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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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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퇴진 후에도

공고한 재벌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김태연투쟁연대위원장

 

비선실세 최순실의 태블릿PC가 폭로되고, 미르-K재단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대통령 박근혜는 체제의 머리가 아니라 체제의 꼬리 아니 혹에 불과한 신세가 되었다. 그러자 지배세력은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였다. 11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재벌총수들을 박근혜의 강압에 의한 피해자로 발표했다. 이미 지배체제의 혹이 되어버린 박근혜를 짜르고, 몸통인 재벌총수들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촛불광장에서는 국정농단이 미르-K재단으로부터 터져나왔기 때문에 재벌총수들이 공범이라는 광범위한 대중적 인식이 존재했다. 그러나 국정농단 후 1개월 동안 광장의 대중들을 분노케 한 핵심적 동인은 태반주사, 올림머리, 정유라의 학사비리와 말값 등 박근혜와 최순실이 저지른 부패 비리였다. 재벌총수도 공범이라는 구호에 대중적 동의가 있었으나, 자칫하면 재벌총수들이 피해자로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재벌총수들로 칼날을 겨냥해 나간 광장투쟁

그러나 광장투쟁은 국정농단의 몸통인 재벌총수 구속 운동을 확대강화해 나갔다. 변혁당의 제안으로 1130일 퇴진행동 재벌구속특위가 설치되었다. 재벌에 맞서 투쟁해 온 단위들이 참가하여 퇴진행동 내에서 재벌총수 구속 투쟁을 선도적으로 전개해 나갔다. 국정조사 재벌청문회를 하루 앞둔 125일 전경련회관 기습농성투쟁 등으로 재벌총수 구속에 대한 여론을 확대강화했다. 20171월부터는 특검의 재벌총수 수사에 대응하는 활동에 집중했다. 특검의 이재용 소환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던 110일 삼성본관 기습시위 투쟁을 전개했다. 삼성촛불과 강남대로 가두행진에 이어 114<12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재벌총수 구속의 날로 정함으로써 광장 대중이 재벌총수 구속 투쟁에 힘을 모았다. 이같은 투쟁의 성과로 특검이 이재용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광장 대중의 분노가 높아졌고, 재벌총수 구속 투쟁전선은 더욱 확장되었다. 법률가들이 법원 앞에서 항의농성에 돌입하고, 124일 롯데 제2면세점 항의투쟁, 24일 강남대로 가두행진, 210일 현대자동차 본관 기습시위 등 재벌총수 구속촉구 투쟁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소강상태였던 광장투쟁은 재벌총수 구속 여론에 힘입어 2440, 21180만 등으로 확대되었다. 그 결과 217일 이재용이 마침내 구속될 수 있었다. 삼성 이재용의 뇌물죄 구속으로 박근혜는 더 이상 탄핵과 구속으로부터 피해 나갈 여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331, 박근혜도 결국 구속되었다.

 

여전히 건재한 재벌체제

박근혜 파면과 구속으로 광장투쟁의 거대한 불씨는 일단 사그러들고 있다. 그러자 재벌체제를 구출하기 위한 지배세력의 준동이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특검 종료 후 다시 수사를 맡은 검찰 특수본은 특검이 기소한 이재용을 제외하고, 나머지 재벌총수들이 미르-K재단에 바친 돈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신동빈에 대해서는 미르-K재단 외에 추가로 낸 70억 원에 대해서만 뇌물죄를 적용했다. 그 돈을 돌려주었으므로 불구속 사유라는 것이다. SK 최태원에 대해서도 미르-K재단에 낸 111억 원은 뇌물로 인정하지 않고 해외전지훈련사업명목 등 추가로 요구한 89억 원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했다. 그리고는, 주기로 약속만 하고 실제로 주지는 않았기 때문에 무혐의 처리로 유야무야 수사를 종료했다. 같은 이유로 미르-K재단에 뇌물을 주고 재벌총수 사면을 받은 CJ도 면죄부를 받았다.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뇌물을 준 현대차 정몽구에 대해 수사조차 하지 않은 것은 촛불의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 현대차 정몽구의 경우 미르-K재단 128억 원 외에 KD코퍼레이션 등에 납품과 광고비 형태로 70억 원 이상의 뇌물을 준 데 대해서도 불문에 부쳤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재벌총수들이 미르-K재단에 낸 대부분의 돈을 뇌물로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구속 수사 중인 박근혜와 이재용의 뇌물죄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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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 지배체제에 파열구 내기 위한 범죄수익 환수운동

퇴진행동은 광장의 경고, 촛불민심을 들어라는 제목으로 429<23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촛불대선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대선 후보들의 우경화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와중에 재벌총수 면죄부, 우병우 불구속, 사드배치 찬성 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광장의 민심을 이반하고 있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대중적 공분을 조직하고, 이 요구를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만들어내야 한다. 면죄부를 받고 있는 현대차, 롯데, SK 등 재벌총수 구속 처벌을 위한 특검 설치를 일차적 과제로 만들어야 한다.

국정농단 범죄수익은 대다수 국민들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했기 때문에 반드시 환수되어야 한다. 재벌 대기업은 그 규모나 생산 정도로 볼 때 개별 일족이 독점적으로 지배할 수 없을 만큼 사회적 성격이 강하다. 재벌총수 일족이 절대적으로는 막대한 부를 소유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는 재벌기업 전체 지분에서 매우 작은 비율을 점유할 수밖에 없는 구조 역시 재벌의 사회적 성격을 반영하는 것이다. 즉 총수 일족의 독점적 지배는 재벌대기업의 사회적 성격과 더 이상 양립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전근대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을 무시하고 총수 일족이 독점적 지배를 추구함에 따라, 불법과 편법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재벌총수 일족의 독점적 지배를 위한 세습은 그 자체로 반사회적이다. 삼성 이재용의 국정농단 범죄수익을 제대로 환수한다는 것은 바로 이재용의 3대 세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용이 3대 세습을 위해 자행한 불법행위를 엄단하고 범죄수익을 환수한다는 것은 현대차 정의선 등 다른 재벌들의 3대 세습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제한적이기는 하나, 총수 일족의 경영권 박탈을 위한 대중운동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대중투쟁 뒷받침되어야

한국 현대사에서 이번 국정농단과 같은 수위의 범죄행위는 적지 않았다. 그 때마다 범죄수익 환수가 제기되었지만 온전히 실현된 적이 없다. 1994년에도 재벌 부실자금에 대해 환수운동이 제기된 바 있다. ‘문어발 확장으로 상징되는 재벌들의 과잉중복투자 등으로 인해 1998IMF 외환위기가 터지자 부실재벌 환수운동이 거듭 제기되었다. 삼성재벌 3대 세습을 위한 이재용의 불법상장 차익 사건이 터졌을 당시에도 재벌부당수익 환수특별법이 제기된 바 있다. 이상과 같이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사회 재벌문제 해결을 위한 범죄수익환수가 사회적으로 제기되었다. 국정농단 범죄수익 환수의 당위성이 역사적으로도 재확인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수익 환수가 실패로 귀결된 까닭은 그 운동이 문제가 터졌을 때만 즉자적으로 제기되거나, 정치세력의 여론 대응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아래로부터 대중적 힘에 의한 운동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추진력을 상실한 것이다. 퇴진행동은 국정농단 범죄수익 환수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대중적 환수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5월말까지 10만 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대선 후 신정부가 들어서는 2017년 정기국회에서는 국정농단 범죄수익 환수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촛불광장에 나와 국정농단 범죄자들을 퇴진시키고 구속시켰던 힘으로, 이제 신정부를 상대로 국정농단 범죄수익 환수 특별법 제정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퇴진행동 재벌구속특위는 퇴진행동이 해소되더라도 재벌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모든 세력이 동참하는 연대체를 구성해 범죄수익 환수 특별법 제정운동을 펼칠 것이다. 이 투쟁의 성과로 재벌체제 해체를 위한 대중투쟁의 파고를 더욱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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