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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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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초점의

환수 담론

 

정주희조직국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정치권력과 재벌들이 특혜와 뇌물을 주고받으며 국정을 농단한 사실을 엄벌하고, 그 대가로 오간 적폐와 범죄수익을 청산 및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광범한 동의를 얻고 있다. 국회에 범죄수익 환수 관련법안이 5개 가량 발의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관심과 동의를 방증한다.

426,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재벌구속특위가 주관한 국정농단 범죄수익 환수 어떻게 할 것인가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주요 법안은 물론 범죄수익 환수 운동의 의미, 방향, 당면과제에 관해 정치권, 학계, 법조계, 운동사회의 의견이 오갔다.

 

재벌들의 범죄책임을 포괄적으로 물려야 한다는 공감대 확인

환수범위·제도마련 등 초점은 다양하게 제출

범죄수익 환수를 둘러싼 논의 중 기존 법질서에 가장 부합하는 논지는 국회에 제출된 안민석 의원의 법안이다. 법안은 환수의 대상을 최순실, 그 일가, 국정농단행위 가담자가 축적한 재산으로 한정했다. 따라서 재벌이 얻은 특혜, 가령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이 취한 이득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른 토론자들은 현재 논의되는 법안들의 한계를 지적했다. 대표적인 지적이 현재 법안이 국정농단 행위자의 범죄사실에 천착한 나머지 그 범죄로 말미암아 발생한 범죄수익 환수를 광범하게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범죄수익의 당사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물론, UN 부패방지협약에 따른 민사적인 몰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도주,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지 못하여도 몰수를 가능하게 하며, 재벌이 2세에게 해당 재산을 물려주거나 제3자에게 취득시키더라도 몰수의 대상이 되게끔 폭넓게 적용한다. 즉 범죄행위자가 아니라 범죄수익 자체를 환수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자는 주장이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와 민변 김남근 부회장이 이러한 법률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재벌들의 범죄행위에 따른 환수제도를 제도적으로 정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만이 아니라 이전에 발생했거나 이후에 발생할 재벌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범죄수익 환수제도가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환사채 헐값발행,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주식 불법취득 등 주요 재벌사에서 세습을 위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범죄행위에 대해 형사적 책임만 물릴 것이 아니라 그 행위로 말미암아 발생한 이득을 몰수하게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남근 부회장은 이에 덧붙여 이를 관리감독할 강력한 행정기구의 설치 등을 주장했다. 두 가지 주장대로 환수제도가 일상화한다면 재벌사의 범죄행위에 따른 경영권 보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환수의 대상에 초점을 맞춘 의견도 제출되었다. 범죄를 통해 취득한 이득에서 유래한 재산을 포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들이 제기되었다. 가령 참여연대 김성진 집행위원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 조정 결과를 환산하면 이재용 등 총수일가가 31천억 원이 넘는 이득을 얻었으므로 이를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혁당 백종성 정책위원장은 금융자산이 점점 많아지고, 세습의 총탄으로 사용되는 사내유보금으로 환수의 문제의식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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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6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재벌구속특위가 주관한 '국정농단 범죄수익 환수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촛불이 꺼진 후, 실현가능성에는 의문

...재벌책임론과 전면적인 범죄수익환수운동의 필요성 제기

그러나 이러한 내용적 보강들로만은 박근혜 정권과 재벌들이 저지른 국정농단의 전모를 밝히고 재벌들에게 온전한 범죄 책임을 물리기는 어렵다. 발제자와 토론자는 이구동성으로 여러 사례를 통해 현실적 난관을 지적했다. 직접적으로 세습보장을 요구한 삼성을 제외하고는 뇌물공여죄 입증이 어려운 수사현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만 초점을 맞춘 안민석 의원 법안도 통과가 불투명한 조건이다. 과거 삼성의 경영세습 논란이 불거졌을 때 19대 국회에서 박영선 의원이 속칭 이재용법을 발의하였음에도 통과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

이번 기회에 재벌 범죄수익을 환수하고 무소불위의 재벌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각인하려면 촛불항쟁에서 재벌을 향해 표출되었던 분노를 이어가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끈질기게 광장을 지킴으로써 정권 퇴진과 박근혜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던 경험을 상기하며, 재벌을 향한 투쟁을 끈질기게 지속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고조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로 김혁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은 재벌에게 경제위기 책임, 조세 책임, 사용자 책임을 물리며 문제의식과 참여호소 대상을 광범위하게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김태연 재벌특위장은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범죄수익 환수특별법 제정운동을 전면화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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