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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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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4.29 10:21

청춘靑春이라는 노동착취의 덫

 

나래인천

 


19701113. ‘청년전태일은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를 혹사하지 말라!”고 외치며 분신 항거했다. 그의 나이 고작 22살 되던 해였다. 스스로 자기 몸에 불을 붙이며 죽음을 택했던, 아니 택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노동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그로부터 약 5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근로기준법은 유명무실하고,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일터괴롭힘, 위험의 외주화 등으로 수많은 청년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

 

잇따른 청년노동자들의 죽음

최근 청년노동자들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1, 통신재벌 LG유플러스 콜센터 업체에 현장실습을 나갔던 특성화고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실적압박과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대표 부서 해지방어팀에 배치되어, 일 하는 내내 괴로움을 호소했다. 현장실습생이라는 권한이 없는 위치에서 나이 어린 청년노동자는 결국 죽음으로 자신의 괴로움을 끝내고자 했다. 명백히 이 죽음의 책임은 원청인 LG유플러스에게 있지만, 회사는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작년, 노량진 고시생과 학원 강사들의 애환을 담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이었던 청년노동자의 죽음이 뒤늦게 알려져 큰 충격을 주었다. 사망한 이한빛 님은 드라마가 종영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해 10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입사 9개월 만이었다. 드라마 제작기간 55일간 고인에게 주어진 휴일은 단 이틀이었다. 하루에 통화 발신 건수는 94건에 달했으며, 잠을 제대로 잘 새도 없었다. 열악한 제작환경과 장시간 노동, 언어폭력과 괴롭힘이 입사 1년도 안 된 청년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CJ E&M측은 오히려 고인의 근무태도를 문제 삼으며 책임을 일절 회피하고 있다.

그리고 작년 12, 경북 경산 CU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청년노동자가 손님에게 살해당했다. 미처 흉기를 피할 틈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야간에 혼자 근무를 하다 죽음을 당한 것이다. CU본사 BGF리테일은 지난 3년 동안 5천억 원의 이익을 냈다. 이토록 막대한 흑자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3년간 편의점에서 일어난 1천 건의 강력범죄와 5천 건의 폭력범죄를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운과 신고정도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사건 100일이 지나도록, 사측은 유가족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유감표명도, 조문도 없었다.

한편,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 1위 넷마블에서도 지난해 직원의 돌연사 및 자살 등 연이어 비보가 터져 나왔다. 게임업계는 20대 말에서 30대 초반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청년노동자들의 대표적인 일터다. 주당 60시간 이상의 중노동, 관행으로 자리 잡은 야근은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과로사와 자살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임업계 청년노동자들의 죽음을 계기로 넷마블은 야근 및 주말근무 금지, 퇴근 후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 금지 등의 개선안을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 또 이전의 관행이 부활할지 알 수 없다. 실제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크런치모드(고강도 근무체제)를 하달해 크게 논란이 되었다. 논란이 커지자 크런치 모드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언제 또 재개될지 모른다.

이 외에도 작년 528일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던 외주업체 청년노동자의 죽음 또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울렸다. 이를 계기로 죽음의 외주화,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청년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며 스스로 죽음을 택할 것인지 혹은 죽음을 당할 것인지 기로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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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아야한다!

지금 청년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아야한다는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단순히 젊은 노동자들이 죽기 때문에 심각하다는 것이 아니다. 사례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포착되는 요소들이 있다. 저임금, 비정규직파견용역아르바이트 등 불안정한 일자리, 장시간 노동, 일터 괴롭힘, () 노조 등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청년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은 더욱더 빠른 속도로 우리사회 전체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 장시간 노동, 일터 괴롭힘, ()노조 전략 등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학생들까지 교육부와 노동부, 학교, 회사가 합심하여 근로기준법조차 지키지 않는 곳으로 내몰고 있다. 과연 우리 사회가 50년 전 전태일 열사가 분신으로 항거하면서까지 바꾸고자 했던 열악한 노동현실과 확연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난해 실업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고, 이중 청년(15~29)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실업상태가 아닌 청년들은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청년 임금노동자 10명 중 6명 이상이 비정규직, 그 중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은 전체의 6분의 1에 달한다는 통계는 당대의 청년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59일 소위 장미대선에 출격한 대선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청년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처우 개선, 최저임금 인상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정규직 고용이 원칙이 되지 않는 일자리 창출과 생활임금을 보장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인상,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 처우 개선이라면, 앞으로도 우리사회는 청년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것만큼 끔찍한 세상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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