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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021 변혁당 정치캠프

“내 삶을 바꾸는 시간 사회주의 24시”

 

 

교육 사회화,

어디로부터 시작할 것인가

 

 

장인하┃서울(전교조 조합원)

 

 

 

이번 정치캠프를 앞두고 변혁당에서는 교사‧학생 등 교육 관련 활동가들이 모여 ‘교육 사회화’ 의제로 팀을 구성해 발제와 토론을 준비했다. 자본주의에서 교육 격차와 불평등은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단순히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에 우리는 ‘사회화’를 매개로 불평등 교육에 대한 체제적‧구조적 대안을 고민하고자 했다. 이와 더불어 교육 부문에서의 현재 쟁점, 곧 당면한 교육과정 개편과 대학 구조조정 문제에 관해 어떤 관점으로 무엇을 요구하며 어떻게 싸울 것인가 논의하며 우리의 대안을 운동으로 만들 계기를 찾고자 했다.

 

 

 

자본주의와

‘교육에서의 소외’

 

먼저 변혁당 교사분회 최덕현 동지가 “교육 사회화,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총론 발제에 나섰다.

 

‘사회화’란 생산수단에 대한 자본주의적‧사적(私的) 소유를 철폐하고 사회적 소유로 대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사회화’는 사회적 관계의 총체로 표현될 수 있는 ‘생산’에 대한 새로운 규칙으로,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의 전면적 변혁과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 생산의 사회적 성격 구현, 생산과 소비의 모순 해결,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의 전면적 보장 등을 포괄한다.

 

이와 관련해 ① 누가 생산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하고 있는가 ② 생산과정에서 생산수단을 누가 자유롭게 사용‧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가 ③ 어떤 노동조건에서 생산이 이뤄져야 하는가 ④ 노동자가 생산한 가치인 생산 결과물이 어떤 방식으로 분배되는가 등의 문제가 중요하다. 즉, 노동 결과물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면서 생산에 대한 계획과 생산과정, 나아가 생산‧유통‧소비에 대한 노동계급의 직접 지배‧통제가 가능할 때 실질적인 사회화를 달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와 교육 부문에서 ‘사회화’의 의미는 무엇일까? 발제자는 ‘교육에서 소외를 극복하는 게 교육 사회화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주의에서 학교는 아동‧청소년과 교육 노동자를 소외시킨다. 국가와 자본이 주도하는 교육과정은 교수‧학습자를 전문가와 제도의 권위와 통제에 종속시킴으로써 해당 주체의 소외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교육은 개인에게 학벌 딱지를 붙이고 등급을 매기며, 자격증이나 증명서를 받아 사회에 들어가게 하는 하나의 절차가 된다. 또한, 소외된 노동을 받아들이도록 훈련된 노동자를 양산함으로써 자본주의 체제의 권위를 내면화하게 한다. 특히, 불평등한 사회적 지위와 부는 불평등 교육으로 귀결하고, 학업성취도는 그 불평등에 따른 특권적 지위에 비례하게 된다. 교육은 사회적 위계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되며, 교육으로부터 노동자‧민중의 소외를 구조화한다.

 

따라서 노동자‧민중이 교육에서 겪는 소외를 극복하려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순응을 거부하면서 국가와 자본의 관료적 지배와 이데올로기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와 자본의 교육 개입을 차단하고, 모든 교육을 누구에게나 필요와 욕구에 따라 평등하게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 노동자‧민중의 직접 통제가 가능해야 교육에서 소외를 극복할 수 있으며, 이때 비로소 자본주의 국가와 자본이 주도하는 교육은 노동자‧민중 주도의 ‘사회화된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다.

 

 

 

교육 사회화를 위해

필요한 것

 

그렇다면 이러한 교육 사회화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요구하며 싸워야 할까?

 

발제자는 무엇보다 ‘경쟁에 따른 선발이 아닌, 필요에 따른 교육’을 제시하며 ‘대학까지 무상교육과 사립학교 폐지’를 주장했다. 우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모든 경쟁 입시제도를 폐지하고, 초‧중등교육은 기초 교양 교육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교육 과정도 경쟁보다는 소통‧협력‧연대를 기반으로 하고, 상급학교 진학은 경쟁 선발이 아닌 주체의 필요에 따른 선택이 가능하도록 학교‧교육 체제를 바꿔야 한다. 대학 입학 선발 기능을 하는 수능을 폐지하고, 중등교육 이수 또는 대학교육 적성을 확인하는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서열화된 대학을 평준화하는 한편, 대학에 이르기까지 교육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국가 재정으로 부담함으로써 무상교육과 양질의 공교육을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립학교 제도를 폐지하고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게 필수적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의 민주적 통제가 뿌리내려야 관료적 지배를 떨쳐내고 ‘사회화된 교육’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교육과정 편성과 교육 결과 평가 권한은 국가에서 학교 또는 지역 단위 교육자치 기구와 교사에게 넘겨야 하며, 국가는 모든 교육이 무상으로 이뤄지도록 공적 책임을 다하는 한편 전국 단위 교육 틀을 정하는 정도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 단위 교육은 지역 단위 교육 주체들의 민주적 기구인 ‘사회적 교육위원회’를 구성해 그 전국적 연합 단위인 ‘중앙 사회적 교육위원회’가 담당하게 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 단위 ‘사회적 교육위원회’와 각 학교 구성원들로 구성된 자치기구가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단위 교육자치는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교육 관련 구성원이 평등하게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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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 쟁점:

교육과정 개편과

대학 구조조정

 

‘교육 사회화’에 대한 총론 발제에 이어, 당면한 교육 분야 현안인 교육과정 개편과 대학 구조조정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필자와 함께 변혁당 학생위원장 김건수 동지가 발제를 맡았다.

 

발제자들은 먼저 이 사안들이 어떤 점에서 심각한 문제인지를 짚었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고교학점제를 전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신자유주의적 ‘선택형 교육과정’의 완성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에게 진로에 따른 선택권과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학생이 직접 자신이 들을 수업을 선택하게 한다’는 것을 명목으로 내세우는 제도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수요에 따라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하게 된다. 하지만 ‘진로’가 곧 입시를 의미하는 한국 사회에서, ‘선택권‧자율성’이라는 미사여구는 학교‧학생 간 교육 불평등 강화로 귀결할 뿐이다. 또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관통하는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교육의 시장화‧상품화’다. 정부는 ‘미래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온라인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적극 도입하면서 시장화 기반을 마련하고, 민간 자본이 ‘에듀 테크’에 기반한 교육 컨텐츠를 공급하게 함으로써 공교육까지 민영화‧상품화하려 한다.

 

한편, 갈수록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재정위기)는 학벌 서열과 소재 지역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다. 문재인 정부가 대학 평가 항목에서 ‘입학 충원율’을 최대 점수 항목으로 산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지방대학일수록 대학 평가에서 불리하게 된다. 이대로라면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 서열 구조는 더욱 강화된 형태로 재생산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대학 폐교 시 재단의 잔여 재산을 그대로 재단에 귀속시킬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데, 이는 폐교나 대학 통폐합을 유도함으로써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지출을 줄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학 서열 해체를 위해 공영형 사립대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 임기 말에 이르러서야 겨우 공영형 사립대 ‘연구대학’을 지정했을 뿐이다.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학 구조를 개편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교육과정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대학 공영화를 요구하자

 

발제자들은 이같은 교육과정 개편과 대학 구조조정에 맞서 교육 사회화 관점에서 요구를 정립하고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교육과정 개편 문제의 경우, 공교육에 적용되는 교육과정은 현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 의해 사실상 규정‧통제되고 있다. 교육운동 진영에서는 그간 ‘지역과 학교 단위에 교육과정 편성‧운영권을 부여하고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요강 수준으로 제시함으로써 지역‧학교 단위의 자율성을 강화하라’고 요구해왔다. 다만, 교육과정에서의 자치 확대 요구는 입시경쟁교육 폐지를 동반해야 한다. 입시가 폐지되지 않고서는 국가 독점 교육과정의 약화‧해체가 오히려 교육 불평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누가 어떻게 교육과정을 만들고 통제하느냐’에 따라 학교 교육의 목표와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육과정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사회적 교육위원회’는 교육 관련 노동자와 학생, 지역 노동자‧민중이 교육과정을 통제하는 기구다. 지역과 학교 단위의 교육 자치와 민주적‧사회적 통제로 만들어질 교육과정의 내용과 성격은, 제7차 교육과정(1997년 고시)부터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나는 신자유주의적 선택형 교육과정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기초 교양 중심의 보편적 교육과정이어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 문제의 경우, 단순히 ‘현상 유지’를 요구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현재의 대학 구조조정은 ‘학령인구 감소’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핵심 결과는 수도권 중심의 학벌 서열구조 강화다. 그리고 이러한 대학 서열체제 강화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이 사회에서는 능력주의가 ‘공정한 시험’을 매개로 표출되고 있고, 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학 입시 경쟁 및 그에 따른 학벌 체제다. 따라서 누구나 평등하게, 필요에 따라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학을 무상화하고 평준화하는 게 우리의 요구가 되어야 한다.

 

한 걸음 나아가 우리는 교육 사회화 관점에서 지금의 사립대 중심 구조를 공영 대학 구조로 전환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폐교된 학교를 정부가 인수하는 수동적 국유화뿐만 아니라,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전체 대학에 대한 국유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미 현실적으로 정부가 사립대학에 지출하고 있는 교육재정 없이 각 대학은 제대로 운영조차 할 수 없다. 즉, ‘정부 책임’은 이미 현실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유화 요구의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공적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그 소유와 운영 역시 공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운동을 건설하는 것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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