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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무엇을 할 것인가?

2019.01.08 22:19

남노협 조회 수:96

무엇을 할 것인가?
레닌 지음 , 최호정옮김
출판사 - 박종철출판사
초판일 - 1999-02-26
도서소장처 - 노동자의 책
조회수 : 1938
                

책 소개

80년대 남한에서 운동의 부흥기가 다시 일어나면서 운동자들은 점점 너나 할 것 없이 레닌주의로 몰입하게 되었다. 마르크스주의를 현실에 적용시켜 성공시킨 가장 모범적인 혁명가로 자타가 공인한 레닌주의를 남한 운동권이 받아들이게 된 것은, 군사파쇼의 암흑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욱 정교하게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에 천착하던 그들에게 있어 이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구체적 지침으로서의 학습의 무기로 레닌주의는 필수코스였다. 그 중에서도 본 서인 <무엇을 할 것인가>는 (당시 남한운동의 주역이었던)공장에 투신한 학생운동출신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써클들 사이에서 필독서중의 필독서였다. 각지에서 계급의 사활적 투쟁에 온 몸을 다 바쳐 헌신해도 뭔가 "2% 부족한"듯한 느낌이 언뜻언뜻 솟아날 때 레닌의 다음과 같은 말은 당시의 사회주의 지향자들로서는 곰곰히 지난날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심도깊게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단지 계급투쟁만을 인식하는 사람은 아직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볼 수 없으며, 그들은 여전히 부르조아적 사고와 부르조아적 정치 영역 내에 머물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르크스주의를 계급투쟁론으로 한정시키는 것은 마르크스주의를 축소시키며 왜곡하고, 그것을 부르조아지가 받아들일만한 그 무엇으로 환원시키려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계급투쟁에 대한 인식을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대한 인식으로까지 확장하는 사람만이 마르크스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마르크스주의자와 평범한 쁘띠부르조아지를 구별하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인 것이다..."(국가와 혁명,논장,p49)

당시 쁘띠부르조아적 혁명관이란 '딱지'가 횡행하던 시점에서 레닌의 이런 말은 계급투쟁의 꽁무니를 쫒아다니던 세력에게는 눈이 확 뜨여지게 만들고도 남음직했을 것이다. 본 서는 이와 쌍벽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경제주의, 조합주의, 노동자주의에 대한 당시 레닌의 강렬한 비판으로 채워져 있다. 이는 오늘날에도 당연히 관통된다. 이 점에서 본 서는 노동해방을 위해 전진하는 운동자에게는 필수독서코스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본 자의 일천한 책 소개와 아울러 <볼셰비키 레닌주의> 사이트에서 발견한 본 서의 책 소개를 인용할까한다.

출처전문보기: http://bolle1917.allalla.com/262

http://rp.jinbo.net/index.php?mid=freebbs&page=11&document_srl=52466

다시 읽어보는 [무엇을 할 것인가?]

— 경제주의: 남한 노동운동의 고질병

“…투쟁을 통해서 당은 역량과 활력을 얻는다; 당의 최대의 약점은 덩치만 갖추었을 뿐 정치적 성격이 모호한 것이다; 자신을 정화하면서 당은 더욱 강력해진다….”— [라쌀레가 맑스에게 보낸 편지] (1852년 6월 24일)


레닌의 팜플렛 [무엇을 할 것인가?]가 출판된지도 이미 100년이 넘었다. 그 동안 남한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사회주의 혁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레닌의 권위 또는 명성에 압도되어 나름대로 이 고전적 저작을 한번쯤 읽어보았을 것이다. 특히 남한의 경우 80년대 후반부터 사회주의 혁명을 지향하는 그룹들이 이 저서를 연구하며 운동의 문제들과 씨름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이 저서는 소위 혁명운동의 입문서 비슷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대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틀 때 보통 남자들이 “군대는 갔다왔소? 어디서 근무했소?”라고 질문하고 보통 여자들이 “결혼은 했나요? 애는 있어요?”라고 질문하듯이 운동권에서도 처음 만나는 사람과 얘기를 나눌 때 대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읽어보았소?”라고 질문할 정도이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좀 친해지면 종사하는 분야도 묻고 이 분야에서 잘 나가고 있느냐고 물으면서 좀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모습이듯이 우리 혁명운동권도 이제는 좀더 진전된 질문을 서로에게 던질 필요가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의 정치적 내용을 잘 체득하고 실천하고 있소?” 이 질문을 받는다면 필자는 서양의 격언 하나를 떠올릴 것이다: “친구에게는 솔직할수록 적에게는 숨길수록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 그리고 “글쎄요”라고 솔직히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주의 혁명운동에 복무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남한의 소규모 정치 조직들 대부분은 대중의 경제투쟁에 몸을 대주는 것에 자신의 임무를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이 조직들이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금방 확인된다. 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수도 없이 많은 글들은 거의 대부분 노동조합 투쟁에 대한 것들이고 정작 사회주의 혁명 정치의 핵심 내용 즉 강령 문제들을 다루거나 다른 조직의 정치를 비판하면서 정치적 내용으로 지지자를 규합하는 글들은 가물에 콩 나듯이 지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대중투쟁에 복무해야한다”는 명제는 마치 당연한 진리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고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에 복무해야한다”는 레닌의 엄명은 대중투쟁에 열심히 몸을 대주다 보면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니 1902년 레닌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통해 제기했던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1) 레닌주의

레닌주의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레닌의 정치 및 조직 노선은 러시아 혁명의 성공에 의해 그 올바름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트로츠키에 의해 지금도 우리에게 계승되고 있다. 레닌주의는 한마디로 집약할 수 있다: “우리에게 혁명가 조직을 다오. 그러면 (사회주의 혁명으로) 러시아 전제를 전복시킬 것이다.” 여기서 혁명가란 직업 혁명가요 혁명 지도자를 의미한다. 사회주의 혁명운동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올바른 강령으로 혁명 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회주의 혁명가 집단이 모이면 혁명의 승리가 보장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독일에는 대중 조직이 존재하며 모든 것이 대중에게서 나온다. 노동계급 운동은 제 발로 걸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수백만 대중이 ‘열댓 명’의 단련된 정치 지도자를 소중히 여기고 이들에게 확고히 밀착하는 모습을 보아라. 노동계급 정당에 적대적인 의원들은 의회에서 이렇게 외치면서 사회주의자들을 자주 놀려왔다: ‘당신들은 정말 훌륭한 민주주의자들이다! 당신들의 운동은 이름만 노동계급 운동이지 실제로는 똑같은 지도자 파벌이 언제나 다 해먹는다. 해가 지나고 또 지나도 맨 똑같은 베벨과 리이프크네히트 타령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수십 년을 계속한다. 당신들이 선출한 소위 노동자 의원들은 황제가 임명한 관리들보다 더 오래 해먹는다!’ 그러나 ‘지도자들’과 ‘대중’을 분리시키고 대중의 해악적이며 야심 찬 본능을 자극하고 ‘열댓 명의 지혜로운 인간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려 운동의 견고성과 안정성을 해치려는 참주선동에 대해 독일의 사회주의자들은 경멸의 미소를 보낼 뿐이다. 독일인들의 정치적 사고는 충분히 발전했으며 이들은 충분한 정치 경험을 쌓았다. 이 때문에 이들은 알고 있다: 재능이 있으며 전문적으로 혁명 훈련을 받았으며 오랜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많을 뿐 아니라 서로 완전히 조화를 이루는 ‘열댓 명의’ 지도자들이 없이는 현대 사회에서 어떤 계급도 결연한 투쟁을 수행할 수 없다.(그리고 이 재능 있는 지도자들은 수백 명씩 태어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전문적으로 혁명활동에 종사하는 직업혁명가 지도자들이 소수일지라도 확고히 조직만 되면 운동의 높은 수준과 성공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운동의 초보적 수준으로 인해 혁명가들의 권위를 떨어뜨린 것이 조직문제와 관련해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이 저지른 최악의 범죄”라고 레닌은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확고한 이론적 토대 위해 사회주의 기관지를 보유한 당이 존재할 경우 ‘노동계급 이외의’ 분자들이 당에 유입되더라도 운동은 자기가 가야할 길에서 이탈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 주장에 부차적인 오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레닌은 독일의 사회민주주의당이 혁명정당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때 이미 이 정당은 개량주의 정당으로 맛이 가고 있었다. 1914년 8월 4일 이 정당은 독일 지배계급의 전쟁 노력에 지지를 보내면서 전쟁공채 법안에 찬성한다. 이로써 제 2 인터내셔널의 맹주인 독일 사민당을 비롯한 유럽의 사민당들이 자국 부르주아 계급의 전쟁을 지지하면서 세계 혁명을 목적으로 1889년 창립되었던 제 2 인터내셔널은 와해된다. 결국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했음과 동시에 노동운동이 가장 왕성했던 독일에서 공산주의자들은 1918년에서 1923년까지의 혁명적 상황에서 혁명을 성공시키고 노동자국가를 수립하기는커녕 1933년 히틀러의 집권을 허용하고 1939년 제 2차 제국주의 세계대전을 막지 못한 채 노동자 인민이 제국주의 지배계급에 의해 전쟁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리고 레닌의 주장에는 러시아의 특수한 상황이 개입되어 있다. 무릇 운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견고성과 지속성이 있어야한다. 이 견고성과 지속성의 핵심인 지도부를 짜르 전제의 탄압으로부터 보호하면서 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조직 보안이 필수이다. 이를 위해서도 이론적으로 확고하고 혁명 활동의 다양한 측면에서 훈련받은 소수의 혁명가 집단이 필요하다. 이것이 그는 주장이다. 그러나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국가에서도 올바른 혁명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굳건한 이론적 토대를 가지고 있으며 상당한 경험을 축적한 소수의 지도부는 사회주의 혁명 승리의 전제조건일 수밖에 없다.


하여간 이 저서의 곳곳에서 레닌은 대중의 자연발생적 운동은 성장했으나 이 운동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의식적인 소수 혁명지도부가 수립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운동의 치명적 약점이라고 한탄하고 있다. 그런데 이 한탄은 지금 우리 운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980년대 중반부터 우리 혁명운동은 일본에서 수입한 맑스-레닌주의를 연구하고 조직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는 소련과 동구의 “현실 사회주의권”은 체제 붕괴의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었고 우리가 맑스-레닌주의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 실제로는 “일국 사회주의” 이론에 입각한 민족주의의 변종인 스탈린주의였다. 결국 이 체제의 붕괴로 대다수 주관적 사회주의 혁명가들은 운동을 포기하거나 합법 대중정당을 통한 개량주의로 이탈했고 자유주의 학자들로 변신하면서 그나마 걸음마를 시작하려던 남한의 혁명운동은 다시 강보에 싸이게 되었다.

이 결과 소련과 동구의 붕괴 이후 지금까지 주위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현상들을 혁명적 맑스주의 전통에 입각하여 설명하며 운동을 이끌어온 정치 조직은 남한에 존재할 수가 없었다. 국제사회주의자들은 창립 초기에 레닌의 혁명정당론과 반(反)스탈린주의 국제주의를 주창하며 열심히 노력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조직이 가지고 있는 강령의 개량주의 및 노동자주의 편향과 이의 부산물인 대중추수주의 조직 노선의 문제점으로 인해 이 정치 경향은 지금 [다함께]라는 간판을 내걸고 부르주아 평화주의에 입각한 반전운동에 매진하면서 소부르주아 시민운동의 수준으로 추락했다.


물론 이러한 부정적인 현상들은 남한의 대단히 열악한 상황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한국 전쟁 이후 일단 좌익의 씨가 말라버려 국제혁명운동과의 연결이 단절된 데다가 국가보안법으로 대표되는 반공 히스테리 속에서 혁명 지도자들을 배출하는 데 필수적인 정치 논쟁이나 투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가 없었다. 사실 한국전쟁 이후 대중적 노동조합 운동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도 아직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운동의 낮은 수준을 찬양하면서 운동의 전진을 저지하는 경향들이 레닌이 활동하던 러시아처럼 지금 남한에도 왕성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경제주의 경향은 대중의 자연발생적 경제투쟁에 찬사를 보내고 몸을 대주면서 이 투쟁을 열심히 하다보면 자연적으로 운동이 발전한다는 지극히 기계적 사고를 유포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초래하는 모순이 대중투쟁을 촉발하고 이 투쟁으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 사회주의가 도래할 것이라는 속 편한 사고이다.

물론 자본주의의 진보적 시기에 활동했던 맑스와 엥겔스 그리고 제 2 인터내셔널 지도자들도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농민 출신이었던 노동자들이 더욱 계급의식을 발전시키면서 사회주의 혁명의 승리가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다. 그러나 [제국주의론]에서 레닌이 설파했듯이 자본주의의 반동적 시기인 제국주의 시대에는 제국주의자들이 식민지에서 야만적으로 거두어들인 초과이윤의 일부로 제국주의국가 노동운동의 상층부를 매수하여 이들을 자본가의 사냥개로 이용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노동자들이 계급의식 즉 혁명의식을 획득할 수가 없다. 바로 여기에서 혁명이론으로 무장된 의식적인 소수가 지도하는 혁명정당의 필요성이 도출된다. “노동계급의 투쟁이 사회주의 혁명가들의 강력한 조직으로 지도될 때에만 대중의 자생적 투쟁이 진정한 ‘계급투쟁’이 된다”고 말하면서 레닌은 이 저서에서 경제주의자들의 정체를 폭로하고 이들의 특징을 열거하고 있다.


(2)경제주의자들의 특징


혁명 정당의 건설과 올바른 강령 수립을 위한 정치토론 등에 대해 말을 꺼내면 경제주의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똑똑한 사람들 몇 명이 모이면 당이 건설되나? 노동자 대중운동 속에 들어가서 이들을 결집해야 당이 건설된다.” 당연히 이 말에는 일리가 있다. 혁명정당이 몇 명의 똑똑한 “먹물들”로 이루어질 리는 없으며 대다수 혁명 노동자들이 이 정당의 구성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상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몇 명이라도 똑똑한 놈들이 똑똑한 정치적 내용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레닌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통해 주장하는 바였다. 심지어 경제주의자들은 노동자들로만 구성된 조직이라야 노동계급의 순수성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투쟁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위 먹물들은 조직하지 말아야 한다는 좀더 극단적인 주장도 한다. 그러면 여기서 레닌이 규정한 바 경제주의자 대다수의 특징을 확인해보자:

“이론적인 모든 논쟁, 분파적 이견, 광범위한 정치적 문제, 혁명가들을 조직하는 계획 등을 경제주의자 대다수는 진정으로 혐오한다. 어느 날 상당히 일관된 어느 경제주의자가 ‘이 모든 것들은 해외에 나가 있는 자들이나 하게 내버려두어라’고 나에게 말했다. 이 말은 아주 널리 퍼져있는 노동조합주의 견해를 순수하게 표현한 것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우리 지역에서 벌어지는 노동자 운동이고 노동자 조직들이다. 나머지는 모두 비현실적인 공론가들의 발명품들이고 ‘이데올로기를 과대 평가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위에서 레닌이 얘기한 바 소수의 확고한 지도부를 수립하려면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운동의 지도부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론 논쟁, 분파 투쟁 등은 진정한 혁명 지도부 형성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훈련받고 단련되는 분자들만이 혁명적 맑스주의의 이론적 실천적 전통에 입각하여 혁명투쟁을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혁명 때 레닌이 귀국하여 4월 테제를 발표하면서 볼세비키당 기존 지도부의 노선을 완전히 그리고 올바로 바꾼 현상을 트로츠키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도자들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걸러지고 훈련되기 때문에 제멋대로 대체될 수 없다; 이들이 투쟁으로부터 강제적으로 제거되면 당은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입게 되면서 대개의 경우 상당한 기간 무기력해진다.”— 트로츠키, [러시아 혁명사, 제 16장: 당의 재무장], (1930년)

그런데 경제주의자들은 단순 무식하게 이런 과정들을 혐오하며 이론 싸움을 먹물들의 한계로 인식한다. 그러면서 대중의 자생성과 후진성에 의존하는 자신의 기회주의적 나약함을 몸 대주기식 혁명주의로 위장한다. 여기서 다시 레닌의 주장을 들어보자:

“우리는 러시아 뿐 아니라 외국의 동지들에게도 반드시 이렇게 말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가장 중요한 일은 연구이다.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한) 우리 러시아에서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 동지들은 특별한 의미에서 연구를 해야한다: 이들은 혁명활동의 조직, 구조, 방법 그리고 내용을 연구해야한다. 이들이 이렇게 한다면 세계 혁명의 전망은 좋을 뿐 아니라 대단히 밝을 것이다.”— 레닌, [코민테른 제 4차 세계대회 보고서], (1922년 11월 13일)

여기서 혁명운동을 연구해야한다고 레닌은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노동계급 대중의 경제투쟁에 몸을 대주며 대중의 의식 즉 부르주아 의식에 영합하는 경제주의자들에게는 황당하게 들릴 것이다. “노동운동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 대중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같이 투쟁하면 되지. 지금처럼 바쁜 때에 고시공부 하듯이 책을 파야 하는가?” 이 말은 필자가 경제주의자들로부터 직접 들은 말이다. 500년이 넘게 지속하고 있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인류 최대의 대사가 이들에게는 너무도 단순 무식한 일이라 열정과 순수성만 있으면 운동을 계속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심지어 국제사회주의자들을 비롯한 대중추수주의자들은 대중의 경제투쟁 속에서 사회주의적 혁명의식이 창출된다고 말하면서 혁명 정당의 필요성을 부인하고 노동 대중의 후진성에 영합하는 노동자주의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다시 레닌의 주장을 들어보자:

“혁명이론 없는 혁명운동은 있을 수 없다. 이 사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 유행하고 있는 기회주의의 설교가 실천 활동의 가장 협소한 형태에 대한 심취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첫 번째로 우리 당은 형성 과정에 있을 뿐이고 그 특징들은 지금 규정되고 있는 중이다. 이 때문에 우리 운동을 올바른 길에서 이탈시키려는 다른 경향들과 정치투쟁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릴 일이 아직 우리의 임무로 남아있다….두 번째로 사회주의운동은 그 본성상 국제적 운동이다. 국수주의를 배격해야할 뿐 아니라 운동의 초기 단계에 있는 나이 어린 운동은 다른 나라들의 경험을 활용해야만 자신의 임무를 달성할 수 있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경험들을 비판적으로 소화하여 독자적으로 우리 현실에 적용시키고 시험하는 것이다….세 번째로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의 임무는 다른 나라의 사회주의자들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다….가장 선진적 이론으로 인도되는 당에 의해서만 전위 투사들의 임무는 달성될 수 있다….끊임없이 이 점을 기억해야한다: 사회주의는 과학이기 때문에 과학으로 연구되기를 요구한다.”

사회주의 혁명가들이 과학적 이론으로 무장해야 한다면 여기서 과학의 의미를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낮에 구름이 없는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현상은 실제 하늘이 파래서가 아니라 햇빛이 대기권을 통과해 지구로 들어올 때 특정한 각도로 굴절되기 때문이다. 물리학이라는 자연과학이 겉으로 보이는 현상의 이면에 있는 실체를 탐구하고 해명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 과학적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맑스주의 사회과학도 마찬가지이다. 온갖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사회 현상의 이면에 있는 계급적 이해관계를 밝히는 것이 이 과학의 임무이다. 우리 운동이 맑스주의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맑스라는 혁명가요 과학자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본주의 착취관계를 탐구하고 해명했으며 이 관계를 극복할 대안을 사회주의 혁명 투쟁과 노동계급 독재 이론으로 마련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혁명가의 임무는 갈수록 소수로 또는 극소수로 몰리는 대 부르주아 계급이 자신의 계급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구사하는 온갖 거짓과 사기를 탐구 해명하고 이것을 극복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사회주의 혁명가는 세계노동운동의 역사를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현실의 문제를 해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리이프크네히트는 이 임무를 이렇게 요약했다: “연구하라, 선전하라, 조직하라.”

그리고 우리가 사회주의 혁명을 진지하게 연구를 해야할 이유는 또 있다. 레닌의 주장을 다시 들어보자: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더 좋은 조건으로 판매하게 만드는 투쟁 뿐 아니라 이들이 유산계급에게 자기 노동력을 팔도록 강요하는 사회체제를 철폐하기 위해 사회주의자들은 노동대중의 투쟁을 지도한다. 특정 고용주와의 관계에서 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모든 계급들 그리고 조직된 정치 세력인 국가와의 관계에서도 사회주의 운동은 노동계급을 대표한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자신의 임무를 경제투쟁에만 한정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이 투쟁이 활동 전체를 지배하도록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계급의 정치교육 및 정치의식의 발전에 우리는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노동자들은 어떤 계급에게 가해지든 관계없이 모든 폭정, 억압, 폭력, 학대 등에 반응을 보이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이럴 때에만 노동계급의 의식은 진정한 정치의식이 된다.”

사회주의 혁명가의 관심이 노동계급에게만 향하지 말아야 한다고 레닌은 주장한다. 모든 계급들의 동향과 정치적 이해관계 그리고 이들이 국제적으로 맺고 있는 계급적 관계들을 모두 탐구하고 이해해야 노동계급의 진정한 정치의식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렇다면 시시각각으로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에 대한 분석 능력을 노동계급의 이해에 기초해서 구비를 해야 하는데 이 능력을 구비하려면 당연히 연구는 필수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레닌을 가장 위대한 혁명가라고 인정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그는 운동이 필요한 모든 이론적 내용들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제공하면서 운동을 지도했기 때문이다. 그는 심지어 러시아 혁명이 한창 진행되던 때에도 적들의 탄압을 피해 숨어서 [국가와 혁명]을 저술했다. 노동자국가 수립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사회주의 건설의 문제를 이론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혁명이 승리한 이후 노동자국가의 수반으로서 임무를 다하는 바쁜 와중에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그리스 철학을 연구하면서 당시 만연하고 있던 반(反)맑스주의 철학을 제압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3) 사회주의 혁명의 강령: 올바른 운동의 토대


세계의 위대한 혁명 지도자들의 이론적 실천적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혁명 전통으로 이어 내려져 오고 있다. 이것을 한마디로 혁명 강령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사회주의 혁명가들이 세계 노동운동사와 현실의 사회를 끊임없이 연구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올바른 강령을 수립하여 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론과 실천이 분리되지 않는 것이 혁명적 맑스주의 전통의 특징인데 이 전통을 연구하면서 우리는 한국의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하기 위한 필요한 강령을 가져야 한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뿐 아니라 다양한 쟁점들에 대해 혁명 전통에 기초하여 나름의 입장과 목표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자체가 올바른 강령 수립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는 당연히 필수일 수밖에 없다. 맑스주의는 달달 외어야만 하는 한 다발의 규칙이 아니고 노동계급의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운동의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 필요한 방법론이다. “혁명 이론 없이 혁명 운동이 있을 수 없다”는 바로 이 점을 집약한 명제이다. 트로츠키는 혁명 정당과 강령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노동계급의 이해는 강령의 형태로만 올바로 표현될 수 있다. 그리고 강령의 내용은 당을 건설하는 것을 통해서만 옹호될 수 있다. 노동계급은 그 자체로는 착취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이해를 옹호하는 정치적 계급으로 변모하는 순간 노동계급은 독자적인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것은 오직 당이라는 매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당은 노동계급이 계급의식을 획득하는 역사적인 기관이다”— 트로츠키 , [다음에는 무엇이?] (1932년)

사실 혁명적 맑스주의의 역사는 이론적 논쟁을 통해 올바른 강령을 수립해온 역사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세기 초반 청년이었던 맑스와 엥겔스는 근대 공업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의 온갖 해악을 극복할 강령을 수립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고 이 결과가 1848년의 [공산당 선언]이었다. 이 저작은 당시 유행하던 온갖 공상적 사상 조류의 본질을 폭로하고 자본주의 사회를 극복할 진정한 대안으로 과학적 사회주의를 제창했다. 역시 청년이었던 레닌은 1902년 [무엇을 할 것인가?]를 통해 당시 기회주의 조류였던 경제주의와 인민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수행할 수 있는 혁명 정당의 조직 노선을 확립했다. 역시 청년이었던 트로츠키는 1907년 [평가와 전망]을 통해 1905년 러시아 혁명의 경험에 기초하여 연속혁명론을 제창하여 기존의 러시아 혁명노선을 비판하고 제국주의 시대 후진국의 사회주의 혁명 문제를 해명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혁명적 맑스주의의 고전인 [자본론], [프랑스 혁명 3부작], [제국주의론], [국가와 혁명], [러시아 혁명사], [배반당한 혁명] 등은 모두 중요한 고비 고비에 국제 운동인 혁명적 맑스주의 운동의 올바른 경로와 내용을 수립하기 위한 투쟁의 결과물이었다. 바로 이 때문에 이 저서들은 사회주의 혁명운동의 고전으로 남게 되었다. 이 고전들을 연구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우리는 운동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 운동의 주요한 장애물은 경제주의, 개량주의, 노동자주의, 인민전선, 민족주의 이외에 2단계 혁명론과 최대/최소 강령론 등이다. 이 장애물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연구하고 현실에 적용할 혁명적 맑스주의의 이론적 전통이 집약된 저작은 위에서 얘기한 고전들 이외에 트로츠키의 [연속혁명론]/[평가와 전망] 그리고 [이행 강령]이다. 전자는 맑스주의의 핵심인 국제주의를 러시아 혁명 전후의 상황에 비추어 러시아 뿐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해명한 저작이다. 후자는 노동대중의 절박한 생존권 투쟁에 맑스주의자들이 개입하여 이들이 투쟁 과정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절박하게 심어주는 방법을 담은 저작으로 트로츠키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레닌 사후 혁명운동의 최상의 성과이다.


(4) 혁명 정당 건설의 전제 조건: 선전 활동  


남한의 혁명적 맑스주의 운동을 위한 강령은 현 단계 우리 운동의 조직적 과제를 제기한다. 바로 강령에 입각해 노동계급 내부의 최상의 전위들을 결집할 선전그룹의 수립이다.

“열댓 명”의 지도자들에 대해 위에서 인용한 레닌의 주장은 다름이 아니라 노동운동 내 최상의 분자들을 일단 선전활동을 통해 결집시키고 훈련시켜 혁명 지도부를 수립하자는 것이었다. 레닌은 1917년 러시아 혁명의 성공 후 러시아 혁명운동의 초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문제는 노동계급의 전위를 공산주의 강령으로 획득하는 것이었다. 이런 한에서 선전활동은 가장 중요했다”— 레닌, ["좌파" 공산주의 -- 소아병] (1920년)

우리 운동에는 노동계급 대중을 지도할 혁명 지도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주의 혁명에 헌신할 최상의 분자들을 결집하는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 이것은 레닌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썼을 때 러시아의 상황과 동일하다. 그가 말한 그대로 당은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지 않는다. 혁명 전통에 입각해 가장 기본적 혁명 원칙 즉 강령을 가지고 선전활동을 끈질기게 수행하면서 가장 의식적인 분자들을 발굴, 훈련시키는 과정이 상당히 지속되면서 축적되는 결과물이다. 이것을 “중핵의 본원적 축적”이라고 말하는데 바로 이것이 우리 운동의 당면 임무이다.

경제주의자들의 특징들을 레닌이 위에서 언급했지만 이것들을 하나로 집약하면 무작정 대중투쟁과의 결합이다. 이들은 대단히 지루하고 힘겨운 선전활동 단계 즉 혁명 정당의 기초를 놓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힘든 투쟁을 생략한 채 대중의 경제투쟁에 개입만 하면 곧 노동대중을 지도할 수 있다는 자기 기만에 빠져있다.

그리고 이들은 대중 신문이라는 허울을 가지고 대중의 경제투쟁을 옹호하는 경제주의 신문을 발행한다. 이 신문은 노동대중의 부르주아 의식을 진정한 계급의식 즉 혁명 의식으로 바꾸어낼 수 있는 정치적 내용을 전혀 갖추지 못했으나 어쨌든 이름하여 대중 신문이다. 이 허세에 대해 트로츠키는 이렇게 주장했다:

“대중 신문을 발간하는 임무는 선전 조직과 그 중핵의 성장정도에 따라 설정될 수밖에 없다. 충분히 성장하여 중핵의 본원적 축적이 성취되고 확고한 강령적 기반이 수립된 된 후에야 이들이 신문을 매개로 대중을 혁명 사상으로 조직할 수 있다. 단순히 신문을 ‘대중 신문’이라고 이름 붙인다고 대중이 그렇게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다.”— 트로츠키, [무엇이 '대중 신문'인가?] (1935년 11월 30일)

트로츠키의 언명을 우리나라의 경제주의자들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장을 구해야 한다 또는 보존해야 한다는 말로 노동조합 투쟁에 뛰어드는 조직들이 발행하는 신문들을 보면 온통 노동조합에 대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여기에는 착취의 결과를 가지고 투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착취 체제 자체를 끝장내야 한다는 혁명의식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또는 추상적으로 사회주의를 주장하지만 정작 대중이 이해하고 절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묘사가 되어 있지 않다. 경제주의자들은 자기기만에서 하루바삐 벗어나 올바른 혁명 강령에 입각하여 조직을 추스르고 지식인 출신이든 노동자 출신이든 전위를 조직하여 이후 노동대중을 혁명 사상으로 무장시키는 임무를 준비해야한다. 이것만이 노동 대중을 진정한 자기해방의 주체로 세울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지금 남한은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운동을 좀 한다는 조직 치고 사회주의를 들먹이지 않는 조직은 별로 없다. 실제로 국제혁명운동사를 보면 자본주의 위기 국면에는 개량주의가 대중에게 먹혀들 수가 없다. 그래서 개량주의 조직들도 좌경화하면서 혁명적 대안을 갈구하게 되고 이 상황에서 준비된 선전그룹들이 진정한 대중적 혁명정당을 건설하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된다.

다시 반복하지만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선전그룹을 통해 노동계급의 전위를 획득한 후에야 진정으로 노동계급은 부르주아 국가에 대항할 수 있는 혁명군대 즉 노동계급의 진정한 혁명정당을 자신의 정치적 무기로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선전그룹의 단계를 자의적으로 생략할 수 없다. 이렇게 하는 것은 수학의 기초를 모른 채 고등수학을 통달하려는 어리석은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무작정 대중선동으로 돌입할 경우 조직의 역량은 대부분 경제투쟁에 소진되고 이 조직이 그나마 가지고 있는 이론적 수준은 낮은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예를 현장노동자 그룹이 보여주고 있다. 약 10년 전 국제사회주의자 그룹의 개량주의를 인식하고 레닌주의에 의거하여 혁명정당을 건설하겠다던 이 그룹은 현재 대중투쟁과의 결합에 매진하면서 애초의 목표는 까맣게 잊으면서 이론과 정치투쟁에 대한 경멸을 보이고 있다. 다수의 경제주의 조직들이 이룬 것이라고는 우리 운동을 전투적 조합주의와 운동의 초보 상태라는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은 것뿐이다. 레닌은 이 점과 관련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경제주의자들의 초보적 계급전쟁은 현대적 군대에 농민 대중이 곤봉으로 대항하는 것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전혀 훈련이 되어 있지 않지만 활력을 가지고 투쟁의 규모를 확대시키고 운동을 성장시키고 승리를 쟁취했다…그러나 진짜 진지한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이 투쟁 조직들의 결함들은 더욱더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시간도 노동대중의 경제투쟁은 나름의 활력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고 일부 성과도 없지는 않다. 그리고 이 성과에 고무되어 경제주의자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하며 이 투쟁을 확대시키고 발전시키려고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정작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노동자국가를 수립하는 국가권력 장악 투쟁이라는 진짜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리고 국가권력 장악 투쟁의 무기인 혁명정당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처절한 자괴감에 젖어든다. 위에서 얘기한 경제투쟁의 활력은 무한정 지속될 수가 없다. 지금 대중운동이 직면한 위기는 위에서 레닌이 말한 그대로 혁명운동 위기의 반영이다.

노동조합이든 민주노동당이든 대학교이든 사회주의 혁명가를 자처하는 투사들이 활동하는 장은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 투쟁의 장에서 혁명 강령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수행할 전위를 발굴, 양성, 훈련시켜 이들을 혁명 지도자로 상승시키는 것이다.

경제주의자들이 숭배하는 노동조합 활동이 올바른 혁명활동이 되려면 혁명 강령을 가진 선전 그룹을 통해 전위를 결집한 후 노동조합에 혁명 분파를 건설해야 한다. 이 혁명 분파는 혁명 강령으로 노동조합 대중을 조직하고 이 조직력으로 자본가의 하수인 집단인 노동조합 관료들을 노동조합에서 몰아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노동조합은 혁명의 정치부대가 될 수 있다:

“우리 시대 즉 제국주의 시대에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을 제국주의 자본의 하수인으로 만드는 부차적인 기관이 되던가 아니면 노동계급 혁명운동의 기관이 되던가 둘 중의 하나이다.”— 트로츠키, [제국주의 시대의 노동조합], (1940년), (국역: [트로츠키의 노동조합투쟁론], 풀무질 출판사)

그리고 노동조합 대중을 혁명군대로 조직하기 위한 강령이 바로 [이행 강령]이다. 1938년 제 4 인터내셔널 창립 강령인 이 역사적 문서는 노동 대중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절박한 요구들을 받아 안으면서 이것들을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노동자국가를 건설하는 혁명의식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경제주의적 요구와 혁명적 요구의 양극단에 다리를 놓아야 한다. 일부 요구들이 노동자들의 현재 정서에 맞춰져 있어 기회주의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일부 요구들이 노동자들의 실제 정서보다 객관적 현실을 좀더 많이 반영해 너무 혁명적으로 비춰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객관적 요인들과 주관적 요인들의 간극을 될 수 있는 대로 줄이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이행 강령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로츠키, [이행 강령 토론], (1938년)

실제로 [이행 강령]에 나와 있는 내용은 1938년 당시의 국제 강령이다. 물론 개량주의자들의 최소/최대 강령의 이분법적 구분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국제조직인 제 4 인터내셔널의 성격상 이 강령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전 세계 혁명 운동에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것을 우리 운동의 현실에 창조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임무는 혁명 강령에 입각한 선전 그룹의 활동이 성과를 누려 실제로 이것을 가지고 노동조합 투쟁을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이 확보된 이후에나 가능하다. 물론 전위들이 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결집되는 시기는 빠를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단 전위를 조직하기 위한 혁명 강령에 입각한 선전 활동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마지막으로 인용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학생그룹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결론은 자명하다: 직업혁명가의 그룹이 있어야한다. 직업혁명가가 학생이든 노동자이든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원본출처:http://bolle1917.allalla.com/262


http://rp.jinbo.net/index.php?mid=freebbs&page=11&document_srl=52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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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 차

목차
서문 = 2
제1장 교조주의와 "비판의 자유" = 6
제2장 대중의 자생성과 사회 민주주의 당의 의식성 = 36
제3장 노동 조합주의 정치와 사회 민주주의 정치 = 70
제4장 경제주의자들의 수공업성과 혁명가 조직 = 129
제5장 전러시아적 정치신문 "계획" = 199
결론 = 232
부록 『불꽃』과 『노동자 대의』의 통합 시도 = 237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정정 = 246
번역자 주 = 248
인명 해설 = 272
간행물 해설 = 285
번역자 후기 =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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