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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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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책임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자

 

양질의 일자리, 그것은 기본권이다

 

 

고근형┃서울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반대,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반대, 최근의 건강보험 콜센터 비정규직 정규직화 반대까지. 이른바 ‘공정성’은 청년들의 시대정신이 된 것처럼 보인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한 시기의 이데올로기 지형은 물질적 토대와 계급투쟁의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필자는 ‘공정성’이 부상한 배경으로 역대급 실업과 일자리 담론의 부재를 제기한다. 따라서 그에 맞서기 위해 ‘일자리는 기본권’이라는 담론과 ‘국가책임 일자리 보장’이라는 대안 요구를 내걸고 운동을 건설하는 게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공정성’과 일자리 담론

 

요즘 고용시장이 얼마나 매서운지는 누구나 체감하고 있다. 통계청이 작성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IMF 경제위기 직후인 1998년 청년 실업률이 12.1%였다. 그런데 지난해 6월의 청년 실업률이 10.7%다. 코로나 확산과 무관한 2015~2019년에도 청년 실업률은 평균 9.4%, 월별로 보자면 2018년 3월에 11.6%를 찍고 2019년 4월 11.5%를 기록하는 등 IMF 직후 수치에 거의 근접했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었다고 했지만, 지표는 악화일로였다.

 

문제는 대중의 인식이다. 청년실업이 ‘상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임했던 이 정권은 일자리 창출에 처참히 실패했다. 나아가 어떤 정치세력도 일자리 창출의 전망을 보여주지 않았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는 ‘특권’이 되어버렸고, 함부로 이 특권을 가져가려는 집단에는 분노의 화살이 쏟아진다. 돌이켜보면 ‘공정성’ 논란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함께 시작했다. 모순적이지만, 자본가들의 경영세습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지배계급이 자신들의 지위를 대물림하는 일은 너무나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유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적 정규직화(혹은 이를 요구하는 투쟁)에 대해 (일정 부분 과잉대표된 측면은 있겠지만) ‘취준생들의 분노와 억울함’이 표출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공정성’이라는 단어가 호명됐다.

 

안타까운 점은 사회주의 세력을 비롯한 운동진영의 대응이다. 청년실업과 같이 자본주의의 모순이 드러나는 문제는 오히려 대안 담론을 펼칠 기회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사회주의자들은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일자리는 어떤 원리에 의해 공급해야 하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결과 그 공백을 ‘공정성’이라는 남루한 담론이 잠식해버렸다. 지금이라도 대안을 정립하고 유통하지 않으면, ‘공정’이라는 단어 앞에 얼마나 많은 비정규‧불안정 노동자들이 무너져내릴지 모를 일이다.

 

 

 

일자리는 기본권,

국가가 책임져라

 

우리는 일자리가 기본권이며, 따라서 국가가 책임지고 모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공정성’ 이데올로기는 양질의 일자리를 ‘시험을 통과해야만 주어지는 특권’으로 포장한다. 사회주의는 다르다. 인간답게 노동하고 생활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즉, 양질의 일자리 자체도 기본권이다. 모든 인간이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받는 사회를 요구하자고 제안해야 한다. 특권을 얻기 위한 경쟁이 아닌, 모두가 인간답게 노동할 권리를 얻기 위한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

 

한편, 애당초 (청년)실업 자체가 자본주의의 결과물이다. 단적으로 말해, 한쪽에선 일하다 죽고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일이 없어서 죽는다. 자본가들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이윤 극대화의 수단일 뿐이지,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수단이 아니다. 따라서 자본가가 아닌 공공이 생산과 고용을 통제해야만 모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야 한다. 또한 국가책임 복지의 실현, 기간산업과 필수공공재 공영화,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를 통해 국가책임 완전고용을 실현해야 한다. 덧붙여, 국가책임 일자리는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는 생태 친화적 일자리를 지향한다. 자본주의가 강제하는 반(反)생태적 노동을 철폐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

 

변혁당은 이전부터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를 통한 국가책임 일자리 보장을 제안한 바 있다. 애당초 자본의 이윤이 착취의 결과인바, 그 이윤을 환수해 모두에게 일자리를 보장하는 데 쓰자는 것이다. 즉, 국가책임 일자리 운동은 재벌의 생산과 이윤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이 운동이 취업준비생, 산업예비군뿐 아니라 조직노동자의 참여를 요구하는 운동인 이유다. 조직노동자 운동이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국가책임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며 대정부-대재벌 투쟁으로 발전해야 하며, 여기에 청년층이 함께 결합해야 한다. 이러한 담론과 실천은 한편으로는 ‘공정’에 잠식된 청년들의 이데올로기 지형을 뒤흔들면서 계급적 노동운동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기본권으로 요구하는 국가책임 일자리 운동은 사회주의 대중화를 이어가는 2021년 변혁당의 과제여야 한다. 올 한 해 내내 국가책임 일자리의 상과 경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내년 대선 전까지 ‘공정성’ 이데올로기에 맞선 사회주의자들의 대안 요구와 운동을 실물화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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