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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1.02.21 15:27

코로나19 재난의 시대

 

노동자를 갈아 넣어 만든

쿠팡의 전성기

 

 

세연┃경기

 

 

 

코로나19 확산과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자본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물류산업 자본이다. 글로벌 물류기업 아마존은 세계 갑부 순위 2위에 올랐다. 비대면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배달과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등, 코로나 감염병은 물류산업 자본에게는 거대한 이윤 창출의 ‘기회’가 됐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유통산업을 지배했던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매출 점유율은 지난 5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이커머스(E-Commerce,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판매의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배송과 물류다. 기업들은 저마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구축해 빠른 배송과 맞춤형 서비스 등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쿠팡이다.

 

 

 

 

 

 

[* 풀필먼트 서비스(Fulfillment Service): 물류 전문업체가 물건을 판매하려는 업체들의 위탁을 받아 물품의 보관, 포장, 배송, 재고관리, 교환‧환불 서비스 등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를 말한다.]

 

아마존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쿠팡은 지난 2010년 7월, 7명의 작은 규모로 소셜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익히 알려졌듯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를 비롯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쿠팡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계속 몸집을 불려 나갔고, 2017년에는 물류 관리 자회사 “쿠팡 풀필먼트”를 설립해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의 빠른 배송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했다. 현재는 한국 전자상거래 업체 중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올 상반기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까지 예고하고 있다.

 

[**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를 활용해 이뤄지는 전자상거래의 일종으로, 일정 수 이상의 구매자가 모일 경우 파격적인 할인가로 상품을 제공하는 판매 방식.]

 

쿠팡은 특히 코로나19 속에서 특수를 누리며 엄청난 매출 증가를 보였다. 쿠팡의 2020년 매출액은 119억 7천만 달러(약 13조 2,500억 원)로, 2019년의 7조 1천억 원보다 91%나 늘어났다. 또한 쿠팡의 고용 규모를 보면(국민연금 가입자 수 기준), 2020년 9월 현재 삼성전자(10만 4,723명)와 현대자동차(6만 8,242명)에 이어 노동자를 가장 많이 고용하고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4만 3,171명). 쿠팡은 2020년 2월에서 9월까지 약 반년 동안 1만 3,744명의 신규 고용을 기록했는데, 이는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수였다.

 

 

 

거대한 물류센터,

정규직은 고작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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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쿠팡의 급속한 성장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 죽음이 존재한다. 지난해 5월, 쿠팡 부천물류센터 노동자 84명과 가족 등 n차 감염자를 포함해 코로나19 집단감염자 수가 152명에 달했다. 2020년 5월 27일 새벽에는 쿠팡 인천물류센터에서 40대 계약직 노동자가 사망했다. 6월 1일 쿠팡 천안물류센터 조리실에서 30대 여성노동자가 사망했고, 10월 12일 칠곡물류센터에서 20대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으며, 11월 10일 마장물류센터 설비 담당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새해 1월 11일 새벽에도 동탄물류센터에서 야간작업을 한 여성노동자가 화장실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이렇듯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전염병에 집단감염되고 끊임없이 죽어 나가는 데는 구조적인 원인이 존재한다.

 

쿠팡은 자신들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배송기사인 ‘쿠팡맨’(혹은 ‘쿠팡친구’) 중에서 정규직은 소수이며, 대부분은 계약직이다. 전국의 물류센터와 지역 캠프에서 입‧출고 등의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 역시 거의 계약직이거나 일용직이다. ‘쿠팡 플렉스’(정식 쿠팡맨이 아니라 일종의 외주 계약 혹은 아르바이트 형태로 자차를 이용해 고객에게 물건을 배송해주는 플랫폼 서비스)와 ‘쿠팡이츠’(쿠팡의 음식배달업 서비스)의 노동자들은 플랫폼을 통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다.

 

특히 쿠팡이 내세우는 빠른 배송 서비스 너머에는 물류센터에서 ‘보이지 않는 노동’을 담당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쿠팡 물류센터의 작업 공정을 보면, 먼저 납품한 물건을 검수‧검품해서 전산에 등록한 뒤 진열하는 과정이 있다. 이 과정을 ‘입고’(IB: Inbound)라고 한다. 가장 많은 인원이 일하는 공정은 ‘출고’(OB: Outbound)인데, 이는 다시 ‘집품’과 ‘포장’으로 나뉜다. ‘집품’은 물류센터를 돌아다니며 주문된 상품을 박스에 담아 포장층으로 보낸다. 포장층에서는 집품되어 넘어온 물건을 포장하고 송장을 붙이는 작업을 한다(입고와 출고 사이에는 재고 수량을 확인해 물품이 부족하지 않도록 점검하는 재고조사 업무가 있다). 이렇게 포장된 상자를 지역별로 래핑하고 상차(트럭에 싣는 것)하는 업무를 ‘허브’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모든 공정을 통틀어 다양한 보조업무가 존재하며, 쿠팡 물류센터는 이 많은 인원이 저마다의 공정에 따라 기계처럼 돌아가는 거대한 공간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운데 2.6%만이 정규직이고, 다수는 3개월‧9개월‧12개월짜리 계약직이거나 무기계약직 형태로 고용된다. 이마저도 계약직 중에서 무기계약직은 20%에 불과하다. 3개월+9개월+12개월 총 2년의 계약 기간을 거쳐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런데 단계마다 재계약 과정에서 다수의 노동자가 탈락한다. 재계약에서 탈락한 노동자들은 3개월 동안 쿠팡의 어떤 물류센터에서도 일할 수 없다.

 

또한, 매일매일 출근신청을 해서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그날 일을 할 수 있는 일용직 노동자 수가 계약직 노동자의 2.5배에 달한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일용직을 채용할 때 ‘쿠펀치’라는 자체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한번이라도 쿠팡에서 일한 노동자라면 이 어플의 아이디를 받아서 이용하게 되는데, 수많은 노동자들이 출근을 위해 대기하고, 회사는 자신들이 원하는 노동자를 선택해서 일을 시킨다.

 

 

 

노동강도로 경쟁시키기

 

이렇게 복잡한 고용형태를 이용해서 쿠팡은 노동자들을 무한정 쥐어짜고 있다. 계약직 노동자들은 재계약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매일 채용되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하루의 노동을 연장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회사에 순응하게 된다.

 

쿠팡이 노동자를 쥐어짜는 대표적인 방법은 UPH(unit per hour: 시간당 생산량)를 강화하는 것이다. 가령 앞서 언급했던 집품 공정은 단말기를 이용해 진행되는데, 이 단말기로 개인별 작업 수량이 측정된다. 포장업무도 컴퓨터를 통해 개인 작업량을 측정한다. 허브는 차량 단위로 시간을 잰다. 여기에서 UPH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로 따지고, 매시간 등급을 체크한다. 등급이 낮으면 방송으로 해당 노동자를 호명해서 개인 면담을 하며 모욕을 주기도 한다. 노동자들은 이 UPH가 재계약이나 매일의 취업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UPH를 높이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한다. 이렇게 쿠팡 노동자들의 UPH는 비합리적인 수준으로까지 올라가게 된다.

 

노동강도는 점점 강해지는 반면, 쉬는 시간은 없다. 8시간 노동에 연장근로 2시간까지 10시간을 일하면서도 쉬는 시간은 식사시간 1시간이 전부다. 화장실 한번을 가려 해도 이름을 적어야 하고, 화장실에 오래 머물면 방송으로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일이 없으면 다른 라인에 배치하거나, 박스를 치우거나, 그도 아니면 그냥 서 있게 한다. 휴게실이 있어도 갈 수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일하는 공간에 냉난방 시설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여름에는 더위로 쓰러지는 사람이 속출하고, 겨울에는 핫팩 한두 개로 10시간을 버텨야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물류센터에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심지어 약이나 핫팩, 물 같은 개인물품도 반입금지 대상이다.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게 되면 보안검색요원이 짐을 뒤지기도 하고, 심지어 덕평물류센터는 방사선 보안검색대를 설치했다가 원자력안전법 위반으로 없앤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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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노동조합을

 

가뜩이나 불안정 노동이 극에 달한 시대,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일자리가 절실한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용해서 쿠팡 자본은 엄청난 부를 쌓고 있다. 이제는 나스닥 상장을 통해 더 많은 부를 획득하겠다고 한다.

 

올해 들어 영국 정부가 아마존을 비롯해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린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초과이익세’ 부과를 검토하는 등, 이른바 ‘플랫폼‧기술기업’으로서 몸집을 불린 대형 물류산업 자본이 재난 속에서 막대한 이윤을 축적한 점에 대해 정부조차 문제의식을 제기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제 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에 기반한 물류산업은 사회의 핵심영역이 됐고, 앞으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한편, 물류는 사회구성원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필수적인 산업이기도 하며, 이 점에서 공공성의 요소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봤듯 쿠팡은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호황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쥐어짜며 이윤을 쌓았음에도, 그 노동자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현실을 바꿀 생각은 없어 보인다. 최소한의 조치로서 정부가 제대로 된 관리감독에 나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이와 동시에 노동자들에게 바닥을 향한 경쟁을 강요하는 기존의 고용구조를 뜯어고쳐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쿠팡 노동자들이 나서야 한다. 쿠팡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아마존에서도 작년 여름부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모여서 투쟁을 전개했다. 쿠팡 노동자들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물류산업 전반의 노동자들에게, 바로 지금 노동조합이 절실히 필요하다.

 

 

 

[참고자료]

- <물류센터 노동자 노동실태 기초연구>, 2020년, 이천시비정규직노동자 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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