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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와 개발의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한

서울시장 선거

 

 

고근형┃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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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되면 일주일 안에 재개발 규제 확 풀겠다.” “5년간 36만 호를 신규 공급하겠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의 일성이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 후보 박영선도 언론 인터뷰에서 “재건축 35층 층수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뭔가 기시감이 든다. 뉴타운, 투기 광풍, 그리고 용산참사까지. 투기와 개발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장 후보들 ‘덕분’에 세입자들은 올해도 쫓겨날 걱정을 면치 못한다. ‘집 가진 사람만’ 걱정 없는 서울 말고, 집 걱정 없는 서울을 바라는 건 정말 무리일까.

 

 

 

들썩이는 집값, 숨죽이는 세입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이 상당한 격차로 열세를 보이는 가운데, 오세훈으로 보수 야권 후보가 단일화되자 강남 집값부터 들썩였다. 취임 일주일 안에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푼다고 하니, 집값이 안 오르는 게 이상하긴 하다. 역설적인 건,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 완화의 근거로 내세운 게 ‘집값 안정’이라는 점이다. 십수 년 전에는 “부자 되세요”의 상징이었던 뉴타운과 재개발이 집값 안정 정책이라니, 몰염치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마냥 야당만 탓할 수도 없다. 5년간 공공주택 3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박영선 역시 재개발 규제는 완화하겠다고 한다. 중앙정부의 공공 재개발사업 역시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집값을 낮추는 데 필요한 건 공급 확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공급 확대의 수단이 재개발과 재건축 활성화다. 그렇기에 재개발 규제를 풀어야 집값을 낮출 수 있다는 삼단논법이 완성된다. 당연히 틀려먹은 논리다. 재개발 활성화 소식만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지 않은가. 왜 그럴까? 집값이 오르는 이유가 공급 부족이 아닌 주택 소유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자. 2019년 기준 서울시 주택보급률은 96.0%다(국토교통부, <주택보급률>, 2020년 12월). 가구 수 대비 주택이 4% 정도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만큼 쪽방과 고시원 등 ‘비(非)주택’ 거주자나 홈리스가 서울에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을 위한 저렴하고 쾌적한 공공임대주택은 어떻게든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주택보급률이 96%라고 해서 서울시 가구의 96%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건 아니다. 서울시 390만 가구 중 무주택가구가 200만으로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반면, 3주택 이상을 소유한 가구가 틀어쥐고 있는 주택 수는 무려 133만 호에 달한다. 서울시 전체 주택의 35%를 3채 이상 다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다(통계청, <행정자료를 활용한 2019년 주택소유통계>, 2020년 11월).

 

인간에게 필요한 주택은 몇 채인가? 당연히 가구당 한 채일 것이다(자유로운 가구 구성을 보장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다주택자들은 왜 그렇게 많은 주택을 가지려 하는가? 그야 당연히 돈이 되기 때문이다. 개발이익이든 시세차익이든 임대소득이든, 주택 소유가 돈이 되니 주택을 소유하려 한다. 이런 마당에 공급을 늘리면 무얼 하나. 마지막 한 주택까지 가져가서 한 몫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서울시장 후보들의 재개발‧재건축 공약이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세입자 보호 대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여전히 강제퇴거가 가능한 나라이며, 재개발‧재건축 시 기존 세입자가 거주할 공공임대주택도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 정비구역 주민 70% 이상이 세입자인데, 임대주택 의무 비율은 15% 수준이다(이원호,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반대, 강제퇴거 없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요구>, 2021년 3월). 다수 세입자가 쫓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용산참사의 재현을 걱정하는 것도 기우가 아니다.

 

 

 

세입자의 도시에 사회주의를

 

세입자들이 바라는 건 간단하다. 가구 구성원 수에 맞는 쾌적한 집에서, 저렴하게, 쫓겨날 걱정 없이 사는 것. 안타깝게도 이런 집은 부동산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좋은 집은 비싸고, 저렴한 집은 너무나 열악하다. 지난달 공시지가 인상 결과가 발표됐을 때, 혹자는 ‘다주택자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입자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건 다주택자이니, 그들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이 세놓는 집이란 값싸고 열악한 집 아니면 좋지만 값비싼 집들뿐이다. 세입자들이 기댈 건 공공임대주택, 저렴하고 쾌적한 장기 공공임대주택이다. 그리고 서울에서만 200만에 달하고 전국적으로는 900만에 가까운 무주택 가구에 공공임대주택을 보장하려면 다주택의 국공유화가 불가피하다. 묻지마 개발 이전에, 다주택 재분배가 먼저다.

 

그렇기에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통한 다주택 국유화와 공공주택으로의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환수하고 기업형 임대주택을 공영화하는 한편, 임대사업자 특혜를 폐지하고 다주택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과 자산을 모두 다주택 공영화와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사용해야 한다. 내년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변혁당은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법 제정 등을 통해 ‘누구나 공공임대’가 가능한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저절로 되지 않는다. 바로 지금이 전국의 세입자,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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