하는 ‘중개 플랫폼’에 불과하며 노동법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책임 회피에 법적 근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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